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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사공리셋 Apr 19. 2022

엄마 할 일 없잖아요

퇴사 후 일상


아픈 만큼 성장하는 것일까?


10년 넘게 다니던 직장을 뻥 차고 나온 나는 마치 무언가에 홀린 듯.

이직을 빌미로 퇴사했지모든 게 내 뜻대로 흘러가지 않는 형상.

이직한 곳에서 한 달을 지내본 뒤 다시 퇴사.

한 번이 어려워서 3년을 고민했지...

두 번은 아주 쉬웠다.

고로 예상치 못했던... 전업주부의 길을 걷고 있다.


회사 다니며 자기 계발에 미쳐 제대로 돌보지 못했던 '엄마'로서의 역할 눈에 들어오기 시작했다.

눈떠 있을 땐 내 거 하느라 바쁘고, 애들이 자고 나면 잠든 모습 보며 좀 더 놀아줄걸 후회하던 나.

을 선택한 후 시간에 쫓기던 삶에서 시간이 차고 넘쳐서 뭐부터 해야 할지 모르겠는...

알 수 없는 불안함과 허전함이 함께 엄습해 왔다...

분명 집안일이 쌓여 있는데, 이전에 친정부모님이 육아와 함께 해주시던 일이 이제 내 일인데도 불구하고...

쌓여 있는 책이 읽고 싶고, 뒹굴고 싶고...

그냥 자유를 만끽한다.


평소와 다름없는 이른 아침시간.

첫째가 외친다.

"엄마 양말이 없어요"

"건조기에 가봐"

"아니, 왜! 빨래가 서랍에 없는 거예요"

"엄마가 게어놓으면 네가 서랍에 가져 놓으랬잖아"

"안게어져 있는데요?"

"그러니까 건조기에서 찾아보라고!"(일단 큰소리)

...

"엄마 할 일 없잖아요"


쌍두 문자가 입 밖으로 안 나와서 다행이지.

그래 네가 별생각 없이 한 이야기겠지.

 며칠 전 남편이 웃으며 "이제 할 일 없는데 푹 쉬어"라고 말하며 출근하던 날, 아이주워들은 모양이었다.

'엄마 이제 할 일 없으니 엄마가 개어서 서랍에 가져다주세요?!  말이??!' 밤 한 대 쥐어박으며 따발총같이 잔소리가 나올 줄 알았으나, 저런 미운털도 웃으며 받아칠 수 있는 마음의 여유라는 게 생겼다.


"엄마는 늘 바쁘단다~네가 하던 건 계속해~~"


일(직업) 없는 것이지 일(하고 싶은 일)은 산더미란다...


시간이 자유로우면 너희가 잠늘 자야지만 하던 내가 하고 싶었던 일... 하지도 못하는데...

개 심심할 줄 알았는데 하루 시간이 너무도 잘 가는 건 참 아이러니하다.

지금 할 수 있는 '엄마의 역할'을 일이라 여기면 더 신중하게 정성스럽게 해야 할 일이 생긴 거 같은데.

엄마의 지금 마음은 희한하게도 공중부양 중인 느낌이구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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