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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뜽삼이 Jul 12. 2023

동료의 좋은 아이디어에 대응하기

23.07.12.수요일


하루의 대부분을 직장에서 보낸다. 그래서일까? 직장에서 유독 강렬한 느낌을 받는 경험을 하는 경우가 많은 것 같다. 오늘도 그런 강렬한 느낌을 약 2번 정도 받은 것 같다. 어쩌면 더 될 수도 있다.


우리 프로젝트에 새로운 멤버가 합류하게 되었다. 원래 본사에서 근무하던 같은 회사 동료인데, 기존에 함께 작업하던 동료 한 명이 임신을 하게 되어 본사로 복귀하게 되었다. 더는 업무를 지속하기 어려울 것 같아 멤버가 교체된 것이다. 새로 합류하게 된 멤버 N님은 150 초반이 될까말까 하는 작은 키에, 왜소한 몸집, 바깥으로 튀어나올 듯 돌출된 눈과 치아를 가진 사람이다. 언뜻보면 설치류를 연상케한다. 이 분이 주변 사람들 특히 팀장님에게 말하는 걸 들어보면 매우 차분하고 부드러운 스타일로 말하는 것을 알 수가 있는데, 나는 그러한 부드러움이 작고 연약한 체구를 보완하기 위해 개발된 것이 아닐까 하는 추측을 해보았다. 즉, 험한 세상에서 그러한 몸을 가지고 살아가기에는 뭔가 부족함이 있었고, 그 부족함을 메꾸기 위해 나름의 소프트 스킬을 개발했다는 것이다.


그러한 스타일로부터 나는 꽤 많은 영감을 얻었다. 어떻게 사람들에게 접근하는 것이 보다 편안함을 이끌어낼 수 있을지, 그 사람을 통해 나름의 교훈을 얻어가는 것이다. 그런데, 그런 스타일이라고 해도 나에게 통하지 않는 것이 있었으니... 때때로 N님은 나에게 자신이 생각하는 더 좋은 방식을 다소 강하게 제안하는 경우가 있다. 가령, 오늘도 기존에 내가 작업하던 파일을 N님에게 전달하기로 하였는데, 더 나은 작업 방식을 제안하는가 하면, '강사님에게 최대한 빠르게 강의안을 요청하는 것이 좋겠어요' 라며 내가 묻지도 않은 것에 대한 의견을 제시하는 것이다! 사실 이러한 패턴은 이미 어제부터 감지하기 시작하였는데, 함께 교육 장소를 점검하는 과정에서 과자 배열하는 방식, 그리고 출석부의 양식 등에 관해 나에게 '좋은 아이디어'를 먼저 제안하는 것이 아닌가!


나는 그 아이디어 중 대부분을 받아들였고, 또 심지어는 고마워하기까지 했다. 그러나 마음이 결코 편하지는 않았다. 내가 묻지도 않은 것에 대해 '감히' 먼저 의견을 제시하다니...말이다. 그 아이디어가 얼마나 좋건 간에, 내가 보다 주도적으로 맡고 있는 일에 대해서는 '참견'이라고 받아들이는 경향이 있는 것 같다. 아마 나의 성향이 특히 이런 것에 민감한 걸지도 모르겠다. 그러나 아마 대부분의 사람들이 비슷할 것 같다. 제각각 자기만의 고유성을 바탕으로 스스로 해결해나가길 원하지 않을까? 그 때 먼저 나서서 무언가 제안하는 것은 저항감 내지 거부감을 유발할 수도 있는 것이다.


그런데, 그것이 어쩌면 나의 모습을 닮아있다는 생각이 들기도 하여 살짝 섬뜩했다. 나야말로 내가 옳다고 생각하는 것들을 타인에게 알게모르게 강요하고 있던 것은 아닐까? 누군가로부터 비롯된 강렬한 불편함은, 나 자신을 돌아보게 만든다. 그리고 반대로, 상대방이 더 좋은 것을 아니 더 좋다고 스스로 판단한 것을 나에게 제안한다고 하더라도, 나에게는 그 제안을 받아들이거나 혹은 거부할 권리가 있음을 분명히 하고 싶어졌다. 모든 해결안은 새로운 문제를 내포한다. 나는 그것을 지혜롭게, 현명하게 파악하고 대응하고 싶다. 그리고 그런 용기를 가지고 싶다.


또 다른 강렬한 느낌은 바로 팀장님이 H님의 작업 결과물에 대해 칭찬할 때 일어났다. 나 역시 같은 작업을 이전에 맡아 진행한 적이 있었는데, H님에게 그 작업을 잘해줬다는 말을 건네는 걸 옆에서 들었을 때 뭔가 얼굴이 화끈거리고 긴장되는 것을 느꼈다. 


10분이 다되어 이만 줄이는 것이 좋겠다. 조금만 더 이어써보자면,

누군가를 칭찬할 때 '자동적으로' 내 안에서는 경쟁 의식이 발동하는 것 같다.

'져서는 안돼'

비교당할 때의 그 처참함, 절망감이 자동반사적으로 일어나는 것 같다.

어린 시절 내내 내 안에 입력되고, 조건화되었던 바로 그 반응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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