내가 일하게 되었던 비영리단체 ‘꽃이되었다’는 작은 단체였지만 지향하는 바가 명확했다.소수의 전문가나 대기업, 정부 지원으로 운영되는 일방향적인 청소년 후원단체가 아니라 마을 주민들이 청소년들의 후원자가 되어주고, 청소년들이 다양한 방법으로 마을에 다시 공헌하는 형태를 지향하는 곳이었다. 큰 기관이나 시설에서 일을 하지 않고 이런 작은 비영리단체에서 일을 해보고 싶다는 마음이 들었던 것도 이 지향하는 바가 궁극적으로 옳다고 보았기 때문이었다.
일을 시작하게 된 지 며칠 안 되었을 때였다. 대표님에게 왜 이런 방향성을 가지고 이곳을 운영하게 되었는지 물어보았다.
사실, 어머니의 영향이 컸어요. 어머니가 운영하고 계시는 교회에서 함께 하는 지역아동센터에서 아이들을 만나게 되었는데 일방적으로 아이들이 도움을 받기만 하다 보니까 감사할 줄도 모르고 베풀 줄 모르는 아이들로 커가는 것 같다는 말씀을 하셔서 이러한 방향성을 가지고 아이들과 함께 해야겠다고 생각했어요.
나중에 알고 보니 대표님은 원래 신학공부를 하다가 결혼 후 미국으로 유학을 갈 계획이었다고 하셨다. 그러나 개인 사정으로 인해 유학이 취소되었고 부모님이 계시는 교회에서 전도사님으로 섬기시게 되었다. 그러던 중 교회 위층에 있는 지역아동센터의 작은 방 한구석에서 핸드폰만 하고 있는 청소년들을 가만히 보고만 있을 수 없어 유학자금이었던 3000만 원을 지금의 ‘꽃이되었다’가 있는 공간을 마련하기 위해 전세금으로 묶어두고 아내분과 함께 본격적으로 이 일을 시작하게 되신 것이었다.
이곳에 오는 십여 명의 청소년들 중 대다수는 대표님의 어머님께서 운영하시는 지역아동센터에서 초등학교 시절을 보낸 아이들이었다. 편부모 가정에서 자란 친구, 이모네 가정에서 지내고 있는 친구, 부모님께서 맞벌이를 하시느라 늦게까지 집에 혼자 있어야 하는 친구 등 다양한 배경을 가진 친구들이 있었다. 이 친구들이 안전하게, 그리고 배우고 싶은 것을 배울 수 있는 공간을 마련하는 것을 목적으로 공간을 마련했고 이후 비영리단체를 설립해서 더 다양한 청소년들이 모이게 된 것이었다.
그렇게 시작된 이곳의 정체성은 위에 말한 지향하는 바를 따라 크게 다섯 가지로 정리되었다.
첫째, 하나님을 사랑하고 이웃을 사랑하는 청소년 자치 단체
둘째, 야간에 안전한 마을 공간을 제공하는 청소년 보호 단체
셋째, 청소년들이 배우고 싶은 분야를 배우는 청소년 학습 단체
넷째, 마을의 후원으로 자란 청소년들이 하나님의 사랑으로 다시 마을을 섬기는 청소년 자선 단체
다섯째, 사랑이있는작은도서관과 연계하여 마을단위 문화 운동을 주도하는 마을 그루터기 문화플랫폼이 그것이었다.
공간은 작지만 따뜻했다. 오른쪽으로는 벽면을 가득 채운 책장에 책들이 꽂혀있었고 4인용 책상 3개와 2인용 책상 1개가 공간을 채우고 있었다. 뒤편으로 작은 개수대와 냉장고가 숨겨져 있었다. 지금 보면 아주 깔끔하고 세련되지만 이런 공간이 만들어지기까지 여러 도움이 있었다. 교회의 후원으로 들어온 의자, 주워온 책상과 냉장고, 주민분이 후원해주신 스탠드 게시판 등등 지역사회에서의 관심과 마음이 있었기 때문에 이런 공간이 만들어질 수 있었다.
꽃이되었다 내부
꽃이되었다 내부
나는 이곳에서 오후 2시부터 저녁 7시까지 하루 5시간을 일하게 되었다. 청소년들이 학교에 있다가 하교를 하는 오후 4~5까지는 프로그램 기획 및 행정업무를 하고 그 이후에는 청소년들과 함께하는 프로그램 진행, 청소년 상담 및 학습지도를 하게 되었다. 크고 작은 감동적인 스토리가 있는 이곳에서 또 어떤 이야기들을 써 내려가게 될지 기대하며 일을 시작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