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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사공리셋 Mar 07. 2024

새벽기상 한 달째

오픈 한 달이 지나고

무인가게 오픈한 지 한 달이 지나고 있다.

벽에 청소하는 게 크게 불편하지는 않았다.

그런데 오늘은 눈을 떴는데 알 수 없는 두통이 몰려왔다.

그래도 할 일은 해야 손님이 올 것 만 같은 압박이 생겨나, 만약 어떤 이유에서든 손님이 나타나지 않으면 나의 게으름을 탓할 것만 같 이상한 생각의 연결고리가!!!

결국 무거운 몸을 일으켰다.


그렇게 주섬주섬 옷을 입고 가방을 챙겨 문을 열고 나서려는데 남편의 코 고는 소리가 들린다.

사실 낮에 회사에 일하면서 가게 cctv 들여다보고 틈틈이 가게 안에 필요한 시안들 챙기고 퇴근해서 요즘 둘 수학당이라 ㅎㅎ많이 피곤해 한다는 걸 알기에..

우리 집 중문이 자동문이라 드르륵 열리는 소리가 꽤 커서 코를 골며 자는 깊은 잠을 깨울까 봐 나도 모르게 자동문 앞에서 버튼을 누를까 말까 서성이며 고민하고 있었다.


이러다 귀가시간 늦을세라 그냥 버튼을 러버렸다.

가시간이라 함은 우리 아이들이 아침잠을 깨고 나와서 엄마와 포옹을 나누는 시간.

몇 일전 이 귀가시간이 늦어서 사건사고가 있었기에...


역시나 남편이 놀라 잠을 깨서는 "가는 거야?""응" 짧게 대답하고선 집을 나섰다.


막상 무거운 몸을 일으켜 가게에 도착하면 내가 좋아하는 음악을 틀고 열심히 청소기를 돌리고 걸레질을 느라 시간 가는 줄 모른다.

음악을 크게 틀어놓기에는 문을 열고 청소를 하다 보니 새벽거리가 너무 조용해 동네소음이 될 것만 같아 내 귀에만 들리도록 플레이버튼을 누르고 바삐 움직이다 보면 느새 떠올라 세상이 밝아지고 있.

혼자인 시간은 청소를 하든 음악을 듣든 글을 쓰든 공상을 하든 아무것도 하지 않아도 그냥 혼자가 좋은 내향인임을 또 확인하는 순간이다.


퇴근시간이 아침 육아이기도 하지만, 나에게는 소중한 아침 힐링 포인트가 있기도 하고 아이들의 아침루틴이 깨지는날 난리를 경험후 후다닥 가게를 뛰쳐나왔다.

사실 후다닥 나오다 보면 기계실 문을 안 잠그고 집에 오기도 하고, 청소도구 하나 꺼내놓고 오기도 하고... cctv를 보고 하루종일 찝찝해하다 다시 가게 출동하기도 한다.


아침힐링포인트는 바로 첫째가 잠을 깨고 눈부비며 나왔을 때 나누는  허그시간이다.

사춘기가 얼마 남지 않은 올해로 5학년이 된 덩치가 커진 남자아이가 아침에 눈부비고 나와서 엄마품에 1분~2분 안겨 잠을 깨고 식탁에 앉는 그 포인트는 언제부터인가 나에게도 너무나 소중 시간이 되었다.

반면 둘째 여자아이는 잠들기 전 딱 5분 엄마품을 찾는다.

엄마 입장에서는 아침저녁으로 둘이라 그저 행복할 뿐이다.


새 학년 새 학기가 시작되던 월요일 아침.

아이들 방학이 끝나고 처음으로 루틴을 잡아보는 날!

방학 동안에는 강제 새벽청소를 강행했고, 아이들이 개학했으니, 아이들과 8시 10분에 다 함께 집을 나서 가게도착하자마자 청소를 시작했는데 8시 30분에 손님이 나타나는 게 아닌가?!

먼지 풀풀 날리는데 어찌나 불편하던지ㅡ

무인가게에 손님이 오는 시간은 정해져 있지 않기에.

 날부터 내 마음의 불편을 경험하고 바로! 청소시간에 대해 고민에 졌다.


둘째 날 고민고민하다 늦어져 새벽청소를 선택하고 늦깎이 6시에 출발해 후다닥 청소하고 오자 싶었는데 어쩌다 보니 8시 10분쯤 집에 도착했더니 이미 난리가 났다.

첫째는 학교 가고 없고 ㅜ링포인트도 놓치고 얼굴도 못 보고...

째는 아빠가 묶어준 머리가 맘에 안 든다며 엄마 기다린다고 울고 앉아있고, 엄마 때문에 늦어서 지각이라며 오자마자 짜증을 내는 둘째...

아빠는 런 둘째에게 화가 나 있고...


이틀째는 이렇게 우당땅!

마음이 너무 불편한 하루를 보내고 나서


셋째 날! 좀 더 서둘러 5시 30분 집을 나다.

부리나케 들어오니 아빠는 부엌에서 바쁘고...

첫째 아들은 실눈으로 식탁 주변을 서성이고 있었다.

타이밍 나!

우쭈... 안아주아이도 안겨서 한참을 서있다.

둘째는 화장실에 앉아서 엄마를 쳐다본다.


아직도 두통이 뻐근하게 남아 있지만

이렇게 한 달이 지나가고 있다.


어떤 날은 한 명

어떤 날은 다섯 명

어떤 날은 열명


매출에 따라 내 기쁨도 오르락내리락지만.

일희일비하지 말자.

오늘도 마음을 다진다.


새벽기상이 좋은 습관으로 남게 되면 그때는 청소 대신 글만 끄적이고 싶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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