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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안나 Jan 08. 2022

감사 더듬이를 달아준 글쓰기

서울시 서초구 반포 도서관에 내 책이 꽂혀 있다 했다. 친구가 동네 도서관인 서초4동 도서관에 희망도서로 내 책을 신청했는데 이미 도서관에 있더라며 책을 찾아 인증사진을 보내줬다. 꽤나 두꺼운 책들 사이에 끼어 날씬한 책 등을 내 보이며 꽂혀있는 책(제목-어디서 저런 보석을 만났니?)을 보니 대견하기도 하고 안쓰럽기도 했다.

“에고, 어떻게 거기까지 갔어.”

엄마의 무관심 속에 혼자 애쓰며 걸어간 자식에게라도 하듯 혼잣말이 불쑥 튀어나왔다.


독립출판으로 가까운 지인들과 나눠 보자는 마음으로 출판한 책이었다. 마치 토끼와 거북이 경주에서 목표점에 먼저 도착한 거북이라도 듯 나는 신기하고 대견하게  책 사진을 바라봤다.

“우리 도서관에는 책 구매 전담팀이 따로 있어.”라는 서초구 친구 이야기에 내 기쁨은 조금 더 커졌다. 대천 밤 바닷가 폭죽 터지듯 깨알 같은 기쁨이 하나씩 터지는 기분이기도 했다. 서울의 중심 도서관에 어떻게 내 책이 선정되어 자리 잡고 있는지 그 질문 하나를 마음에 품으니 연말연시가 행복했다. 그리고 그 질문은 그냥 질문으로만 품고 있어야 내내 행복할 거 같았다. 내게는 그 이유가 세상의 기원보다 더 중요하지만 남겨두면 내내 신비로 남아 있을 터였다.


서초구 친구의 인증 샷으로 부산 친구도, 서울 동작구 친구도, 분당 친구도 모두 내 책을 희망도서로 신청해 주었다는 댓글을 보내왔다. 책이 마치 날개라도 달고 서울로 부산으로 날아간 것 같은 기분이 들었다.


글쓰기는 동네서점 에세이 팀에서 2주에 한 번 글쓰기 수업을 받으며 시작됐다. 책 쓰기는 배지영 작가의 권유로 에세이 동료들과 책 컨셉을 정하고 그 간의 글들을 정리하고 원고 보충을 하며 이뤄졌다. 경험이 없으니 ‘무식하면 용감하다’는 말로밖에는 설명할 수 없는 독립 출판이었다. 환갑 기념으로 책 선물을 받은 남편은 이 책이 마치 자신의 자서전쯤이나 되는 것으로 이해했다. 자신의 지인들에게 책 출간을 알리고 구매하지 않은 지인에게는 서운한 표시도 거리낌 없이 했다. 책의 내용을 이미 체험했던 지인들은 적극적으로 독후감상문을 보내왔고 그 과정에서 남편과 나는 환갑을 의미 있게 기념했다고 자축했다.


책을 내고 나서도 에세이 동기들과는 2주에 한 번 온 라인 모임으로 글쓰기 숙제를 올린다. 책을 낸 후 변화라면 정기적으로 글을 쓰려 노력한다는 거다. 본시 나는 숙제에 목숨 걸던 학창 시절을 보낸지라 글쓰기도 숙제라 생각하니 거르지 않고 하는 것이 자연스럽다. 동기들 중엔 올해 다시 출간 계획을 세우고 책 쓰기를 시작한  동기들도 있다. 막강한 독서력과 필력을 갖춘 동기들이 있어 자랑스럽고 글쓰기 동기 부여가 된다.


올해도 꾸준히 글쓰기 숙제를 할 것이다. 부담 없는 글쓰기를 위해 하루에 몇 줄 아침 일기를 쓰고 있다. 몇 줄이라도 쓰고 나서 꼭 감사 일기를 덧붙인다. 10여 분도 안 걸리는 잠깐의 기록이지만 감사한 일을 생각하다 보면 이렇게 시작하는 하루가 충분히 감사하다는 생각이 든다. 이 모든 게 글쓰기에서 시작되었으니 글쓰기가 감사 더듬이를 달아준 셈이다. 아침 감사일기가 감사 더듬이를 더 예민하게 해 다. 더불어 행복 더듬이도 예민해질 것이다. 감사일기 끝에 오늘 질문 하나를 덧 붙였다.


“오늘 행복할 준비가 되어 있습니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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