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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사공리셋 Jan 20. 2022

딸아이의 머리를 묶어 줄 수 있어서

일 엄마들의 바쁜 아침시간

"그대를 만나고, 그대의 머릿결을 만질 수가 있어서"

이적' 다행이다' 노래 가사가 생각난다.


아이가 어린이집을 다닐 때에는 하원 시간쯤 선생님들이 머리를 다시 묶어주시기도 하고 오히려 예쁘게 멋 내서 묶어주시기도 해 하원하는 사진 속의 딸아이 모습은  예고 단정하고 사랑스러웠다.

유치원으로 가면서보육이 아 교육으로 들어가서 그런 건지 5세는 그럭저럭 괜찮았지만 6세, 7세가 되어가니 활동시간 키즈노트로 올라오는 사진 속에는 유달리 내 아이 헤어는 드라마 주인공 '추노'의 모습을 떠올리게 했다.

위에 두 살 터울의 오빠있다 보니 몸으로 노는 걸 좋아하기도 하고, 그냥 잘 놀았구나 생각하고 넘기기에는 참 헤어가 너무 거추장스럽고 거슬다.


매일 아침 7시 30분이면 출근길을 나서는 나에게 아이머리를 이쁘게 묶어주는 건 혼자만의 의지로 되는 것도 아니었다.

퇴근하고 와서 밥 먹고 조금만 쉰다고 여유 부리다 후다닥 잠잘 준비를 끝내고 아이들이 잠자리에 드는 시간은 밤 10시. 그것도 10시를 안 넘기려고 무지하게 애써서 10시다.

이들이 몸을 일으키지 못하면 엄마로서는 그냥 아빠에게 떠 넘길 수밖에 없는 머리 묶기 미션이었다.

오후 녘 키즈노트로 올라오는 사진을 볼 때마다 불편하지만 애써 외면했던 건지도 모를 일이었다.

예쁜 머리띠도 권유해보고, 머리핀도 권해보지만 오빠 따라쟁이 여동생에게 머리띠나 헤어핀은 예쁜지만 내 것은 아닌 것!이라는 이 박힌건지 감히 시도 해보지도 못했다. 단발머리를 권해보지만 긴 머리가 예뻐서 좋은 건 또 포기가 안 되는 듯... 어휴... 어렵다 어려워.


오늘은 '조금 덜한 추노''진짜 추노'의 차이일 뿐 잘 변하지 않는 아이의 일상 사진번갈아 올라오는 게  반복이었지만 그냥 계속 보다 보니 내 눈이 익숙해지기도 하고 ' 내 눈에만 예쁘면 됐지 뭐' 생각하며 지나온 시간이 흘러 어느새  초등 입학을 앞두고 있다...


곧 퇴사를 하고 내가 하고 싶은 일을,

아니 내가 잘할 수 있을 것 같은 일을 찾아서 새로운 분야에 도전한다.

어쩌면 삶의 리밸런싱에 초점을 두고 아이들의 엄마 역할과 그리고 커리어 사이에서 불편했던 감정을 이제는 내려놓기 위해 어쩌면 참도 어려운 결정을 다.


8시 30분까지 출근에서 10시까지 출근이라 새로이 이하게 될 아침 시간의 여유로움이 너무나도 기대되고,

무엇보다 우리 딸 머리 예쁘게 묶어줄 수 있는 여유.


나의 아침 시작시간은 새벽 4시라도 상관없다지만,

아이의 아침 시작시간은 내 맘대로 되지 않아서 늘 불편했던 마음에서 탈출할 수 있게 되었다.

그리고  아빠의 아침시간 긴장감도 덜어줄 수 있게 되어서 여러 가지로 내 삶이 지금보다는 여유로워질 거라는 것을,  아침시간에 대한  설렘이 가득한 나날들을 보내고 있는 중이다.


돌쟁이일 때에는 자는 모습 보며 문 닫고 도망치듯 나오고

(일어나서 울며 바짓가랑이 잡을까 봐)

서너 살쯤엔 기쁘게 빠빠이 손 흔들어 줄 때면 즐겁게 나오고, 울며 짜증 내는 날에는 이유 모른 채 엄마 마음도 무겁게 나와서 한참을 핸드폰을 붙잡게 되기도 하고,


외할머니의 "잘 논다"라는 메시지를 받고 나면 한결 마음이 가벼워져 다시 일에 몰두하게 되고... 

조금 더 커서 다섯여섯 살 쯤이 되니 조잘거리는 모습을 뒤로하고 나오거나, 또는 무엇을 사 오라는 미션을 받아서 집 밖으로 나오기도 한다.


3월이면 초등 입학을 앞두고 있는 딸아이.

퇴사 2주 정도 앞둔 시점, 아이도 그동안 훌쩍 성장해서 힘들지 않게 일어나 식탁에 앉아 있는데 갑자기 머리를 예쁘게 묶어주고 싶다는 생각이 들었다.

 '이제 내가 이 긴 머리를 매일 묶어 줄 수 있겠구나'  갑자기 눈물이 핑... 주책맞게 한 번씩 감정이 복받칠 때가 있는데 날이었던 것 같다.


'여자 아이가 태어났는데 머리털이 하나도 없어서 언제쯤 핀 하나 꽂을 수 있을까 걱정했던 마음'

'외할머니 손을 빌려 잘 커준 딸에게 고마운 마음'

'추노 사진'

'엄마 죄책감을 조금 씻어 낼 수 있게 됨에 감사한 마음'

.

.

.

중요한 건 똥 손인 엄마는 연습조차 해본 적 없었던 엄마는 결국 포기한 채 하나로 질끈 묵고 출근길에 올랐지만...

"딸~*튜브 보고 연습 좀 해볼게, 사랑해"

지나온 시간보다 지낼 시간이 더 많 남았으니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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