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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사회복지사 박동현 Oct 25. 2020

구슬팀 '합동연수'2

형, 사회복지 어떻게 공부했어요?

4부. 학교 밖에서 할 수 있는 사회복지 공부

1장. 김치와 밥만 먹으며 공부한 '구슬 3기'


# 공부가 가장 재미있었어요. '합동연수'


구슬팀 1주차 '합동연수'기간에 우리가 했던 것은 단순했다. 

함께 '복지요결'책을 읽으며 정말 쉬지 않고 공부했다. 아침부터 저녁까지 오롯이 '사회사업'에 집중했다. 아침에 일어나 다 같이 강기슭을 따라 조깅을 하고 돌아와 밥과 김치로 식사를 하고 지하 강당에 모여 공부했다. 나도 처음에는 '어떻게 하루 종일 공부하나'하고 걱정도 되었다. 그런데 희한하게도 그렇게 공부하며 대학교에서도 느껴보지 못했던 희열감을 처음으로 느꼈다. 오해하지는 말길. 내가 그렇게 공부를 잘하거나 좋아하는 스타일은 아니다. 중고등학교 때는 겨우 겨우 중간 성적을 유지하고 대학교도 재수를 해서 들어갔다. 아주 못하는 것도 아니지만 그렇다고 그렇게 공부를 잘하는 스타일도 아니었다. 평범한 수준이었다. 그랬기에 나도 구슬팀에서 함께 공부하며 이렇게 '공부하는 게 재미있다.'라고 느낀 것이 놀라웠다.     


어떻게 공부했기에 이런 재미를 느낄 수 있었을까? 결론부터 말하자면, 그 이유는 우리가 공부했던 방식이 '끝장 토론'이었기 때문이라고 하겠다. 합동연수 동안 '복지요결'책을 가지고 함께 공부를 해주신 한덕연 선생님께서 우리에게 요구하신 것은 책을 읽다가 궁금하거나 이해가 안 되는 부분이 있으면 자유롭게 질문하라는 것이었다. 단순했다.


사실, 대학에서 공부할 때도 교수님들께서 질문을 권장한다. 그러나 대학 수업에서는 분명한 한계가 있다. 정해진 학습 분량과 정해진 수업 시간, 그리고 많은 수의 학생들이 무의식적으로 주는 압박감. 이러한 것들 때문에 질문에 꼬리에 꼬리를 무는 질문은 사실상 불가능하다.


그러나 합동연수에선 정해진 분량도 없었고 하루 종일 사회복지 이야기만 할 수 있었고 20명의 소수의 학생들이 공부했었기 때문에 '질문의 접근성'이 확 내려갔다. 특히 이번 구슬팀에 함께 하게 되었던 학생 중에서 베트남에서 온 누나가 있었는데 한국어를 이해하는데 아무래도 조금 어려움을 느껴서 더욱 열심히 질문하고 선생님께서도 이해가 될 때까지 설명을 해주시려 노력해 주셔서 다른 학생들도 부담 없이 질문하고 이야기할 수 있었다.      


우리가 다루었던 주제는 아주 다양했다. '사회복지사는 전문가인가?', '사회복지의 이상이 우선인가 사회복지사의 행복이 우선인가?', '잘 돕는다는 것은 어떤 것인가?', '사회복지사를 해야만 사회복지를 할 수 있는가?' 등 학교에서는 던질 수 없었던 질문들을 던졌다. 이런 질문을 학교에서 들어본 적이 있는가? 난 없었다. 이렇게 사회복지에 관련된 다양한 주제들을 가지고 이야기하고 토론하며 생각을 확장할 수 있는 이 시간이 즐거웠다. 함께 모여 책을 읽고 토론을 하다가 끝이 안 나면 자기 전 같은 방 사람들끼리 모여서 또 이야기했다.     


그렇게 공부했던 주제 중 하나를 한 번 나눠보려 한다. 함께 다루었던 주제 중에서 어쩌면 가장 예민한 주제일 수 있었던 것이 '사회복지사는 전문가인가?'에 대한 것이었다. 이 질문은 어찌 보면 사회복지사라는 직업에 대한 직접적인 공격이자 사회복지라는 학문에 대한 도전이라고도 느껴질 수 있는 질문이었다. 그러나 사회복지 자격증 보유자가 1급, 2급을 합쳐 100만 명이나 되고 너무나 다양한 분야의 업무가 있는 사회복지라는 것을 고려했을 때 한 번쯤 생각해 볼 만한 주제라고 생각이 들었다. 아래 내용은 합동연수를 하며 했던 토론 내용을 토대로 생각을 정리한 글이다.      


교과서를 보면 사회복지사는 ‘사회복지 지식을 가지고 사회문제를 진단하고 평가하고 해결하는 사람’이다. 그런데 생각해보면 '사회문제'라는 것은 너무나 광범위하다. 사회문제가 아닌 것이 없다. 층간소음문제도 사회문제이고 길거리 쓰레기 문제도 사회 문제이다. 여기서 중요한 것은 사회복지사 말고 다른 직업이 이 문제들을 더 효율적으로 해결할 수 있다는 것이다. 층간소음문제는 건축사가, 시공사가 더 잘 해결할 수도 있다. 또는 층간소음으로 싸움이 생겼다면 변호사가 법률적인 측면에서 해결을 해 줄 수도 있다. 쓰레기 문제는 미화원들이 사회복지사보다 훨씬 더 효과적으로 문제를 해결해 줄 수 있지 않는가? 이렇듯 우리 주변에서 일어나는 다양한 문제 중에서 사회복지사만이 해결할 수 있는 일은 무엇일까? 아니 과연 그런 것이 있기나 할까? 전문가를 '특정 영역에서 정통한 전문적인 지식과 능력이 있는 사람'이라고 정의한다면 사회복지사는 전문가라고 하기 어렵지 않을까? 과연 어떤 사회문제를 사회복지사가 가장 잘할 수 있다고 말할 수 있을까?      


결국 사회복지사를 전문가라고 칭하기 위해서는 사회복지사가 어떤 문제를 다루느냐만을 가지고서는 불가능하다는 생각이 든다. 그렇기에 중요한 것은 사회복지사는 '사회문제'를 '어떻게' 돕느냐이다. 사회복지사가 전문가로서 사회문제를 해결하기 위해서는 '사회복지적인' 방식으로 접근해야 한다. 그렇다면 이제 고민해야 하는 것은 과연 '사회복지적인 것은 무엇인가'일 것이다.


'복지요결'이라는 텍스트와 진행을 해주시는 선생님이 계셨지만 이렇게 우리의 질문에 대한 토론과 또 이어지는 질문이 우리의 공부 방식이었다. 중간중간 질문이 생기면 자유롭게 이야기했다. 이렇게 공부하니 재미가 없을 수 있었을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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