렌트카 여행의 마무리는 감동!
늦어진 일정 덕에 메스키타를 가볍게 살펴본 후 우리는 방황해야만 했다.
시간이 애매했기 때문이었다.
로마교에서 보는 일몰을 비롯하여 코르도바 도시를 두루 살펴볼 시간이 없었다.
그리되면 밤길을 운전해야 했고 반납시간도 초과되기에.
무엇보다 안전이 신경쓰였다.
갈팡지팡한 끝에 메스키타 주변 골목을 여행하기로 정했다.
지난번 여행에서 그라나다에서의 자체 골목 투어와 리스본에서의 알파마 지구 골목 여행을 떠올랐기 때문.
그리고 목적지가 없이 돌아다녀본 결과 뭔가 막막함을 느꼈다는 아내의 말에 행선지를 정할 필요가 있었다.
우선 세네카 광장의 목이 없는 동상을 보기로 하고
구글맵에서 방향만 확인하고 더 이상 보지 않은 채 출발했다.
이 도시는 흰색 바탕에 황토빛을 데코한 느낌에다가
원색의 화분들로 포인트를 주면서 깔끔함을 표현한 듯했다.
거기에 천년 역사의 고즈넉함이 더해지고 골목골목마다 아기자기함이 매력적이었다.
코르도바 역시 유명 관광지이지만 마드리드나 세비야, 그라나다 등의 도시보다는 한산한 느낌이었다.
관광객보다는 현지인들이 더 많은 듯했고 시에스타(siesta) 때문인지 문을 연 가게가 드물었다.
한 가지 특이한 점을 발견할 수 있었는데, 집집마다 창문 앞에 나무로 된 가림막이 되어 있었다.
세비야에서의 숙소(에이비엔비)도 마찬가지였는데,
검색해보니까 여름철 살인적인 더위를 피해서 햇빛을 최소화시키고
통풍이 되도록 고안했다고 한다.
새삼 날씨와 주거형태의 밀접한 연관성을 알게 되었다.
드디어 배가 고파졌다. 일단 골목투어를 마치고 주차장 인근으로 가기로 하고 길을 나섰는데,
아직도 식당들이 문을 열지 않았다는 것.
유명해보이는 식당도 가봤지만 아직 오픈준비중.
그래서 지나다가 봐둔 식당으로 어쩔 수 없이 가야만 했다.
여행에서 힘들 때 가장 하기 싫은 게 왔던 길 되돌아가는 것이지 않은가?!
아내와 아들이 투덜거릴 때 여행 가이드로서 남편은 참 힘들다.
어떻게든 맛있는 음식을 먹이고 싶은데 쉽지 않으니....
그 고충을 알아만줘도 좋을련만...아들은 짜증까지 부리고...
그렇게 인고의 시간을 보낸 후 도착한 식당은 다행히 운영하고 있었다.
재빨리 먹물 빠에야와 오징어가 결들여 있는 샐러드를 주문했고 생각보다 빨리 나와서 후닥닥 먹어버렸다.
기대치가 낮아서였을까. 아니면 배가 너무 고파서였을까.
너무 너무 맛있었다. 지금도 그 맛은 잊을 수가 없었다.
사진을 보고 있노라니 침 넘어가는 소리가 크게 들린다.
맛있는 저녁을 먹고 다시 세비야로 돌아가기 위해 핸들을 잡았다.
세비야로 돌아오는 길은 의외로 간단했다.
에시하(Ecija)에서 코르도바로 오면서 이용했던 고속도로를 타고 1시 30분을 이동하면 그뿐이었다.
길을 헤맬 필요도 없이.
하지만 신경써야 할 것은 바로 밤길 운전.
가장 신경썼던 부분이 바로 제한 속도였는데,
A-4라는 명칭의 이 고속도로에서조차 제한속도 표시판이 거의 없었다.
표시판을 확인하기 위해 2~3차선 위주로 주행했지만 찾아볼 수 없어서 더욱 긴장할 수밖에 없었다.
밤이 되니까 그렇게 잘 지키던 현지인들의 추월선과 주행선을 마구 질주하는 듯했다. 아마 내 느낌이었겠지만.
밤길 운전을 하면서 알게 된 하나는
스페인의 화물차와 유조차 등등 대형차들의 뒷면이 우리와는 사뭇 달랐다는 것.
차량 뒷면에 차량 모양이 무엇인지 확인할 수 있도록 야광화가 되어 있었다.
예를 들어 유조차면 뒷면 둥그니까 그 모양대로 야광표시가 되어 있어서 무슨 차인지 알 수 있었다는 거.
우리나라에서도 이 같은 것을 도입하면 차량 식별이 용이할 것 같았다.
그렇게 초집중하고 도착한 렌트카 업체.
근데, 모두 퇴근한 뒤였다. 9시가 조금 안된 시간이었는데.
키 반납을 할 수 없었으므로 차량은 해당 업체 주차장에 세운 후 다음 날 아침에 키를 반납하러 와야했다.
숙소로 돌아가기 전 렌트카 이곳저곳을 사진으로 촬영한 것도 잊지 않았다.
그렇게 우리의 세비야 렌트카 여행은 끝이 났다.
최초 여행 일정과는 다르게 진행된 이번 여행에서 알게 된 점은
여행도 인생처럼 마음대로, 계획대로 되지 않는다는 점.
그 상황에 적응하는 법을 배웠다.
한편,
자하라 데 라 시에라에서는 자연을 만들어 낸 경이로움을
코르도바 메스키타에서는 인간을 만들어 낸 경이로움을 경험했다.
지역마다 다양한 매력을 가진 팔색조 스페인.
그 중에서....
안달루시아! 넌~ 내게 감동이었어!