흑백요리사가 가르쳐준, 인생의 기술

삶도 요리도, 해석이 생존을 결정한다

by 안세정


최근 넷플릭스에서 방영 중인 흑백요리사 2를 아이들과 함께 즐겨보고 있다.

평범하거나 심지어 보잘것없는 재료도,

어떤 요리사의 손에 들어가느냐에 따라 완전히 새로운 요리로 탄생된다.

“우와! 어떻게 저 재료로 저런 요리가 나오지?”


같은 재료로 셰프마다 전혀 다른 요리로 다채롭게 완성될 때마다,

나도 모르게 탄성을 지르게 되곤 한다.

그러면서 문득 떠오른 질문은,

‘어쩌면 우리 인생도 똑같지 않을까?’라는 것이었다.

우리는 모두 비슷한 재료를 안고 살아간다.

과거의 상처,

오래된 기억,

뼈아픈 실패,

극한의 외로움,

뜻밖의 기쁨,

희망의 작은 조각들.

겉으로 보면 특별할 것 없는 이야기다.

하지만, 그 재료들이

어떤 시선,

어떤 손길,

어떤 해석을

만나느냐에 따라

완전히 다른 인생으로 만들어진다.

그리고 이 재료들을 다시 해석하고,

조합해서, 멋들어진 나만의 요리로

빚어내는 도구가 바로 ‘글쓰기’다.


이제, 글쓰기로 새로운 요리를 할 시간

흑백요리사에 참여한 모든 셰프들은

뜻밖에 재료를 만날 때마다,

잠시 그것을 눈앞에 두고 멈춰 서서

마치 이렇게 말하는 듯하다.

“너는 어떤 요리가 되고 싶니?”


글쓰기도 마찬가지다.


쓰다 보면 어느 순간

내 경험에게,

내 상처에게,

내 실패에게

조용히 묻게 되는 순간이 온다.

“너는 내 인생에서 어떤 의미가 되고 싶어?”

“너를 어떤 이야기로 다시 만들어주면 좋을까?”

실패는 글 위에서 손질되는 순간,

오직 쓴 맛뿐이던 재료가 오히려 깊은 향을 낸다.


상처 또한 그대로 두면 삭아가고 아픔일 뿐이지만,

글로 다시 정돈해 보면 나 자신뿐 아니라,

누군가를 따뜻하게 위로해 주고 살리는 요리가 되어 돌아온다.


나만의 재료를 버리지 않을 용기

요리사들은 흔히 말한다.

“나쁜 재료는 없어요! 손대지 않은 재료만 있을 뿐이지.”

인생도 똑같지 않을까?

버리고 싶었던 순간들,

아무 의미 없어 보이던 날들,

말하고 싶지 않았던 상처들조차

다른 누군가에게는 살아갈 힘을 건네는

특별한 요리가 된다.


나는 지난 10년 이상의 시간 동안,

수많은 글쓰기 강의 가운데,

용기 있는 누군가의 글이

다른 이들을 살리는 장면을 수도 없이 보아왔다.


오래 묵혀둔 슬픔을 담담히 써 내려간 글이

누군가의 고통을 덜어주고,

작은 기쁨을 기록한 문장이

누군가의 별 볼일 없어 보이는 일상을 새롭게 밝혀주고,

용기를 낼 솔직한 고백이

또 다른 누군가에게

‘아… 나만 그런 게 아니었네’라는 뜻밖에 위로가 되는 순간들....


마치 깊은 어둠 속에서 불꽃 축제가 팡팡 터지는 듯,

빛의 파편들이 춤을 추는 순간이다.

이렇듯, 사람을 살리는 글쓰기는

문학적 기교나 대단한 필력이기보다,

삶의 재료를 버리지 않고 써 내려간

누군가의 용기와 진솔함에서 시작된다.

당신의 이야기는 누구의 손을 거치고 있는가?

여기에서 아주 중요한 질문이 필요하다.

“내 인생 재료를 해석하고 있는 지금 내 모습은?” – 늘 나를 비난하는 목소리인가? – 내 부족함만 찾는 완벽주의자는 아닐까? – 과거의 상처로 굳어진 옛 자아인가? – 혹은 지금의 나를 사랑스럽게 바라보는 새로운 시선인가?

같은 재료도 어떤 시선을 담느냐에 따라

전혀 다른 요리가 된다.

글을 쓴다는 것은 삶의 재료를

지금의 ‘나’라는 새로운 요리사에게 맡기는 일이다.

그러면 오래된 재료에서도

기적처럼 새로운 맛과 향이 피어난다.


쓰면, 인생의 맛이 달라진다


글 위에 내 삶의 재료들을

하나씩 올려두고 바라보면

그동안 보지 못했던 디테일이 보이고,

말하지 못했던 마음과 감정이 조용히 떠오르고,

삶 전체를 다시 요리할 수 있는 힘이 생긴다.

쓰는 순간부터

나는 더 이상 과거의 재료에 끌려다니는 존재가 아니라

나의 인생을 새롭게 요리하는 요리사가 된다.

성경은 이렇게 말한다.

“보라, 내가 새 일을 행하리니…”(사 43:19)

황량한 광야에서도 길을 내시고,

메마른 사막에서도 강을 내시는 분이

우리의 오래된 재료들도 새롭게 빚어내신다는 약속이다.

삶의 재료가 오래됐든,

이미 소진된 것처럼 보이든,

절망의 색을 띠고 있든

하나님의 손에 들어가면

전혀 다른 요리가 될 수 있다.

‘글쓰기’는 바로 그 변환의 순간을

가장 먼저 경험하는 자리다.

그래서 나는 말한다.

“쓰다 보면, 삶은 반드시 새롭게 요리됩니다.”

“쓰는 사람은, 결국 다시 살아납니다.”


지금 바로, 요리를 시작해 볼까요?

오늘 하루에서 단 하나의 재료를 고르세요.

– 작은 기쁨 하나

– 답답했던 감정 하나

– 누군가에게 들었던 말

– 오래 눌러두었던 기억

– 아직 꺼내본 적 없는 마음속 소망 하나

그리고 자신에게 이렇게 물어보세요.

“이 멋진 재료로 어떤 맛의 요리를 만들어볼까?”


이 질문 하나가 당신의 글을,

그리고 당신의 인생을 ,

전혀 새로운 요리로

변화시키는 첫 단계가 될 것이다.

2023년 여름 안면도에서_고요한 멈춤은 강력한 역동성을 가지고 있다.



월, 금 연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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