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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사공리셋 Oct 15. 2022

취업할까 창업할까?

퇴사라는 선택

퇴사 후 6개월 차쯤 육아 일상을 이어가던 중 무료함을 느껴가던 중 남편에게 물었다.

"나 취업할까? 창업할까?"

갑자기 훅 들어온 질문에 어이없는 듯 쳐다보더니 훅 받아쳤다.

"창업할 거면 너의 모든 시간을 다 갈아 넣을 생각으로 해"

내 질문에 황당한 기색도 없이 의문의 일패를 당한 느낌이었다.

'뭘 하고 싶은 건지? 뭘 창업하겠다는 건지?'로 대화가 이어져야 하는 거 아니야.


아이가 어리고 바쁠 때에는 24시간이 24분처럼 느껴지더니 아이가 크고, 회사를 퇴사하고 시간이 흘러감에 따라 예상치 못했던 알 수 없는 공허함.

때로는 이대로 사회에서 소외될 것만 같은 불안감.

여러 감정이 함께다.


남편과 꽁냥꽁냥 미래에 대한 그림을 그려보는 것만으로도 지금의 이러한 알 수 없는  감정을 잠재울 수 있을 것 같았는데...

어쩌면 '지금은 애들한테만 신경 쓰고 푹 쉬면서 천천히 생각해'라는 그런 내 마음의 불안을 다독여주는 위로를 받고 싶었던 건지도 모른다.

공감 제로 남편에게 사치인 거 알지만, 평생 기대를 저버리지 않아야 작은 설렘이라도 오래 남아 은은한 사랑을 이어갈 수 있지 않을까? (내 연애 감성)


퇴사할 당시 동료들은 응원을 보내는 한편

"부럽다~집에 (벌었던, 모았던, 부모님이 부자거나) 돈이 많겠지, 우린 생계형 벌이라 그만둘 수도 없다"라는 답변이 때로는 '나의 퇴사가 사치인가?'라는 생각이 불쑥불쑥 들기도 했었다.


일이 주는 가치와 의미에 대한 생각을 해보게 되는 계기가 생기면서.

나의 머릿속에 '퇴. 사'라는 단어의 영역이 점점 넓어지고 있었다.


누가 들으면 20년가까이 한가지 만 파던 사람이 일이 주는 가치와 의미를 논한다?

라고 생각할지 모르겠지만,

기존에 하던 나의 일 AI에 대체되면서였다.

같은 직업(job)을 다른 사람들이 하고 있는 새로운 직무를 배워 하면 어쩌면 별일 아닌 별일이 될수도 있는 상황이을지도...


하지만...

치 회사 안에서 내가 쓸모없는 사람이 되어버린 것 같은 느낌은?...

잠자는 시간 빼고 깨어있는 시간의 반이상을 회사에서 보내던 나에게, AI의 출현은 나의 정체성까지 흔들어놓았다. 


집을 나와 이 자리를 지키며 보내고 있는 시간에 대해,

시간을 들여 뽑아내는 결과물에 대해,

월급을 받아가기 위해 쓰고 있는 시간의 가치에 대해,

앞으로의 나에 대해,


많은 생각을 가져보게 된 계기,

인생의 변곡점이 되었다.


그래서도 퇴사를 결정하기까지 더 오래 고민했던 건지도 모를 일이었다.

부서에 남아 남들이 하기 싫어하는 허드렛 일을 쳐내거나 타부서 발령을 받아 다른 직무를 행하거나...

남게되면 오히려 더 꿀보직이라고 잘됐다며 박수 쳐주는 이들도 있었지만, 나는 그럴 수록 더 혼란스럽기만 했다.

생각하기 나름이라지만, 자꾸자꾸 내 감정은 오르락내리락...


결정적으로 워킹맘의 이름으로 예민이를 키워왔던 그 간의 애씀을 조금 내려놓아 주듯.

마음 한편에 무겁게 자리하고 있었던 '엄. 마'라는 이름이 자꾸 머리를 내미고 있는 것 같았다.

일하는 엄마말고 온전한 엄마로 커리어를 야심차게 이어가겠다던 틀안에서 엄마명찰을 당당하게 꺼내어 들었다.

솔직히 퇴사의 명분이 되기 좋았을지도.

저는 시간의 가치와 의미에 대해 고민했어요...

구구절절...

내 얘기를 한번 들어보세요...


한들 아무도 나에게 관.심.없.다


일(job)이 사라지고 나서야 '가치. 의미'를 논하는 나도 평범한 그냥 엄마 사람이었기에.

일도 아이도 나에게는 둘 다 중요했기에.

굳이 따지자면 일은 해왔던 거고, 엄마라는 이름은 후자로 선택된 역할이었기에 천천히 내 안에 티나지 않게 그러나 아주 존재감있게 스며들고 있었을 뿐 나의 전체를 차지할만큼 큰 명찰은 아니었던 것 같다.


그때 미처 깨닫지 못한 엄마라는 이름의 가치를 되새겨보며,

아니 어쩌면 AI가 나에게 조금 더 시간을 내어보도록 기회를 준 거일 지도 모른다는 생각이 들었다.


육아휴직을 선택할 수도 있었지만,

'의미와 가치'에 대한 생각은 퇴사의 선택으로 이끌었고 결국 나오게 되었다.


시간이 많아지자마자 그동안 못한 사랑을 다 주리라  다짐을 하며 밀착 육아를 하다보니,

10살이 되어버린 큰 아이 "엄마 다시 회사 가요"라는 말을 하고, 어느 날 혼을 내고 있는 나에게 둘째 "엄마 미워! 할머니랑 오라고 해"라는 말을 하기도 했다.


역시 나는 완급조절이 되지 않는 게 문제다...

24시간이 24분 같았던 어린 시절에 엄마 마음이 머물러, 그동안 너희도 자랐다는 것을 까먹고

 너무 달렸구나.


120세 인생이라는데 너희도 엄마도 같이 커가보자.

너희는 엄마보다 커야할 것들이 더 많아서 엄마의 책임감이 함께이겠지만, 우리 기왕 시간 많아진거 잘지내보자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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