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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사공리셋 Jul 29. 2021

지각을 하고 싶었던건 아니고

땡볕을 걷다 생긴 감정의 오류.

마흔에 갱년기도 아니고 출근길부터 땀이 주르르... 눈물도 주르르...


상황은 이러했다.


아침에 일어나 아이들, 남편 먹거리 챙겨놓고, 아이들 수저 물통 남편 커피 등등 준비해두고 나면 시간이 부족  내 먹거리 고구마나 과일 입에 넣고  뛰어나와서 버스를 타면 딱 7시 40분 정도 된다.

마스크를 쓰면서 좋아진거라면... 양치를 회사에 와서 하는 횟수가 늘었다...

버스를 타러 뛰어나오는데 7시 39분인데... 눈앞에서 버스가 떠나고 있다...

황금 같은 1-2분인데 버스기사님 오늘은 왜 더 빨리 오신거야...


'에라잇' 천천히 걸어가며 버스앱을 열었다.

허걱, 다음 배차된 버스 모두가 14-15분 후에 도착으로 뜬다.

코로나 재확산으로 배차 단축이 된건가...

보통 5-6분이면 오는데...

버스 2대가 이 동네 사람들 지하철역까지 바래다주는데 두 대 모두 배차가 이따구라니...


어쩔 수 없이 택시를 잡아야겠다 싶어 둘러보오늘따라 어찌 된 일인지 단 한대도 보이지 않았다.

일단 걸었다...

자꾸 두리번거리며 '좀 걷다 보면 잡히겠지' 생각으로 무작정 걸었다.

근데 10분을 땡볕에 걸어다녀도 단 한대도 나타나지 않았다...

더 이상은 안 되겠다 싶어서 콜을 부르기 위해 핸드폰을 열었는데, 아뿔사!

'.. 배터리가 5% 남았네..'

요즘 나의 정신상태가...

밤에도 아이들 재우다 기절하다시피 잠들면서 충전도 못한 탓인데 누굴 탓하리...

그런데 하필 왜...지금 이순간...이냐고...


조명이 꺼져버려서 땡볕에 화면이 잘 보이지도 않았다.

꺼져버리기 전에 조금 늦겠다고 빨리 가겠다고 사무실에 먼저 연락을 하고, 남편에게 바로 저나를 걸었다.

'제발... 받아라... 배터리가 없다...'

한 번에 받지 않더니 다행히 바로 전화가 걸려왔다.

"나 배터리 3프로 남았어, 여기 oo빵집 앞인데 택시 좀 불러줘"


10년을 넘게 함께 살아온 남편, 앞뒤 정황을 따져 묻지도 않는다.

"뭐?...(잠시주춤)... 응"

드디어 나의 구세주 같은 택시기사 아저씨가 나타나셨다.

 "oo대학병원 맞지요?"

남편이 직장 주소까지 찍어서 콜을 한 모양이었다.

나는 지하철역까지만 갈려 했는데... 이래 된 마당에 편하게 회사까지 택시를 타볼까?생각하면서 대답을 해야하는데 긴장이 풀리면서 갑자기 눈물이 울컥 차올랐다.

"네, 맞아요...(눈물을 삼키며)"

이유는 모르겠고 눈물이 났다.

.

.

.

"누가 많이 아픈 모양이네요?"

"아... 아니요..."

순간 출근길이라는 말이 나오지 않았다.

아니 기사님 덕분에 정신이 번뜩 들어 눈물이 쏙 들어갔다.

기사님도 눈치만 보시다 더 이상 아무말도 하지 않으셨다.


더운 날씨에 너무 짜증이 나서 눈물이 난 건지,

지각할까 봐 걱정이 된 건지...


스스로도 어느 포인트에서인지 이게 진짜 눈물이 날 일인가 싶긴 했다!


내 감정을 나도 잘 모른다.

의미 없는 일을 하고 있는 것만 같은 회사에 내가 어디를 향해야 할지 몰라서 그냥 쳇바퀴 구르듯 굴러가는 일상에 이런 조그마한 삐그덕 거리는 일! 분명 별일 아닌 이벤트임에도 불구하고 내 마음이 크게 울컥했던건 아니었을까 생각이 들었다.


언제나 감정은 복잡한 기전에서 시작되기에 왜 내 눈물이 반응건지 정답을 찾는게 쉽지는 않았다.


리의 감정은 우리가 흔하게 알고 있는 몇 개의 단어 기쁘고, 화나고, 슬프고... 등등 단 몇 가지로만은 단정 지을 수 없다고 한다.

시간이 약이 되면서 잊히는 것들이 대부분이라 나를 포함하여 많은 사람들은 굳이 감정이 무엇인지에 대해서 이름을 붙여보거나 헤아려보지 않는다고 했다. 하지만 실제로는 잊혀지는 것이 아니라 무의식 중에 각인되어 더 오래 남는다고 한다.

시간이 지나면 잊혀지겠거려니 생각하고 넘어가는 것들도 시간이 지나면 결국 다시 반복이 되어 같은 반응으로 나타나는 것을 보면 그 말이 맞는 것 같기도 하다.

때로는 이 묵은 감정이 생각의 고리가 되어 큰 오판이나 오류를 범하기도 한다고 했다.


예를 들면 오늘처럼 평소 회사에 대한 부정적인 감정이 퇴사를 고민해오던 중에 이런 작은 이벤트에 걸리게되면  "에잇, 짜증 나 !놈의 회사 때려치워야지!"라고 결정해버리는 오류말이다.


따라서...내가 화가나고 짜증이나고 때로는 슬프고...평소와 다른 감정이 일어날 때면 그에 대해 어떤 감정이고 왜 겼는지 생각해보는 시간이 꼭 필요한 것 같다...


, 육아, 자기 계발을 취미처럼 하는 나에게 에너지는 생명인데 아침부터 에너지 두배로 썼더니  출근하자마자부터 기진맥진이다.

사무실을 들어가며 죄송합니다! 한마디로 무마될 연차도 되었고, 찬 생수 실컷 들이키고 나니  몸도 마음도 좀 살아난것 같았다.

초년생때 같았으면 하루종일 죄인처럼 눈치보고 일했을텐데 이럴때 연륜이 좋다고 하는건가 싶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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