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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사공리셋 Oct 30. 2020

원석(原石)을 보는 며느리의 능력치

치료제는 관심이었다

시간이 지나면서 통화할 때마다 이전 생활패턴으로 돌아가신 듯 평소처럼 등산도 가시고, 목소리도 이전으로 돌아온 듯 보여서 다행으로 여기고 있었다.

어머님의 마음이 건강해지셨으면 하는 바람으로 권해드렸던 강의 영상을 이주일 정도 지난 뒤였기에 '어머님 영상 열심히 보시고 마음 잡아가시나 보다' 생각하며 뿌듯해하고 있었다.


오랜만에 아이디로 접속해 보았는데, 놀랍게도 단 한 번도! 접속하지 않고 계셨다. 

'분명히 너무 힘들다고 하셨는데, 마음이 힘든 게 아니셨나? 나 완전 헛다리 짚었나? 딱 한 강의 정도는 접속해서 들을 법도 한데 원인이 마음이 괴로운 게 아니었나? 아니 마음은 괴로웠으나 해결책이 이런 강의 따위가 아니었던가...!'


아니었던 거다!


며느리인 내가 제 발로 찾아가서 온라인 강의를 결제해 마음 추스르도록 도와드리고,

아들들은 어머님이 혹이나 어떻게 되실까 봐 걱정되어 매일 안부 전화드리고,

시아버님도 마찬가지로 어머님 눈치 보며 일하다 말고 전화해서 수시로 안부를 확인하고,


이미 어머님의 마음은 치료되었던 거였다!

자식들에게 바랬던 보상심리가 충족이 되었던 터였다.


치료제는 바로 관심.

어머님이 우울한 것도

어머님이 몸이 자주 아픈 것도

어머님이 자식들에게 더 의지하게 되는 것도

어머님이 남편 탓 자식 탓으로 돌리며 힘들어하시는 것도


가족들에게 관심과 보호받고 싶은 어린아이이고 싶으셨던 거였다.


이 답을 찾아내는데 너무도 오래 걸렸다.

'관심받고 싶어!' 차마 밖으로 내뱉지 못했지만 수없이 간접적으로 요구했을지도 모를 일이다.

눈치 없어서 귀담아듣지도 않았을 테고, 아마 내 새끼 보느라 어른이니까 뒤로 미뤄뒀을지도 모를 일이다.

내가 처음 시집와서 시어머님께 혼난 일이 전화 자주 하라는 말씀이셨는데, 노력해도 안 되는 게 있다 보니 전화 거는 텀이 좁혀지긴 했지만, 여전히 어머님이 원하시는 만큼은 전화를 못 드린다.

그렇게 맞춰가는 게 가족이라 여기며 살아가고 있는데, 안 변한다.

나도 시부모님도 모두 똑같이 머리가 커버린 어른이기에.


이렇게 요구가 확실하면 의식적으로 관심 기울이고 있다는 표현을 계속해서 하는 게 자식의 도리일까? 

생각도 들지만'말하지 않아도 알아요!(광고 문구)'처럼 사랑이 전제된 굳이 말하지 않아도 알 수 있는 게 가족 아닐까?라는 의문도 들어서 혼란스러울 따름이다.


두 며느리가 어머님을 공격한다고 생각한 게 어머님을 너무 괴롭혔던 거고, 사건의 내용은 전혀 중요하지 않았던 거였다.

해결 과정에 아들들이 전폭적인 어머님 편에서의 지지가 없었기에 느낀 일차적인 배신감, 그나마 다행이었던 건 아버님이 완전한 어머님 편에서 얘기를 해주고 계셨기에 조금 빠르게 회복할 수 있었던 것도 같았다.

우리가 생각하는 아버님이 평소랑 너무도 다르다는 것을 느낄 정도였으니 말이다.


어머님에게 자식이란? 

나무(자식)에 햇볕을 쬐어주고 거름 주고 물을 주어 무럭무럭 자라 거목(木)이 되었다면 그늘을  만들어 내어주어야 한다.

아직 관심받고 싶은 어린아이가 어머니의 무의식 속에 자리 잡고 있는 한 그냥 그 아이를 보듬어주어야 했다.

시어머님 스스로가 그 사실을 인지하고 치유해나가면 당연히! 물론! 더없이! 좋겠지만, 자식이라면 부모에게 당연히 끊임없는 관심과 사랑을 가지고 살아야 하며 표현해야지만 아시는 눈치다.


원석 (原石)을 객관적으로 바라보고 똑똑하게 알아차린 내가 그냥 그 사실을 이해하면 되는 거다.

울컥 화가 솟구치고, 며느리는 무슨 성인군자(子)냐며 폭발할 때도 분명 있겠지만, 그 횟수가 확실히 줄어들 것이라는 확신은 생겼다.

가족이기에 앞으로 오랜 시간 함께 해야 할 가족이기에 원석을 최대한 보존하면서도 부딪히고 깨지며 조금씩이라도 다듬어 가다 보면 진짜 가족이 되어가지 않을까 생각해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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