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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박동현 Oct 21. 2020

출근과 고독 사이에서  

ASK 성찰 에세이: Q. 언제 고독을 느끼는가?

질문. 언제 고독을 느끼는가?



고독이라는 것은 우리가 우리 자신의 형태를 어떻게 선택할 것인 것 하는 과제를 포함하고 있다. 따라서, 고독에는 불안이 따른다. 
-사르트르- 




아침 7시, 침대에서 일어나 부랴부랴 세수하고 아침을 먹고 회사에 출근한다.


이제 공군 장교로 군대에서 일하게 된 지도 벌써 1년 반이 되었다. 아무것도 모르는 ‘쏘위’에서 탈출해 그래도 이젠 어느 정도 부대 일에 익숙해지고 중요한 일과 중요하지 않은 일을 구별할 수 있을 정도의 짬밥은 먹은 것 같다. 물론 그럼에도 쉬운 일은 없다. 정신없이 몰아치는 업무를 처리하기에는 아직도 벅차다. 사회초년생으로서의 역할을 힘겹게 배워나가는 중이다. 


그런데 요즘 들어 느끼는 것이 있다. 그토록 하기 싫은 출근이지만 막상 그 전날 밤을 새우며 당직을 하고 그다음 날 오프를 해 집에 가서 출근을 하지 않으면 뭔지 모를 불안감이 스멀스멀 방바닥에서 기어오른다. 


출근을 하면 나의 의지와 상관없이 어떤 일이 주어지고 그 주어진 일을 어찌어찌하다 보면 시간이 간다. 그러다 점심시간이 오고, 잠시 쉰 후 다시 일을 하다가 정해진 시간이 되면 차에 몸을 싣고 집으로 돌아온다. 피곤하지만 불안하지는 않다.


그러나, 출근하지 않으면 오롯이 그 시간에 대한 선택과 책임은 나에게 있다. 출근을 하지 않는다는 해방감과 자유에 대한 기쁨도 잠시, 불안감이 찾아온다. 무엇을 할 것인지, 어디를 갈 것인지, 누굴 만날 것인지 내게 달려있다.


출근을 할 때는 내가 시간을 본다면, 출근을 하지 않을 때는 시간이 나를 보는 느낌이다.  


얼마 전, 홍세화 씨의 신작『결: 거침에 대하여』라는 책에서 이 불안감에 대한 힌트를 얻었다. 


자유는 외로움을 대가로 치러야 한다. 외로움과 함께 밀려오는 심리적 불안도 대가로 치러야 한다. 자유는 외로움과 불안의 조건 아래 얻을 수 있으므로 자유인은 외로움을 즐길 줄 알아야 하며, 심리적 불안을 극복할 수 있는 독립성을 갖춰야 한다.




세상은 냉철하다. 누구나 자유를 원하지만 자유롭기 위해서는 고독해져야 한다. 그러나 인간은 조직에, 집단에, 다수에 속하고 싶어 한다. 그래서 많은 사람들이 자유를 포기하고 외로움에서 벗어나려고 한다. 고독과 자유는 함께 볼 수 없는 달의 앞 뒷면이며, 함께 필 수 없는 벚꽃과 코스모스다.


최근 들어 프리랜서가 대세다. 많은 회사원이 자유롭게 시간을 사용하고 어디서든일 할 수 있는 프리랜서가 부럽다고 한다. 그러나, 프리랜서라는 것은 어찌 보면 더 힘든 것일지 모른다. 자유를 보장받는 대신에 항상 불안과 외로움을 안고 살아가야 하기 때문이다. 


그런데 여기서 질문 한 가지가 생긴다. 왜 갑자기 프리랜서가 많아지고 핫해진 것일까? 이런 갑작스러운 개인의 변화에는 개인 각각의 결심보다는 사회의 변화가 영향을 미친다. 이전에는 그나마 좋든 싫든 회사생활을 버티면 정년이라는 보상이 기다리고 있었지만 요즘에는 ‘노동의 유연성’이라는 자본가들의 그럴싸한 핑곗거리로 인해 그 마저도 힘들게 되었다. 거기에 더해 4차 산업혁명과 고령화라는 커다란 변수로 인해 젊은 이들은 조직에서 머물러 있고 싶어도 있을 수가 없다.


우리는 프리랜서가 되기를 선택했다기보다는 조직에서 쫓겨났다고 보는 것이 맞을 것이다.


맞다. 지금은 위기다. 그러나 위기(危機)에는 ‘위험’과 ‘기회’가 함께 하고 있다. 회사라는 ‘조직’에 묻혀 나의 실존보다는 본질, 즉 나의 사회적 효용성에 나의 가치가 정해져야 했던 시기를 지나 그 어느 하나로 수식될 수 없는 ‘나’로서 실존할 수 있는 시기가 오는 것일지 모른다. 


내 존재의 외로움과 불안을 직면하고, 인정하고, 잘 달래줄 방법을 찾는다면 어쩌면, 우리는 진정한 자유인이 될 수 있는 기회를 찾게 될지도 모르겠다. 


출근하지 않는 수요일 오후, 고독에 대해 끄적이며 조금이나마 불안감을 달래 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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