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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사공리셋 Jun 05. 2022

네 가족이 보내는 연휴

처음부터 네 가족이었음을

네 명이 연휴를 보내게 된 게 처음이라 뭔가 어색하지만  여유로웠다.


남편은 남편대로

아이들은 아이들 나름대로

나는 나대로


시댁과 잠정적 분리 후 처음 맞게 되는 연휴라서 일까.

시부모님 두 분이 먼저 친인척들과 떠나는 일정을  잡아주시니, 뭔가 처음 맞이하게 된 관경에 마음이 찜찜했지만 이렇게 분리가 되어가는구나...

지금 순간의 감정을 기록하고 싶어졌다.


30대에는 내가 젊었나 보다.

평일은 워킹맘으로서의 본분을 다하고 연휴에는 시댁과 동서네까지 열 가족 여행을 다녀오고, 그때는 참도 잘 견뎌냈다.

아프면 내가 몸이 약해서라고 생각했고, 여행지에서 아파서 약을 먹게 되면 그런 내가 참 싫었다. 출발하기 전 몸이 안 좋은 전조 증상이 있을 때 잘 버텨보자며 출발해 결국 여행지 가서 뻗어서는 왜 여기까지 와서 이렇게 누워있어야 하나... 생각하며  알 수 없는 이유로 눈물짓곤 했었다.


왜 그렇게도 스스로에게 가혹하게 굴었던 건지...


이번에는 연휴 첫날 이유 없는 두통으로 초저녁부터 기절하듯 잠을 자버렸다. 눈을 뜨니 아이들과 아빠가 밖에서 저녁을 해결하고 들어와 왁자지껄 한데 내 마음은 편안했다.

당장 내일도 큰 계획 없이 가까운 근교로 나들이 예정이었고 부담 없이 아이들 의견을 영해보고, 쉬는 날이라 어른 못지않게 일상이 피곤한 아이들은 마음껏 늦잠도 자고 네 가족 안에서 융통성 있는 휴일을 계획할 수 있으니, 진짜 휴일처럼 느껴보는 지금이 이유 없이 좋았다.


지난 10년의 시간 동안은 연휴가 아니었음을 새삼스레 떠올려보니 비교가 되고 있었다.


지금이 어색하지만, 편한 듯...

기분이 묘하지만 새삼 감사하기까지...


동서네도 캠핑을 다니기 위해 텐트를 구매했다는 소식 들려왔다.

어쩌면 아이들이 조금 더 어릴 때 시도해볼 수 있었을 텐데 어쩌면 각자의 가족들이 자신들의 라이프를 처음 찾아가는 여정은 아닐까 생각이 들었다.


시부모님 두분도 자식들을 조금씩 내려놓는 연습을 하고 계실지도 모르기에 뭔가 액티브하게 움직이는 게 조심스럽기도 했지만...


어쩌면 결혼하는 순간부터

우리 부부 자체로 완전체였으며.

가족 구성원이었음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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