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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사공리셋 Oct 08. 2022

아이에게 약을 먹이는 엄마

두려움

나를 까발리고 나를 이야기하는 게 이렇게도 힘든 일인 줄 몰랐다.

지난 3년 전 어떤 일을 계기로 자꾸 나를 돌아보는 시간을 가져왔고, 그렇게 '나는 내가 나를 너무  알겠어!'라는 착각 속에서 중요한 판단을 내려야 할 때조차 내 생각만 믿다. 아마 귀를 닫았을지도 모르겠다. 이성적인 판단을 하기에는 이미 내가 내린 답이 정답이라 여겨 타인의 말은 방해 요소라 여겨버을지도 모른다.


블로그 인연이자 특별한 인연인 '마음약사'님께 코칭을 받고 있다. 들에게는 별하지 않지만 나에게는 특별한 내 일상에 련된 코칭이었다.

타인(코치님)의 다른 관점에 따른 나에 대한 객관적인 시선의 기회를 부여받을 때면  화들짝 놀라기도 고,  깨달음을 얻을 때면 무릎을 치기도 하고,

때로는 눈물을 흘리기도 했다.

'마음약사'님의 예리한 코칭 질문에  답을 스스로 아가는 과정을 통해, 파도 같 마음 잔잔하고 평안함을 찾아가는 중이었다.

일주일 전쯤  코칭이 예약되어 있었는데, 은 당장 코 앞에 닥친 문제로  마음이 불편한 상황에서 코칭이 시작되고 연히 직면한 상황이 코칭 주제가 되어 버렸다.


결론은 내가 지금까지 생각하고 판단하고 행동해왔던 패 자체가 원인라는 것을 깨닫게 되었. 조목조목 깊이 사고해보는 전략적인 과정을 거치지 않고, 결정적인 순간에 강하게 파고드는 한 줄기 생각꽂혀 해결점까지 도달서는 행동으로 옮겨버리는 나만의 패턴.


결과가 모두 좋당연히 문제가 되지 않지만 이렇게 글로써 치유를 해야 하는 후회막급급의 오늘 같은 날이면, 나 자신에 대한 부정적인 감정이 폭풍처럼 몰려 너무 힘 들었다.

어느 때의 코칭보다 특별할 수밖에 었던 시간이었다.


지금 3주째 나는 아이에게 약을 먹이고 있다.

ADHD 약이다.

ADHD 라서가 아니라 이 약이 주는 효과에 긴장도를 낮춰주는 기전이 있고 거기에 산만함을 줄여줄 수 있는 약이라고 했다.

의사는 영양제라고 생각하라고.

'약을 먹어서 단점보다 장점이 많다면'

'게다가 의사가 영양제라고 말하니'

'그간 내 고민이 이 약한 알로 해결될 수 있다면'

병원을 나올 때는 온갖 복잡한 심경이 함께였다.


주의력조절하는 ADHD에 관련된 뇌의 전전두엽의 발달은 만 27세 성인이 될 때까지 자라나기 때문에 크게 관여 할바는 아닌데... 지금 내가 아이를 도와주고자 하는 부분. 불안을 다루. 일석이조의 개념으로 이 약이 처방되었기에 ADHD가 그렇게 중요한 부분은 아니었.


병원을 방문하게 된 계기를...

언제 어느 시점부터 풀어나가야 할 모르겠지만, 어쨌든 나에게는 5년 전으로 거슬러 올라다.


자아가 생기고 의사전달이 보다 정확해지는 5살.

그리고 6살, 7살, 8살....

타고난 기질이 예민한 아이라는 건 태어나서 100일의 기적을 맛볼 때까지 익히 경험한 후였기에 잘 알고 있었지만, 어린이집의 보육을 떠나 한 반에 25명이 넘게 생활하는 유치원에 입학해 일상생활을 해나가는 데 있어 조금씩 신경이 쓰이기 시작했다.

본인이 전달하고자 하는 의도는 있지만 말을 하지 못해 일어나는 실수나 이벤트들...

예를 들면, 아이가 선생님께 화장실 간다는 말을 못 해서 참고 참다가 바지에 쉬를 하고 차량에서 내렸다더라, 아이가 종일 입을 다물고 있었다더라, 아이가 말을 안 해서 학원으로 다 돌아갔다더라 등등


그런 일이 있을 때마다 적극 해결해주고자 했던 음보다 아이가 좀 더 자라기를 기다려주고자 하는 마음이 더 컸다.


양육환경에 좀 더 신경을 썼어야 했는데 생각하는 건 이제 와서이고, 시에는 엄마 공부가 부족했던 그냥 초보 엄마였을 뿐이고 낮에는 일하고 저녁에는 시댁 드나들던 일상 자체가 바쁘고 바빠서...

문제로 직면하기보다 외면했을지도 모를 일이었다.

도우미 선생님, 할머니, 외할머니, 어린이집 선생님 등 여러 명의 손을 빌려 키워오면서...

이런 아이를 더 힘들게 했던 건 아니었을까 지금까지도 마음 한편에는 묵직하고 무거운 것이 늘 자리 잡고 있다.


다른 아이들처럼 엄마가 오랜 시간 함께 해주지 못하고 있다는 책감, 그럼에도 무언가 결정적일 때 결정을 내리지 못했던 유부단함, 간순간 일을 맞닥뜨릴 때마다 느끼는 마음의 불편함. 모든 것들이 합쳐져 육아 무게감이 너무도 컸다.

시댁 5분 거리에 살면서 아이를 돌보며 육아를 하게 되었을 때 그려지는 내 삶은 조선시대로 돌아가야 할 것만 같았기에, 이십 대 삼십 대를 거치며 커리어를 이어나가고 있야심 찬 초보 엄마에게 '엄마'라는 이름 히려 낯설었, 나를 그간 지나온 틀밖으로 엄마라는 명분으로 꺼내어놓고 싶지 않았다. 엄마와 며느리로 인생 마감하게 될 것만 같아서.

이 또한 짧은 내 생각이었을지언정 그땐 그랬다.


아이에 대한 이야기를 들을 때마다 혼자 생각하고 고민해서 판단하고 '가면서 좋아질 거야'  긍정마인드로 더 장착해가외면했다.


무엇보다 내 아이를 믿고자 하는 마음.

아이는 계속해서 자란다는 믿음.

.

.

.

기다리고 또 기다렸다.


5살, 6살, 7살, 8살, 9살, 10살 매년 시간이 지날수록 분명 아이는 일반 아이들처럼 잘 자라고 있었다.

활달한 아이는 아니지만 엄마의 눈에는 그냥 우리 00이 답게.

기다려주길 잘했다며 나를 셀프 칭찬하기도 했다.


현재 아이는 10살, 만 9세...

8살 학교를 다니기 시작하고는 코로나가 터져서 어쩌면 우리 아이에게는 다행이었을지, 사회성을 기를 기회를 놓쳤지 집에서 보내게 된 시간이 대부분이었고, 그렇게 9살에는 7살에 만난 단짝 친구 1명이 같은 반이 되면서 그 친구 만나는 낙으로 학교를 다녔다. 그런데 10살이 되던 올해 3월. 매일 학교를 가지 않겠다는 아이와 시름하며 매일 아침 전쟁을 치르며... 힘든 시간을 보냈다.

5월이 넘어가면서 친구가 생기고, 그간 학교를 가지 않으려는 아이의 담임선생님과 깊은 소통을 하며 그렇게 아이의 적응을 적극적으로 도왔다.


월요일마다 배가 아프다 하고, 방학이 끝나고 개학하는 날이면 학기초 3월에 겪었던 학교를 안 가겠다는 레퍼토리.

학기초만큼 긴 전쟁은 아니지만 짧은 시간 또 아이와 시루며 학교를 보냈다.

예민이을 키우는 엄마는 나름 노하우가 생겨 잘 어르고 달래서 학교를 보내는 방법을 터득하게 된다.

'감정은 받아주돼, 판단은 본인이 하도록'

'학교는 가야 하는 곳. 끊임없이 인지 시키기'


학교에서는 필요한 말만 하고, 눈치라는 게 생겨서 어쩔 수 없이 말을 해야 하는 상황에서 말을 하며 최대한 존재감 없는 아이 있다 하교 하기포지셔닝한 듯.  그런 성향의 우리 아이 더 이해하고 있 생각했다.


얼마 전 영어학원에서 연락이 왔다.

"어머니, 00 이가 집에서도 말을 잘 안 하나요?"

보자 하니 학원에서도 역시 딱 수업시간에 필요한 말(수업내용과 관련된 해야만 하는 이야기)만 하고 일상에 필요한 건 입을 다물고 있는 듯...

아이를 엄마 입장에서 이해는 하지만, 아이 입장에서 불편하고 힘든 상황들을 생각해보지 않은 건 아닐까?

학원 선생님의 질문 내용은 내 안에 깊이 박혀있는 케케 묵혀둔 감정을 건드.

영어 관련 말고는 일상일로 통화할 일은 없었기에 혹시 문제가 될만한 일이 있었을까 담당 선생님의 질문에 나도 모르게 긴장했다.


"무슨 일이 있었나요 선생님?"

"아, 별건 아니고요, 00 이가 연필을 안 가져왔더라고요. 그럼 먼저 얘기를 해주면 좋았을 텐데, 단어시험이 시작되었는데 머리를 들고 저 쳐다보고 있는 게 느껴져 그때서야 알아챘어요. 별거 아닌데 말을 못 한 부분이 좀 그래... 가지고요..."

걸리기 시작하면 시기가 희한하게 겹친다.

요즘 TV에 핫하게 방송되는 <금쪽같은 내 새끼>를 보는데, 딱 우리 아이와 같은 아이가 나왔다.

10살 남자아이.

나이도 성별도 같고 아이의 행동 패턴이 우리 아이랑 너무 비슷해 안타까워서 눈물 댓바람으로 보고 또 보다 깊은 생각에 잠겼다.

TV 속 아이는 '선택적 함구증'이라는 진단하에 집에서 실천할 수 있는 몇 가지를 오은영 박사님 금쪽 처방전을 받았고, 약물치료에 대한 언급...

만 10세까지 약물치료가 가능하다고... 성격은 타고난 것과 길러지는 것의 합이라는데...  길러지는 부분은 약물의 도움으로 성격 형성에 도움을 줄 수 있다는 내용.


 TV 속의 내용을 간추려 남편에게 병원 예약을 해봐야겠다며 비장한 문자를 보냈다.

돌아오는 대답을 기대하지는 않았지만, 역시나 나큼 비장하지 않은 떨떠름한 답변이었다.

언제나 본인이 어렸을 때 그랬기 때문에 문제 삼지 말라는 늘 같은 뉘앙스. 하지만 만 10세에 꽂혔다.


약물로 치면 지금 만 9세이니 1년도 남지 않은 시기.


각종 검사에 상담 지를 작성하고 아이에게 몇 가지 질문을 하더니... 의사 선생님이 입을 열었다.

"아이가 작은 목소리로 대답하고 긴장을 많이 하는 게 보이긴 하네요. 약 먹으면 많이 좋아질 거예요"


타인(의사)의 질문에 단답형으로라도 대답하기 시작한 게 불과 얼마 되지 않았는데... 그 감동을 얼마 전에 느꼈는데.

병원을 방문할 때 약 복용 시기만을 인지하고 왔던지라 너무 자연스럽게 약을 처방받아 나오게 되었다.

어쩌면 10살 아이를 키우며 묵은 체증이 마치 약 한 알로 쉽게 해결될지도 모른다는 기대였을지도...


하지만 현재 느껴지는 죄책감.


아이 스스로 자립할 수 있도록 도와주지 못던 나의 육아 패턴이 이 약 한 알에 의지하고 있는 것은 아닐까.

처음 약을 먹기 시작한 일주일간은 아이가 미세하게 편안한 모습을 보여 아주 만족하고 있었 짜증이 줄어드는 듯 콧노래부르고... 아주 만족했던 시기를 지나

일주일 후 약용량을 늘리고, 새로운 약을 추가하면서...

복용 3주째는 아이가 저녁 8시만 되면 자려하고, 밥을 평소보다 1/3도 먹지 않는 모습을 보며,  불편한 감정이 밀려오기 시작했다. 

10년을 기다렸는데...

나 지금 잘못된 선택을 한 거 같아..


불편한 감정은 무엇이었을까.


그동안 나에게는 특별했던 아이를 키워오며...

아이의 좀 더 이상적인 모습을 기대하며...


더 정성스럽게 아이가 자립성을 키울 수 있도록 양육하지 못하고, 그간의 노력은 뒤로한 채,

마지막 약 한 알 방에 해결해 보려 했던

엄마의 나약함대면하면서... 였지 않았을까 생각이 들었다.


미안해서도...

이런 내가 미워서도...


이렇게 글로서 지금 감정을 치유해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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