새벽시간 오감발동
4시에 출근해서 6시 퇴근하는 것도 괜찮네.
시공간에 따른 물리적 거리 두기를 해야 해서 '퇴근'이라고 칭하지만, 자꾸 무인가게 cctv를 들여다보느라 마음의 분리는 도저히 불가능했다.
반드시 해야 할 일들을 하기 위해 내가 편한 시간을 선택했다.
타인에게서 방해받지 않는 시간.
이용하는 손님이 없을 시간.
아침에 아이들이 일어나서 엄마를 찾기 전 시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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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렇게 해서 새벽 4시.
창업이라는 게 이런 거구나 싶다.
일의 강도도 없고 높낮이도 없고 정해진 시간도 없고, 경계도 없다.
대개 쉬운 일 같은데 막상 덤비면 못해내서 속상한 일.
고퀄의 일은 당연히 전문가에게 맡기지만,
이 정도는 내가 해야 돈을 아낄 수 있겠다 생각하고 덤비면 시간만 버리고 결국 누군가에게 sos를 치는 나에게 속상한 일은 다반사.
이 정도는 진짜 내가 한다 싶어서 영상 찾다가 남편에게 전화 걸기도 다반사.
세상의 모든 자영업 하시는 사장님들을 존경하게 되었다.
일 뿐만 아니라 사람으로 인해 스트레스를 받는 건 회사를 다닐 때나 지금이나 똑같았다.
회사밖으로 나오니 오히려 별의별 너무 많은 부류의 사람을 만나다 보니, 내가 사람을 대하는 데 있어 뾰족한 감정이 무뎌지는 걸 느껴가는 요즘이었다.
몸과 마음이 힘이 드는 건 물론이었고, 처음 경험에서 오는 불안함이 가장 나를 힘들게 하는 것 같았다.
고요하고 적막한 새벽거리의 풍경은
비가 내린 후의 습하지만 시원한 냄새는
이러한 요즘의 내 마음을 정화시켜 주는 것 같아서 잠시 문 밖을 나가 한참을 서 있었다.
새벽거리를 예쁘게 만드는 청소하는 미화원아저씨도 안보이고, 두리번두리번 진짜 지나가는 개미 한 마리 보이지 않는데 어디선가 조용히 나타나 화들짝 놀라게 하는 길고양이가 되려 반갑게 느껴졌다.
다시 돌아와,
새로 배송된 의자를 어떻게 조립할까 고심하다 드라이버를 쥐고 돌릴 손아귀 힘이 부족하다는 핑계로, 연장이 없다는 핑계로 저 멀리 미뤄두고,
세탁기먼지 닦고, 털고, 건조기 먼지 필터를 털어내고, 걸레로 정리대와 바테이블을 닦고, 바닥청소 하고, 쓰레기통 비우고, 가게 앞 도보를 쓰는 걸로 마무리...
그리고 차에 올라타니 6시3분...
뿌듯하다.
오늘 해야 할 가장 중요한 일을 잘 끝낸 거 같아서.
오늘 하루의 시간이 무척이나 넉넉할 것만 같아서.
잘 있어라, 빨래방아.
오늘은 나 찾지 말고 잘 돌아가길 빌어.
내가 본래 기상시간이 이 시간이 아니거든.
4시에 벌떡 일어나 청소로 하루를 시작한 오늘이 나는 무지 피곤할 것 같거든.
집에서 뒹굴고 싶다.
그러니 부탁할께. 찾지 마.