brunch

You can make anything
by writing

C.S.Lewis

by 사공리셋 Sep 15. 2020

실컷 울었어요

AI에게 밀린 후 폭풍처럼 밀려온 감정

6개월 뒤면 복직을 해야 해요.

일이 내 삶의 반이상을 차지했던 긴 여정에서 잠시 휴직을 하고 1년을 물러나와 일상을 조금 더 자세히 들여다보고 가족들과 많은 시간을 나누며 지내왔는데 이전의 그때로 돌아갈 생각을 하니, 알 수 없는 부정적인 감정이 올라오더라고요.

그 부정적인 감정이 파고들어 저의 자존감까지 건드리고 있었어요.

시간에 쫓기는 그 일상으로 돌아가는 것도 물론 었지만, AI에게 밀려 주 업무가 없어진 그곳으로 복직을 했을 때 안 보이는 미래에 대한 불안감과 그곳에서 보내야 할 시간이 너무 아깝게 느껴졌던 것 같아요.


'그동안 직장 다니며 쉬지 않고 준비한 것들을 하나씩 꺼내보면 되겠다...'라고 생각하는 저의 마음과 달리 냉철하게 현재를 바라보고 분석하는 남편의 의견은 그곳으로 다시 돌아가서 천천히 다른 일을 하는 것에 대해 생각하길 바란다는 생각의 충돌이 온 순간이 왔어요.


퇴사에 적절한 시기라는 게 있나요?

준비한 것을 꺼내보는데도 적절한 시기가 있나요?


남편은 적절한 시기가 있대요.

아이들에게 손이 덜 가고, 남편에게 놓인 환경이 좀 안정적일 때.

남편의 회사에도 큰 변화가 있을 예정이라 남편도 미래에 대한 불안이 있었던 듯, 한 명이라도 안정적인 직장이 있어야 하니 조금만 더 있어보자라는 말이었어요.

약 3년 정도.


직장에서 숙련된 기계공이 되고 보니 남은 상실감이 몰려온 걸까요.

일과 삶을 분리시켜 생각하려 해도 깨어있는 시간의 반이상을 고군분투 달렸던 직장에서 내 일을 빼앗긴 그 상실감이 너무 커, 저 스스로에게 질문을 계속 던지는데 돌아 돌아 돌아온 답변은 남편과 계속 부딪히게 만들 뿐 뚜렷한 해답이 없더라고요.


나 : 지금 퇴사!

남편 : 그곳으로 돌아가서 천천히 생각해!


제가 강하게 어필하지 못하고 이렇게 고민하고 있는 것을 보면 남편에게 참 많이 의지하고 살았나 봅니다.

같은 질문을 끊임없이 반복하는 제가 미워질 정도니까요.


나 스스로 선택한 전공이 아니라 성적에 따른 선택사항에서 부모님의 뜻에 따라!

하지만 운이 좋아서 나름 편안한 공무 생활을 하게 해 준 지금의 직장!

이제는 그 편안함과 맞바꿀 알 수 없는 미래를 고민해야 할 시점.

.

.

.

1년 전 휴직을 시작할 때만 해도

'나는 가진 게 많아. 나는 다른 걸 준비하며 열심히 살아왔고 앞으로도 나는 잘할 거야'라며 저를 믿어 주었고 그런 자신감이 저를 받쳐주고 있었던것 같아요.

그런데 시간이 지나면서 남편과의 싸움 그리고 스스로와의 싸움이 길어질수록 비롯되는 부정적인 감정이 그리고 두려움이 이제는 남편 탓, 남탓으로 돌리고 있더라고요.


미친 듯이 울고 나니 조금 시원해졌어요.

마음은 조금 시원해진 반면 화장실에 가서 거울을 보니 제 입술 옆에 단순포진이 올라와 있더라고요.

'너 피곤하니까 좀 쉬어'라고 말해주는 제 몸에서 보내주는 유일한 신호예요.

고민한다고 달라지는 건 없는 현실에서 어쩌면 중요한 선택 안을 제 스스로에게 던진 지금, 저는 어떤 선택을 하게 될까요?


오늘도 글을 쓰며 제 마음을 들여다봅니다.


작가의 이전글 아침 9시의 바깥 풍경
브런치는 최신 브라우저에 최적화 되어있습니다. IE chrome safari