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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The Answer Oct 18. 2024

한눈에 이스탄불 여행

우리가 오른 탑과 높은 것들에게 대하여

 갈라타 탑


이스탄불 구시가지에서나 이스탄불 아시아 지역인 카디쿄이에서 페리를 타고 카라쿄이에 올 때면 오밀조밀하게 모여 있는 건물들 사이에서 뾰족하게 우뚝 솟은 건물이 눈에 띈다. 탑의 유래나 역사를 알지 못하는 사람들도 이 건물의 용도를 생김새로 미루어 짐작할 수 있을 것이다.

이 탑은 비교적 잘 관리되어 있는 외관과 함께 내부도 현대적으로 새 단장되어 쾌적하게 관람할 수 있다. 전망대 꼭대기에 오르면 360도 파노라마로 이스탄불 전체를 둘러볼 수 있다는 특징을 지녔다. 이곳에서는 이스탄불의 골든혼과 보스포루스 해협을 비롯하여 아야소피아, 블루모스크, 신시가지 전체를 조망할 수 있는데, 천년의 역사가 깃든 이 도시가 오랜 세월을 견디어 오면서 얼마나 많은 사람들이 이곳을 터전 삼아 삶을 살아가고 있는지를 피부로 와닿을 정도로 느낄 수 있을 것이다. 특히 골든혼 방향으로의 전경은 얼마나 많은 건물들이 있는지 그 끝이 보이지 않을 만큼 펼쳐져 있어서 자연의 손길이 느껴지지 않을 정도다.

2024년 여행 당시 갈라타 탑과 이스탄불 구시가지의 전경

한편, 갈라타 탑을 생각했을 때 피렌체 두오모 쿠폴라, 그리고 세비야 대성당의 히랄다탑이 떠올랐다. 세 건물의 역사적 의미는 나란 사람이 논하지 않아도 충분한 가치가 있을 테니까 개인적 경험에 비추어 얘기해 본다면, 더 기억에 남는 건 쿠폴라 쪽이다. 왜냐하면 그 높은 곳을 오를 때 좁고 끝도 없을 것만 같은 계단을 오르고 또 올랐기 때문이다. 그렇게 힘들게 오른 꼭대기에서 우리가 마주한 건 자욱이 내려앉은 안개였다. 바로 앞에 있던 조토의 종탑도 희미하게 보일 정도였으니 피렌체 특유의 붉은색 지붕들의 모습들은 눈에 담지 못했었다. 또, 히랄다탑은 세비야 대성당의 부속건물로서 꼭대기에서는 세비야의 드넓은 평지를 한눈에 볼 수 있는 곳이다. 이곳은 계단이 아니라 비탈길로 만들어져 있는데, 그 이유인즉 왕이 말을 타고 꼭대기까지 오를 수 있도록 만들었다고 전해진다. 그래서 오르는데 크게 힘들지 않고 오를 수 있다. 참고로 "히랄다"라는 뜻은 풍향계를 의미하는 것으로 탑의 꼭대기에는 믿음을 상징하는 여성상이 설치되어 바람의 방향을 파악하는 용도로 세워져 있다. 반면, "그리스도의 탑"이라는 의미를 지닌 갈라타 탑은 기다림도 짧았고 오르는 것도 계단과 엘리베이터 중 하나를 선택할 수 있었던 탓에 당연히 무더운 이곳 날씨에서는 그 선택지는 의미가 없었다. 쉽게 오른 탑의 전망대에서는 다행히 탁 트인 전망을 볼 수 있었다. 역시 여행은 같은 공간이더라도 여행자의 과거와 현재 경험의 융합적 결합에 따라 기억에 담기는 정도가 달라진다. 모두가 동일한 경험할 수 있는 건 아니란 것을 새삼 깨닫게 되었다.


2016년 피렌체 여행 당시 쿠폴라로 오르는 계단과 꼭대기에서 바라본 조토의 종탑, 피렌체 도시의 모습
2020년 세비야 여행 당시의 히랄다 탑과 세비야 전경

2024년 7월 21일 월요일 여행 2일 차


이스트클랄 거리를 관광한 후 우리는 내리막길을 이용하여 갈라타 탑으로 향했다. 좁은 골목이 나뭇가지처럼 갈라져 미로를 만들어내는 베이욜루 인근 지역에서는 자칫하면 길을 헤매거나 막다른 길을 마주할 것 같았다. 우리는 이스트클랄 거리 끝에서 다시 이어지는 Galip Dede 거리를 따라 내려갔다. 10분쯤 걸었을까. 갑자기 보이지 않던 엄청난 크기의 탑이 그 위용을 나타내고야 말았다. 멀리서만 봤을 때에는 생각만큼 크지 않았지만 직접 그 역사적 명소를 마주하니까 엄청난 높이에 압도되었다. 주변 낮은 건물들로 가려지지 않을 정도였는데 어떻게 우리 눈에 보이지 않게 꼭꼭 숨었는지 의심이 갈 정도였다.


관람 이후 이스탄불에서 맛있다는 유명 고등어케밥집을 찾아 헤맸지만 결국 찾지 못하고 카라쿄이 역 근처 또 다른 고등어케밥이 있다길래 걸어서 이동하였다. 다소 작은 가게였고 길 한편에 테이블을 설치하여 먹을 수 있었다. 하지만 우리는 무더운 날씨 탓에 포장해서 숙소에 먹기로 했다.

얼마 전 <독박투어 3> 유럽 편에서 이스탄불 고등어케밥을 소개한 장면이 있었는데, 출연자들은 생각보다 별로였다는 반응이었다. 하지만 우리는 약간 식긴 했지만 우려했던 것보다 비린맛이 없었고 별미라는 생각으로 맛있게 먹었던 기억이 있다. 호불호가 갈리는 음식인 것 같다.


<여행 tips>

1. 갈라타 탑 예매는 온라인(https://www.galatatowertickets.com)에서 가능하다. 원하는 날짜를 선택하면 되고, 만 7세까지는 무료입장이 가능하다. 탑 광장 내 매표소가 있어서 현장 발권도 가능하며 온라인 예매 시 모바일 티켓으로 입장 가능하다.

2. 갈라타 탑 전망대에는 꽤 강한 바람이 불고 있어서 모자나 스카프 등 기타 분실의 위험이 있는 물건은 가방에 넣길 추천한다. 여름철에는 내부 대기실에서 에어컨이 가동되므로 참고하길 바란다.

3. 카라쿄이 인근 고등어케밥 맛집은 2024년 7월 현재 이전하였기 때문에 업데이트된 정보를 이용하여 찾길 추천한다.

고등어케밥 맛집이 있었던 카라쿄이 골목 풍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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