6화. 감정도 루틴으로 설계할 수 있다.

“흔한 두 가지 루틴이, 내 감정을 구해냈다”

by 안썬

예전의 나는 감정에 따라 하루가 쉽게 뒤흔들렸다.

기분이 가라앉으면 모든 루틴이 무너졌고,
예상치 못한 일이 생기면
생각에 갇힌 채 할 일은 전부 스탑 됐다.


불안과 걱정이 많은 성격 탓에 계획보다 감정이 먼저였고,
그 감정에 매몰된 순간들이 돌이켜보면

지난 10년간 실행을 반복 중단시킨 가장 큰 이유였다.


머리로는 안다.

“작은 행동이 중요하다, 실행이 답이다.”

수없이 들어왔고, 나도 동의했다.

하지만 감정이 바닥을 칠 때,

그 ‘머리로 아는 것’은 하나도 힘이 되지 않았다.


실행보다 먼저 필요한 건 감정을 돌보는 일이었다.

그 사실을, 나는 아주 늦게야 깨달았다.


아기를 낳고, 난청 진단이라는 인생의 첫 벽을 마주했을 때.
그때야 나는 감정이라는 세계가 얼마나 크고 강력한지,
그리고 그걸 외면한 채 살았다는 사실을 알게 되었다.


잠을 제대로 자지도, 밥을 제대로 먹지도 못한 채
그저 울고, 걱정하고, 멍하니 하루를 보냈다.
계획, 실행, 루틴?
그 모든 단어는 한순간에 무의미해졌다.


그 무너짐 속에서 심리상담을 받으며
비로소 나는 한 가지를 배웠다.


감정도 훈련이 필요하다.


감정은 마주치면 무조건 흔들리는 게 아니라,
*‘돌볼 수 있는 대상’*이라는 것.

그리고 그것은 작은 루틴으로 충분히 가능하다는 것.


그 이후로 나는, 삶에서 처음으로

감정 회복을 위한 루틴을 만들기 시작했다.

그 첫 시작은 '감사일기'였다.


매일 밤, 한 줄이라도 좋으니
그날 감사했던 일을 적었다.
아기가 잘 자준 것, 내가 울지 않은 것,
남편이 해준 따뜻한 말 한마디.


너무 흔한 방식이라 별로일 거라 생각했지만,
이 단순한 루틴이 내 감정의 ‘기본값’을 바꾸기 시작했다.


감사를 쓰는 행위는 뇌에게 ‘안전하다’는 신호를 보낸다.
심리학자들은 말한다.
**“감사 루틴은 불안과 비교의 뇌회로를 끊는 가장 효과적인 방법”**이라고.


그리고 어느 날, 정말 신기한 일이 일어났다.
여전히 불안한 하루였지만,
불안 속에서도 내가 ‘내 편’이라는 감각이 생겼다.


또 하나의 루틴은
차를 마시며 멍 때리는 5분이었다.

“지금 이렇게 불안한데, 무슨 멍 때리기야.”
예전 같으면 그랬겠지만
억지로라도 나를 멈추는 그 루틴은,
내 감정의 속도를 늦추는 브레이크가 되어줬다.


우리는 위협을 감지할 때,
뇌가 생존 모드로 진입해 감정을 격하게 몰아친다.
그때 필요한 건 반응이 아니라
비반응의 훈련, 즉 멈춤이다.


그 조용한 차 한 잔이 내 뇌에게
“지금은 비상상황이 아니야”라고 말해주었다.


이 두 가지 루틴은
나를 감정의 늪에서 구한 정서적 ‘닻’이 되었다.


지금도 감정은 흔들린다.
예기치 않은 일이 생기면 여전히 무너질 뻔한다.
하지만 이전처럼 휩쓸리지 않으려는 훈련을 하고 있다.


이 루틴들은 단순한 ‘실행 루틴’이 아니다.
감정을 돌보는 훈련이고,

정서적 회복력을 높이는 일상 속 훈련장이었다.


그리고 매일 반복되다 보니,
이젠 감정이 크게 흔들릴 때마다
자동으로 나를 안정시켜 주는 심리적 안전장치가 되어주었다.


하루의 끝, 감정이 무너진 날에도
감사일기 한 줄, 차 한 잔의 시간만은 꼭 챙긴다.


그러면 그 감정은 흘러가고,
나는 다시 나로 돌아온다.


이제는 안다.
감정은 ‘극복’하는 게 아니라
함께 살아내는 것이라는 걸.


그리고 그 훈련은
루틴이라는 일상의 구조 속에서 가장 단단하게 만들어진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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