brunch

You can make anything
by writing

C.S.Lewis

by 뜽삼이 Jul 16. 2023

일요일 질 무렵

23.07.16.일요일

다시 월요일을 준비해야 하는 일요일은 심리적으로 불안해지는 날이다. 오늘은 그나마 덜했지만, 한창 '해야 할 일'들이 산더미처럼 나를 기다리고 있던 어느 일요일 저녁들... 그 때 나는 다음 날 아침이 나를 기다리고 있다는 사실에 얼마나 불안과 공포에 떨어야만 했는가... 지나고 보면 그저 그런 날들이고 사실은 무엇 때문에 그토록 괴로워했는지 기억조차 나지 않는다. 그렇지만 월요일을 두려워하고 있다면 그것은 나의 현재 상태에 대해 무언가를 말해주고 있는 것이다.

따지고 보면 그렇다. 앞으로도 이런 직장 생활을 쭉 한다고 가정했을 때 일주일에 한번은 무조건 이런 불안하고 격정적인 과도기를 거쳐야만 한다. 그 때마다 나는 계속 이렇게 두려움에 떨어야만 할까? 얼마 안 있으면 아내와 함께하는 이 평온하고 따스한 세계에서 벗어나, 나를 물어뜯기 위해 하이애나가 기다리고 있는 저 미지의 야생으로 나가야 한다는...

지금 다니고 있는 이 회사에 입사하고나서 뿐만이 아니다. 예전에도 인턴 생활을 할 때, 그리고 홈쇼핑에서 MD 생활을 했을 때, 그리고 마지막으로 퇴사 직전 교육 팀으로 옮겨 출근을 했을 때에도 전부 이런 비슷한 종류의 느낌을 받곤 했다. 그래 나는 뭔가 새로운 환경에 그다지 잘 , 자연스럽게 성공적으로 적응하는 그런 사람은 아니었을지도 모른다. 앞으로 만약에 또 이직을 하거나 혹은 새로운 일을 맡게 되면 여전히 그런 불안이 나를 덮칠 것이다.

최근에 주식 투자에 대해 다시 관심을 갖기 시작했다. 아, 이번 주말에 좀 알아보려 했는데 바깥 일정이 너무 많아 차마 알아보진 못했다. 아무튼 이런 주식 투자와 같이 나를 회사 생활 바깥으로 꺼내어줄 수 있는 구세주를 .. 구세주가 되어줄 수 있는 그런 존재들을 만나게 되면, 회사 생활 별 거 아니네, 어차피 언젠가는 끝날 텐데... 하는 안도감? 뭐라고 해야 할까... 허탈함? 어떤 느낌인지 정확히 표현하기가 어렵다. 하여간 그런 느낌을 받곤 한다. 내가 정말 중요하게 여기고 있다가도 사실은 그렇게 불안해할 만한 일이 아닐지도 모른다는... 잠시나마 틀 밖으로 나가 나의 현재 상황을 바라볼 수 있게 되는 것이다.  그런데 사실 그게 제일 어렵다 !!! 나의 현재 상황을 다른 사람의 시각으로, 관찰자 시점으로 바라보는 것이 너무나 어렵다 !!! 이 또한 연습이 필요한 영역이겠지? 그렇다면 최근에 시작한 걷기 명상 또한 나를 내가 원하는 지점으로 데려가주는 데 도움이 될지도 모르겠다. 하루하루 이렇게 나 자신을 돌아보고, 또 수행하면 계속해서 나아지지 않을까? 어떤 지점이 '나은 지점'인지 아직 뾰족하게 말하긴 어렵다. 다만 하루하루 나 자신을 돌아보면 그 지점에 점점 가까워지리라는 믿음만은 분명히 있다.

나는 일요일 저녁마다 나를 엄습하는 저 불안,두려움이라는 녀석들에게 지고 싶지 않다. 물론 이기겠다는 것도 아니다. 이기는 것도 좋은 것은 아닐 거다... 그대로 받아주고 싶다. 그리고 친구가 되고 싶다. 나아가 그다지 자극되지 않는 그런 상태로 함께하고 싶다.  

작가의 이전글 보이지 않는 대화
작품 선택
키워드 선택 0 / 3 0
댓글여부
afliean
브런치는 최신 브라우저에 최적화 되어있습니다. IE chrome safari