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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뜽삼이 Jun 17. 2023

공감으로 듣기


간만에 부모님 댁에 다녀왔다. 5월 초 어버이날을 맞이하여 다녀온 뒤로 처음이다. 당시 크게 말다툼을 했었는데, 한 동안 마음 속 응어리가 풀어지지 않고 남아있다가 얼마 전 극적으로 상태가 변화하는 것을 느꼈다.

대체 무슨 일이 일어난 것일까? 


오늘은 약 3시간 동안 가족들과 모여 대화를 했는데 힘들기는커녕 내내 활력이 느껴졌다. 사실 활력이 계속해서 100% 수준으로 유지된 것은 아니지만, 엄마 아빠가 하는 대부분의 말들이 나의 호기심과 관심을 자극하는 것을 느꼈다. 


그렇게 삼겹살을 먹으며 즐겁게 대화를 나누고 이제 집을 떠나려던 참이었다. 엄마가 얼마 전 미용실에 파마를 하러 갔다가 경험한 일을 들려주었다. 오늘 대화에서는 평소보다 엄마가 엄마의 느낌을 자주 이야기한다는 인상을 받았다. 그러나 여전히 외부 세계를 묘사하는 비중이 훨씬 더 많았는데, 그 속에서도 나는 엄마의 말을 '공감으로 듣기' 위해 노력했다.

미용실에서 엄마가 원장님과 나눈 대화는 아래와 같다.

엄마 : 원장님, 제 친구 A*는 빠마가 참 잘 나오는 것 같아요. (엄마 친구 A는 엄마 소개로 이 미용실에 다니고 있으며, 빠마가 잘 먹는(?) 머릿결을 가지고 있다고 한다.)

원장 : 저는 고객님(엄마)이 머리 예약하시면, 1주일 전부터 고민해요. 머리가 잘 안 나올까봐...

엄마는 원장님의 대답을 듣고는, 무언가 자신의 의도가 제대로 전달되지 않은 것 같다는 말씀을 하셨다. 엄마가 한 말의 진짜 뜻은 '제 친구 머리 예쁘게 해주셔서 감사해요' 였다고 한다.   


과연 저 당시 엄마가 느꼈던 것은 무엇일까? 엄마에게는 무엇이 중요하기에? 


"엄마가 의도한 대로 그 뜻이 원장님한테 전달되지 않은 것 같아 민망하셨어요?"

"아니 민망했던 것은 아니고 어쩌고저쩌고~~~~~"

"네, 그럼 혹시 엄마는 그 말이 원장님을 신경쓰이게 한 것 같아 마음에 걸리시는 거예요?"

"어 그렇지. 마음에 걸리지. 어쩌고저쩌고~~~~~"

"아 엄마는 엄마가 좋은 의미로 말했던 것이 제대로 전달되기를 바라셨군요?"

"맞아. 어쩌고저쩌고~~~"


그제서야 엄마의 수다가 잦아들기 시작한다. 자신의 느낌과 욕구를 이해받은 사람은 대개 말이 줄어들기 마련이다. 당신 앞에 있는 그 사람이 계속해서 주저리주저리 신세한탄을 하는가? 


그렇다면 아직 충분히 공감받지 못한 것이다.


집으로 돌아오는 차 안에서 아내에게 말했다.


"우리 엄마 말을 듣기가 꽤 힘들잖아. 그것이 오히려 나한테는 엄청난 학습의 기회가 되는 것 같아. 저 말 속에서 엄마의 느낌과 욕구를 추측하고, 확인하는 것 자체가 말이야. 자기도 알다시피 엄마는 자꾸 딴길로 새잖아. 그렇다고 내가 말을 뚝뚝 끊어선 안되겠지. 상대방이 하는 말을 존중하면서도 그 안에서 느낌을 파악하는 것이 엄청 어렵잖아."




-23.06.1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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