튀넬 열차를 타고 신시가지 속으로
튀넬 열차
세계에서 두 번째로 오래된 지하철.
이스탄불 카라코이에서 힘차게 출발하여 높은 언덕을 열심히 달리면 그 끝은 베이욜루다.
2024년의 시각에서 보면 이게 왜 지하철인지 고개가 갸우뚱거릴 수 있다. 지하철보다는 유럽에서 흔히 볼 수 있는 푸니쿨라의 지하 버전 정도로밖에 보이지 않기 때문이다. 또, 지상 노면 열차인 트램으로도 여길 수 있다. 열차 겉면이 빨간색으로 칠해진 것이 특징인 튀넬 열차는 언덕으로 이루어진 이스탄불 신시가지를 여행하기 위해서는 필수적이다. 여행자뿐만 아니라 현지인들에게도 이 높은 언덕을 매일같이 오르내린다면 여간 힘든 일이 아닐 것이다. 그래서 열차의 오래된 역사가 무색할 만큼 현재까지도 활용도가 매우 높은 편이다.
2024년 7월 21일 월요일 이스탄불 여행 2일 차
우리는 오전엔 갈라타탑을 비롯하여 신시가지 주변을 둘러볼 생각이었다. 하지만 무더운 여름날 높은 언덕을 오를 자신이 없는 우리가 선택한 교통수단이 바로 튀넬 열차였다. 마침 아내도 그 역사적인 열차를 타보고 싶다기에 튀넬 열차를 타기로 했다. 이후 베이욜루 역으로 이동하여 이스트클랄 거리를 따라 탁심 광장을 향하면서 구시가지와 다른 느낌을 경험할 요량이었다. 이후 다시 베이욜루 역까지는 트램을 타고 신나게 달리는 경험을 한 후 내려오면서 갈라타탑을 관람하는 여행 루트를 계획하였다.
이스탄불의 더위는 이른 아침부터 기승을 부리고 있었다. 새벽 달리기를 하려고 6시에 숙소 앞 테라스에 나가기 위해 문을 연 순간 오후에나 경험할 법한 열기가 테라스 공간을 가득 메우고 있었다. 이미 이곳의 더위를 호되게 경험한 나는 한치의 망설임도 없이 달리기를 포기하고 오늘 여행을 위한 에너지를 충전하였다.
다행히 우리 가족은 시차 부적응은 없었다. 전날 오전에 이스탄불에 도착하는 일정이 도움이 되었는지 지난 스페인 여행에서 이틀 동안 시차 부적응 탓에 피로감이 극에 달했던 때와는 달랐다. 컨디션이 최상까지는 아니지만 잠을 설치진 않았다. 하지만 문제는 더위였다. 오전부터 뜨거운 열기를 내뿜는 이 도시에 적응하지 못했던 것이다. 아마도 유독 더위가 이번 여행의 이슈가 되었던 것은 우리 가족이 더위를 많이 타기도 하고 여름 유럽 여행은 처음인 까닭이다. 매번 겨울의 유럽을 경험한 우리로서는 튀르키예의 더위가 영 적응되지 않았다.
우리는 더위를 곁으로 피하며 간신히 튀넬 열차로 환승하기 위해 역으로 도착했고 이윽고 움직이는 열차에 몸을 싣고 높은 언덕을 쉽게 올랐다. 오래된 열차라고 믿기지 않을 정도로 부드럽게 움직이는 열차에 놀랐고 지하철이라는 이점을 살린 시원함에 더 놀랐다. 열차 안에 계속 있고 싶을 정도로.
시원 섭섭한 마음을 열차에 담고 베이욜루 역을 나왔다. 그래도 다행인 건 구시가지보다 상대적으로 시원했다는 점이었다. 그래도 시간이 거듭될수록 그 열기는 어쩔 수 없었지만.
다른 여행기를 찾아봤을 때 다들 이스트클랄 거리의 유럽식 건축 양식에 크게 인상 깊었다고 그 감동을 전했었다. 분명 구시가지와 비교해서는 상대적으로 이국적이지만 유럽 여행을 자주 다녔던 우리로서는 큰 감명을 받지 못했던 것이 사실이었다. 오히려 우리는 구시가지가 훨씬 더 독특했고 타지로 온 기분이 들었다. 나중에 이야기하겠지만 안탈리아의 경우에는 휴양도시, 카파도키아는 전혀 새로운, 다른 행성에 온 느낌을 받았다.
여하튼 우리에게 이스트클랄 거리는 쿨(cool)한 도심이자 리스본 여행 이후 오랜만에 타보는 구형 트램(아들은 난생처음이지만)을 경험한 의미 있는 공간이었다.
< 여행 tips >
1. 구시가지(아야 소피아 등)에 숙소를 잡았고 신시가지를 둘러보고 싶다면 트램을 타고 카라쿄이 역에서 하차한 후 트램 운행 방향 기준 11시 방향에 튀넬 열차 역이 있다. 이스탄불에서는 환승 개념이 없으므로 갈아탈 경우에도 열차에 해당되는 금액을 지불해야 한다는 점을 잊지 말자. 이스탄불 교통카드를 구입해서 수시로 충전해서 사용하는 방식을 추천한다. 카드 및 요금 반납 규정이 없기 때문에 무턱대고 많은 금액을 충전할 경우 쓰지도 못하는 카드가 될 수 있기 때문이다(당근 등에서 거래를 해도 되겠지만...)
2. 이스트클랄 거리에는 트램이 운행한다. 우리와 같이 탁심광장까지 도보로 이동한 후 출발지점으로 되돌아올 경우 트램을 이용하면 체력적으로 수월하고 걸으면서 봤었던 풍경이 트램에서는 또 다른 느낌으로 다가온다.
3. 탁심광장은 큰 기대를 하지 않는 게 좋을 것이다. 그저 넓은 광장인 점을 말고는 볼거리는 그 명성과 반비례한다. 광장 한가운데 있는 이스탄불 도시 표식에서 찍는 인증샷만으로 충분해 보인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