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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사공리셋 Oct 21. 2020

내가 시어머니를 이해해야 한다

이쯤 되면

얼마 전 터진 집안일로 인해 썩썩한 분위기에 시간을 보내던 중 시아버님으로부터 전화가 걸려 왔다.

시어머님이 밥도 안 먹고 누워만 계신다며 전화 한 통 해보라는 내용의 전화였다.

 "어머님도 아셔야죠. 제 마음도 많이 다쳤어요!"라고 말씀드리고 싶었지만 그냥 어머님이 기억하실 수 없을 만큼의 흘려버릴 만한 실수 셨다는 것을 머리로는 이미 이해한 후였고, 내 마음은 그냥 좀 더 시간이 필요했기에

"알겠습니다"라 답은 했지만 쉽게 전화를 걸진 못하고 있었다.

가식적인 행동은 못한다.

그래서 찾아뵈었다.

아마도 내 마음은, 진심 섞인 사. 과. 를 받고 싶었던 것 같다.

머리와 마음은 따로이기에 머리로는 이해했으나 마음만은 꼭 사과를 받아내야만 했던 것 같다.


눈물을 흘리시며 결혼 10년 차에 어머님의 속내를 처음 쏟아내기 시작하시는데...


여자로서의 동정심이 함께 폭발했던 걸까..

그냥 한참을 함께 울었다...

(나, 어머님한테 사과받고 싶어서 온 거였는데... 나 뭐 하고 있니...)


치유.

아픈 내면의 상처는 의도적이었든 의도적이지 않았든 누구나 가지고 살아가지만 그것을 스스로 문제로 인식하고 살아가느냐  크게 문제로 인식하고 못하고 살아가느냐 둘 중 하나인 듯하다.

어머님에게는 며느리와 어머님과의 관계 회복에 앞서 치유가 필요한 상태 같았다.


가난한 집안에 딸로 태어나 배움의 혜택을 받지 못했던 한(恨),

남편 살이 하시며 이겨내신 한(恨).


늘 누군가에게 또는 며느리에게 무시당할세라 센 모습을 보이셨고

처음 시집왔을 때 신문이며 뉴스며 열심히 읽고 듣는 모습에 '우리 어머님은 참 세상 돌아가는 거에 관심도 많으시네... 관심 많으신 건 좋은데 정치 얘기는 안 하시면 좋겠네...'그런 막연한 생각을 했던 기억이 난다.

배우지 못한 한이 스스로를 무장하게 만드셨던 건지도 모르겠다.

문자나 톡으로 연락을 드리면 전화로 답변 주시거나 답이 없으셔서 '아, 우리 어머님 문자로 좀 바로 답변 주시면 안 되나?'생각한 적이 있었는데 알고 보니 맞춤법이 틀릴까 봐 흔히 말하는 요즘 며느리에게 들통날까 봐 그러셨던 것을 알고 나서는 시어머님을 조금 이해하게 되었다.


가난한 집안에 아들로 태어나 책임감 강한 성격에 10대 때부터 시골에서 도시로 일자리 구하러 나와 성공하고자 했던 욕구가 강했다던 우리 시아버님, 시아버님이 사업을 일구시느라 온갖 스트레스를 이겨낼 때 묵묵히 내조하셨던 오롯이 받아내셨던 시어머님.


비싼 딸기를 먹이지 못해 토마토만 사다 먹이셨다는 이야기,

쌀 살 돈이 없어 라면사다 먹이거나 쌀 동냥해 먹인 이야기,

시아버님의 젊은 시절 강했던 성격을 상대해내야 했던 이야기,


오직 자식들만 바라보며 그 시간을 이겨내셨다고 하셨다.


결혼한 자식들을 옆에 끼고 사시며 과일이며 고기며 먹거리들을 늘 사다 주실때마다 '왜 저렇게까지 자식들에게 정성이실까? 귀찮으실 법도 한데...'그 마음을 조금은 이해하게 되었다.

늦은 저녁 한 끼 굶을 법도 한데 삼시 세 끼를 왜 그렇게도 중요하게 여기셔서 자식들도 꼭 같이 먹어야 한다고 하시는지 그런 시아버님도 아주 조금은 이해할 수 있게 되었다.

결혼을 했어도 내 자식인 건 변함없고, 며느리도 새로운 자식으로 거둬들인 거지 결혼하고 독립된 인격체로 아들들을 내보내지 못하고 계셨던 거였다.


어쩌면 보상받고 싶으셨던 건 아닐까 생각이 들었다.

심리학의 사전적 용어로 명시되어 있다.

 [자신의 결함을 방위하고 남이 호의적 태도를 갖게 하기 위해서 또 자존심을 유지하기 위해서도 필요한 것으로, 경쟁적인 사회에서 가장 두드러지게 나타난다]


마음으로 의지했던 자식들이 커버렸으나 이제는 쉽게 떠나보내지 못하고 의지하고 사시고 싶은 그 힘들었을 때 마음을 보상받고 싶으셨던 건 아닐까 생각되었다.


지금처럼 시부모님을 이해하기 전 이전의 그때는 이런 부모님을 이해하지 못했고, 남편 또한 그런 부모님을 이해하기보다 아마 심한 간섭으로만 여기는 나와의 갈등을 줄이기 위해 우리 부부는 물리적 거리두기를 선택해서 이사를 왔고, 그렇게 조금씩 거리두기를 해오고 있었지만 끊이지 않는 소소한 이벤트들에 참 지치기도 많이 했다.

내 마음 챙김도 필요했지만 지금의 거리 두는 과정을 이겨내실 수 있게 누군가 어머님을 도와주면 좋겠다고 생각했다.

어머님도, 우리도 각자 행복한 가족관계를 유지하기 위해서 말이다.


요즘은 핸드폰만 들고 있으면 먹거리(듣고 배울 거)들이 참으로 많다.

세바시 15분 클래스 '내 마음 관리법' 영상강의를 결제한 후 로긴 해서 듣는 방법시어머님께 알려드리고 왔다.


드라마틱하게 변하시길 바라지는 않지만 어머님도 조금 더 마음이 건강해지셨으면 했다.

그렇게 본인도 자식이 전부가 아닌 다른 곳에서 행복을 조금씩 찾아나가고 가족 간의 관계도 건강하게 다시 재정립되었으면 하는 바람이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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