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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뜽삼이 Jul 01. 2023

누가 누굴 닮아?

23.07.01.토요일


나는 예전부터 닮았다는 말을 들으면 거부감, 불편함이 느껴졌다. 자식이 부모를 닮았다는 이야기를 할 때를 제외하고 말이다. 누가 누굴 닮는다는 말인가? 닮았다는 말을 하는 의도는 무엇일까? 더 '나은' 사람의 특성을 '영광스럽게도' 가지고 있다는 것을 상대방에게 알림으로써, 기분을 좋게 해주기 위함인 것일까? 왜냐 하면, 반대로 누가 봐도 별로인 것 같은 사람과 닮았다는 말을 하는 것은 듣도보도 못했기 때문이다.


너 연예인 OOO 닮은 것 같아!

우리 팀에 너랑 닮은 사람이 있는데...


왜 반대로 연예인이 나를 닮았다는 식의 표현을 들어보진 못한 것일까?

내가 기분나쁘게 여기는 건 바로 이런 종류의 말들이다. 이 때 느끼는 감정은 보다 정확히 말하면 '모멸감'이다. 아니, '수치심'인가?


나는 이것에 왜 기분 나빠하는 걸까? 

1) 이런 얘기를 들으면 나는 나의 고유성이 훼손되는 것 같다.

2) 사람과 사람 사이에 어떤 우열이 있음을 가정하는 말인 것 같다.

3) 이 사람이 나의 매우 작은 한 부분만을 가지고 '닮은 점'을 도출해내는 것 같다.


그래서 나는 닮았다는 말을 들으면 짜증부터 난다.


오늘도 이런 일이 있었다.


명상춤 수업에 새로운 staff 분이 오셨는데, 기존에 수업을 보조하시던 분을 오늘 하루만 대체하기 위해서였다.수업을 모두 마치고 뒷정리를 하던 중, 춤 선생님이 나와 새로 오신 staff분이 서로 닮았다는 말을 하였다. 대체 뭐가 닮았다는 걸까? 얘기를 들어보니 '예술적인 특성'을 공유하고 있다는 점이 닮았다는 말로 들렸다. 그건 그저 그 사람 인식 속에서만 성립되는 유사성일 것이다. 겨우 4번 본 나에 대해, 나의 예술성에 대해 무엇을 알고 있단 말인가? 일단 나는 기분이 확 상했지만, '아, 그런 속성이 좀 닮았다는 말씀이시군요.' 라고 말하며 대수롭지 않게 넘겼다.  


오늘의 일기 주제로 활용되는 것 치고는, 솔직히 당시 나의 마음이 크게 동요하진 않았었다. 다만, '닮았다'는 표현을 예의주시하던 나의 과거가 떠올랐을 뿐이다. 오늘도 역시 다음과 같은 오래된 교훈이 생각난다.


나의 의도가 어떠하건 간에, 상대방은 내 말을 정반대로 받아들일 수도 있다.


그리고 이러한 교훈을 거꾸로 내 자신에게 적용해본다. 나는 다른 사람들에게 어떤 말을 건네야 할 것인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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