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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사공리셋 Apr 20. 2021

코로나출입통제근무하면서

나를 사랑하는 습관

"여러 사람이 만지는 이 볼펜으로 쓰라고?! 더럽다!"

(쓰고 소독제로 손소독 하시면 됩니다, 안 통할꺼 알아서)

"아, 제가 소독제로 닦아 드릴게요"

"나는 더러워서 안 만질 거다"

"네, 그럼 연락처랑 성함 불러주세요, 제가 쓰겠습니다"


"나는 개인정보보호 동의 안하요!"

"아, 그럼 병원에 들어가실 수가 없어요"

이미 대답 안 하고 그냥 들어가시는 중이시다...

할아버지 뒤에 대고 소심하게 외친다

"제가 대신 동의 체크할게요"

뒤를 흠칫 돌아보시더니 그냥 가신다.

무언의 동의라 생각하고 도 그체크한다.

.

.

.

'진료 못 보신다고요!!'

어차피 내가 하는 말 안들으실꺼고 진료 보시러 들어가셨으니 어쩔수 없다.


심심찮게 일어나는 에피소드지만, 이런 분들을 대할 때면 힘들다는 생각보다 '저렇게 일일이 대처하고 지내시다 보면 본인 스스로가 얼마나 힘이 들까'라는 생각이 먼저 든다.


이러한 분들의 공통점은 인상 주름이 깊이 베여있고, 어쩔 때는 쳐다보는 눈빛이 한대 얻어맞을까 무섭기까지 하다.

남의 말 들을 생각 없고, 내 말만 던지고 바로 행동으로 옮기는 분들.


이와 반대로 아주 드물게 가뭄에 콩 나듯 웃음이 얼굴에 배어있는 어른들이 종종 계시다.

이런 분들의 특징은 행동이 여유롭고 느긋하다. 

조급 한 사람은 빨리 확인하고 들여보내야 하는 직원뿐이다.

다른 사람(나 같은 직원) 말 귀 기울여 듣고 반응하고 동으로 옮기신다.


좋다 나쁘다를 논하기보다 사람이 살아가는데 어떠한 습관이 나의 몸에 베이느냐에 따라, 그 습관이 이렇게 무의식중에 스며나오는 것이 아닐까 생각해 보았다.

한편으로는 매일을 살아가는 우리 스스로 대하는 마인드 컨트롤 능력이 아닐까 하는 생각 들었다.


주어지는 대로 하루를 살아 내다 보면 끌려가느라 삶 자체가 피폐하다 느끼지만 자그마치 그 안에서 내 마음 하나는 통제해 나갈 능력을 누구나 가지고 있다고 생각한다.

내 감정에 관심이 있고 없고의 차이일 뿐.


잘못된 생각이 습관이 되지 않도록 하루 중 마무리를 자기를 돌아보는 시간을 단 5분이라도 가져보는 습관을 가져보는 건 어떨까라는 생각이 들었다.


나 자신을 내가 엄마가 되어서 볼 때의 마음과 시선으로 자신을 돌보라는 글귀를 어디선가 본 적이 있다.

정말 어렵지만 무한 사랑해주돼! 절제된 사랑을 주라는 것!이다.

과도한 사랑은 나를 과신하는 행위가 될 테고, 궁핍한 사랑은 나를 너무 극한으로 몰아갈 테고, 절제된 사랑.

"사랑하고 아껴줘야 한다"는 전제는 변함없다.


내원하시는 어른들을 보며 몸이 아픈 곳을 고치기 이전에 습관이 되어버린 삶을 대하는 불편한 태도를 조금씩 고쳐 나갈 수 있도록, 마인드셋을 먼저 도와 들릴 수 있다면 얼마나 좋을까라는 생각도 해 보았다.

치료에 임하는 자세부터 달라질 수 있을 테니 말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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