현실에 서 있는 아내와 이상을 걷는 나

인문학 글쓰기

by 안상현

결혼 10년 차에 접어들며 깨달은 게 하나 있다. 나는 ‘이상’을 말하고, 아내는 ‘현실’을 살아낸다는 것. 이건 단점이 아니라, 우리가 부부로 살아가는 방식의 본질이 아닐까 싶다.


내가 “이런 글을 써보고 싶어”라고 말하면 아내는 “돈이 될까?”라고 묻는다. 처음엔 이 차이가 답답했다. 왜 내 꿈을 막는 걸까, 왜 내 계획에 공감하지 못하는 걸까.


그런데 어느 날, 문득 이런 생각이 들었다. 혹시 내가 날아오를 수 있었던 건, 누군가 땅을 단단히 밟고 있었기 때문이 아닐까? 나는 허공을 그리며 방향을 찾고, 아내는 일상에 작은 돌을 쌓는다. 이상은 방향을 정하지만, 현실은 속도를 결정한다. 이상은 가능성을 열어주고, 현실은 균형을 지켜준다.


각자 살아내는 방식이다. 현실을 견디는 힘과 이상을 놓지 않는 희망 사이, 그 사이가 바로 우리가 매일 마주 앉는 식탁이고, 함께 자는 침대이고, 서로의 말을 들어주는 산책이다.


우리가 부부로 오래 함께 걷기 위해서는 한 사람이 완벽한 해답을 가지는 게 아니라, 각자의 결핍을 조용히 메워주는 태도가 필요하리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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