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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뜽삼이 Jun 19. 2023

난장판

2023.06.19.월요일


내가 할 수 있는 것은 정말 아무 것도 없다 !!!!!!!!!!!!!!!!!!!!!!!!

도대체가 사무용 가위를 굳이 꺼내서 주방에서 쓴 다음 그걸 도로 제자리에 가져다놓지 않는 이유가 무엇이란 말인가. 제발 쓴 것은 제자리에 가져다놓자. 제때제때 정리하지 않으면 온 집안이 난장판이 될 것이다. 아내는 최후의 순간이 되기 전까지는 청소란 거들떠보지도 않는다. 이 집(신혼집)에 이사오고 나서부터 내가 백수였기 때문에 아내는 그 모든 의무에서 진작부터 해방되어버렸기 때문일까? 아내는 화장실 청소도 단 한번도 하지 않았다. 


드라이기를 쓰고 전기코드를 꼽아둔 채 놓는 건 이제 일상이다. 게다가 샤워볼마저도 원래 있던 데다 걸어놓는 것이 아니라 수도꼭지 근처에다 걸어놓는 것이 아닌가... 도대체 이유가 뭘까? 어떻게 된 게 저 사람의 머릿속에는 시작과 끝, 각각의 물건이 위치해야만 하는 제자리란 개념 자체가 없는 것일까? 만약 '어차피 쓸 거니까 코드를 꼽아둔다'고 하면 어차피 일어날 건데 잠을 뭐하러 자는가 제발 정리라는 것도 하고 살자.


가끔씩 난장판인 집을 보면 짜증과 화가 파도처럼 밀려온다. 그런데도 파도가 다시 빠져나가는 것처럼 그 짜증과 화가 다시 떠나가긴 한다. 그렇지만 오늘처럼 짜증스런 일이 연속적으로 일어나버리면 나도 정말이지 참을 수가 없다. 그 상태로,


샤워하려고 옷을 홀딱 벗고 화장실에 쪼그려앉은 바로 그 상태로 거의 15분 동안 나는 아무 것도 할 수 없었다. 꼼짝 없이 숨을 몰아내쉬며 이 짜증스런 상황을 앞두고 대체 어찌 해야 하는가 하고 멍때렸다. 그런 아내는 아무 말 없이 내 곁을 떠날 뿐이었다. 하긴 할 말이 없긴 하겠지. 그런데 이런 상황에 나한테 아무 말도 걸지 않는 것도 짜증난다. 뭐라도 말을 해야 하는 거 아닌가? 아주 짜증나서. 오늘은 동생 이야기를 쓰려고 아주 작정을 하고 있었는데, 마지막에. 아주 마지막에 잠을 자기 직전에 지금 11시 11분인데 지금에 와서야 쓸 내용을 바꿔버렸다. 


너도 힘들겠지... 

너를 안아주러 가야겠다...


이렇게 하루하루 나아지겠지

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


저널쓰기의 신성한 규칙이 있다면 그것은 바로 어떤 규칙도 없다는 사실이다.
- Kathleen Adams, 「저널치료」pp.6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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