brunch

You can make anything
by writing

C.S.Lewis

by 사공리셋 Oct 12. 2022

담임 선생님으로부터 장문의 메시지가 왔다

심쿵이라는 말

개인적으로는 첫 출근을 했던 날이라 집에 도착해서는 기절하듯 뻗어있었다.

두 번째 직업을 가진 이후로 결심한 건 '나 자신을 두려워하지 말자, 나 자신에게 한계를 두지 말자'였다.

바깥에서 일하고 집에 돌아와 놀아 달라는 아이들을 앞에 두고도 넋 놓고 베짱이처럼 누워 쉬던 지난날들을 반복하지 않겠다는 마음이었기에.

그렇게 아이들과 찐한 시간을 보내고 있었다.



9월 2학기에 들어 새롭게 부임한 담임 선생님으로부터 장문의 메시지 알람이 울렸다.

메시지 내용을 읽는 순간 또 다른 불안이 엄습해왔다.

큰 아이에게 먹이던 약을 서서히 줄여가기를 시도 중이었고 비록 3주였지만 석 달 같았던 시간이었기에 내 머릿속에는 큰 이벤트로 남아 있었다.

아이들과 찐한 시간을 보내겠다던 그 마음 어디 가고, 즉각 담임선생님과 소통이 시작되었다.


타이밍이 담임선생님이 새롭게 부임하셨던 날부터 미세한 용량으로 약을 먹기 시작했었고 그렇게 우리 아이의 이전 1학기 때 약을 먹기 전과 후의 모습을 비교하실 수 없으셨기에 오늘의 메시지는 나를 멈추게 할 수밖에 없었다.

"어머님~! 00 이가 오늘 돌아가면서 말하는 게임이 있었는데 끝까지 말을 하지 않았습니다. 불러서 물어보니 대답을 하지 않고 가가 촉촉해지는 것이 보여서 다시 들여보내었습니다. 이전까지는 돌아가면서 발표할 때 한 번도 안 한적 없었는데 오늘은 간단한 발표였는데 끝까지 말하지 않았어요...그냥 이야기하고 싶지 않았던 건지, 00 이와 얘기해 보시기 바랍니다"라는 주내용과 함께 당시의 상황에 대해서 내용을 전달받았고, 아이를 불러 조심스레 말을 꺼내었다.


"00아, 오늘 학교에서 힘든 일 없었어?"

"뭐?"

"담임선생님에게 연락이 왔더라고. 네가 그랬던 건 다른 이유가 있었을 텐데, 00 이가 지금까지 그런 적이 없었는데 오늘 갑자기 그래서 친구들도 선생님도 당황하셨다고 하더라고"

"아.. 내 생각을 말하는 거라서"

말하면서도 뭔가 쭈뼛쭈뼛 눈을 비비고 피하고 싶은 듯 장난을 친다.

"응, 엄마는 알지. 네가 정답을 말하는 거 말고 너 생각을 말하는 거 힘들어하는 거, 어떤 상황이었어?"

"공을 돌리며 노래를 부르다 노래가 끝날 때 공을 가지고 있는 사람이 질문에 대답을 하는 건데 내가 걸렸어"

(이렇게 유창하게 말하지 않는다. 천천히...조금씩...내뱉은 말을...정리한 내용이다)

"질문을 미리 시작하고 노래를 불러?"

(취조 느낌으로 안 가려고 했는데, 나도 르게 자꾸 캐물으며 상황 파악하고자 한다)

"응"

"그럼 노래 부르는 동안 대답을 미리 생각해야겠네?"

"..."

.

.

.

"너의 생각에는 정답이 없기 때문에 노래 부르는 동안 답을 생각 못했으면 닥쳤을 때 아무 말이나 해도 되는 거야. 엄마가 뭐라고 했지? 너무 떨려서 모두 나를 쳐다보고 있을 때 쳐다보고 있는 사람들은 뭐라고?"

"멸치"

(친구들과 선생님이 이 글을 읽는다면 너무 미안하고 죄송하지만 보지도 듣지도 못하는 작은 생물체를 빗대어 얘기해본 거라... 혼자 죄송합니다... 내가 쓰고 내가 사하는 지금 이 타이밍은 무엇)

"친구들이 빨리 말하라고 답도 막 말해줬는데.."

"그런데...?"

(남이 알려주는 정답은 또 자존심에 말하기 싫고, 나도 다 아는거라하고 싶지만,  무엇부터 어떻게 말해야 하는지 머릿속은 하얗고...)


어떤 상황인지 알 것 같았다.


겁게 게임이 진행되고 있었기에 모든 친구들의 시선을 한 몸에 받음으로 1차 얼음,

빠르게 대답하고 다음 게임을 진행해야 하는 타이밍,

친구들이 빨리 대답하라고 재촉했을 분위기,

멘붕. 머릿속이 백지장처럼 하얘졌을 것이다.

주의력결핍( ADHD) 약 복용을 시작했던 부분이랑 겹쳤다.


약을 먹이는 동안 얻는 게 많은지 잃고 있는 게 많은지...

아이의 컨디션이나 밸런싱이 무너져 가는 걸 눈으로 보고서야 잃는 게 더 많은 것 같다는 생각을 했었고 그렇게 끊어가던 중이었는데, 담임선생님의 문자는 정반대의 다른 면에 포커싱이 되어버렸다.


이 아이가 성장해가는 과정에 이런 상황들이 얼마나 빈번하게 일어날까?

빈번함의 횟수에 따라 아이의 마음에 스크래치 양도 늘어나겠지?

그럴 때마다 이렇게 선생님과 엄마인 내가 단합해서 도와주는 게 좋을까?

언제까지?

아이의 뇌가 건강하게 자리 잡을 때까지?


" 너의 일부터 백가지 모두를 해결해 주고자 했던 엄마의 생각이 짧았구나.

선생님이 그런 일이 있었다고 알려주시는 날이면 마음에 입었을 스크래치에 연고를 발라주고 밴드를 붙여주듯 더 많이 안아 주 보다듬어 주어서, 단단해 00 이가 되어 자립해 나갈 수 있는 그 날까지, 약 대신 찐한 포옹과 격려 무장엄마가 되어볼게.

사랑해!! 똘망 "


<이전글>

https://brunch.co.kr/@anshion/153




작가의 이전글 아이에게 약을 먹이는 엄마
브런치는 최신 브라우저에 최적화 되어있습니다. IE chrome safari