삶은 질문으로 완성된다
하루를 마치며 온 가족이 식탁에 앉는다. 갓 지은 밥 냄새와 먹음직스러운 돼지고기볶음, 그리고 그 곁에 놓인 초록색 소주 한 병. 뚜껑을 돌려 딸깍, 소리를 내고 투명한 잔에 꼴꼴꼴 술을 따른다. 입 안을 톡 쏘고 넘어가는 그 알싸함. 나에게 저녁 반주는 치열하게 오늘을 버텨낸 의식이다.
하지만 늘 불청객이 등장한다. 바로 아내의 잔소리다. "당신, 또 마셔? 건강 생각 좀 해." 그 말을 듣는 순간, 목구멍으로 넘어가던 술맛이 뚝 떨어진다. 억울하다. 내가 무슨 주정뱅이도 아니고, 다음 날 지장을 주는 것도 아니다.
나는 내 주량을 정확히 알고, 딱 기분 좋을 만큼만 마신다. 안 마시자니 하루의 마무리가 덜된 것 같아 서운하고, 마시자니 아내의 눈치가 보여 가시방석이다. 이 딜레마 속에서 내 손은 갈 곳을 잃는다.
아내의 잔소리는 통제일까, 사랑일까. 듣기 싫은 잔소리지만, 그 이면에는 "당신과 오래오래 건강하게 살고 싶다"라는 마음도 느껴진다. 그렇다면 나의 반주는 쾌락인가, 생존인가. 나에게 이 한 잔은 고단한 하루를 위로하는 작은 선물이다.
결국 이 식탁 위의 전쟁은 서로를 미워해서가 아니라, 각자의 방식으로 사랑하기 때문에 벌어진다. 아내는 우리의 '미래'를 걱정하고, 나는 나의 '오늘'을 위로받고 싶은 것이다. 그래서 난 평화협정을 맺기로 했다. 술이 나를 마시는 게 아니라, 내가 술을 통제하고 있음을 보여주는 것이다.
나이가 든다는 건, 내가 좋아하는 것을 조금 덜어내어 곁에 있는 사람의 마음을 채워주는 과정일지도 모른다. 버티는 삶을 위하여, 그리고 곁을 지켜주는 고마운 잔소리를 위하여, 건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