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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사공리셋 Jul 27. 2021

'엄마'의 역할

김미경선생님

남편이 말했다.

아이가 저학년인데 당연히 부모가 이거 하는 거 어때? 저거 하는 거 어때?라고 일러줘야지

일러주지 않으면 하루 종일 논다고.

당연히 맞는 말이고, 그 정도는 나도 안다.


"그렇게 해줄 수 없는 현실 안에서 내가 할 수 있는 걸 얘기하라고!!!!"

일 엄마라서 해줄 수 없는 부분에 묻어두고 지내는 죄책감을 건드려 결국 하고 말았다.

물론 남편도 의도하고 얘기한 바는 아니었겠지만, 굳이 그런 사실을 나에게 얘기해 줄 필요는 없었다.


아이가 엄마와 약속해둔 문제집을 풀어놓긴 했지만,퇴근후 돌아와  채점하다 보니 엄마에게 보이기 위해 슬렁슬렁 풀어놓았다는 느낌이 왔던 순간 1차적으로 깊은 인내심을 발휘해야 했고, 내가 이 순간에도 혹시 억지스레 비전이 없어 보이는 일자리를 지키는 게 맞나 잠시 흔들리는 그 지점에 대고 팩트 폭격을 당한 것 같았으니 내 감정이 요동을 쳤던것 같다.

누구 탓도 아닌데 누구 탓을 하고 싶었던 것인지 어쨌든 남편에게 화살이 날아갔다.


회사 일로 엄마가 힘이 들 땐 귀신같이 아이들이 숙제도 잘하고 엄마 아빠의 말에 크게 어긋나지 않게 약속도 잘 지키고 평안하던데, 이제 어느 정도 회사에서 내 포지션을 스스로 정했고 생각이 정리되어가는 시점, 엄마 없이 처음 맞아본 아이의 초등학생 방학에 아이의 빈틈이 내 눈에 가시처럼 들어오기 시작하는 거 보니 신이 있다면 참으로 감사하긴 하다.


4차 산업혁명시대 대학의 문턱은 낮아졌고

이제는 입시가 목표가 아니라서, 부모는 아이의 공부를 어떻게 시켜야 하며, 어떤 방향으로 아이들을 이끌어줘야 할지... 어른으로 살아온 내공이 얼마 되지 않아서 지금도 새로운 공부를 하루에 한시 간 이상씩 해나가려 노력 중이지만 무한 재능을 숨기고 있는 아이들에게는 놀이가 공부이고 그 공부가 재능과 연결되면 성공하는 시대가 올 텐데...

나는 지금 무엇을 해줘야 할까?

마치 가보지 않은 길을 안내해야만 하는 것 또한 부모의 몫만 같고...

오히려 부모의 역할이 더 커진 것만 같고...


내가 좋아하는 마음속의 멘토 같은 김미경 선생님(MKYU대학)의 말씀이 머리에 스친다.

훌륭한 분 위에 훌륭한 엄마의 말.

"미경아 여자로 살면서 내가 불편한 건 엄마가 사는 동안 다 고쳐놓고 갈게. 그래야 우리 딸이 안 당하고 살지. 엄마가 그것도 못하면 내가 왜 먼저 태어났겠니?"(엄마)

"내 자식이 단단하길 원한다면 엄마인 내가 먼저 그렇게 살아야 합니다"(김미경 선생님)


아이들을 막 이끌어가기보다,

내가 먼저 태어나서 어른이 되었는데, 살아보니 세상에 불공평하고 또 불편한 게 눈이 보이긴 하더라...

내 아이는 안 겪게 하도록 변화시켜보는 거?!


문제집 대~충 풀어놓은 아이를 보고 속상해서 투닥거리 하다 생각의 꼬리가 여기까지 왔네...


엄마로서 단단하기 위해 오늘도 스스로에게 긍정의 기운을 전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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