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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The Answer Jun 28. 2020

러닝은 별 생각을 다하게 해준다

러닝은 별 생각을 다하게 해준다(feat. 여자가 운동한다는 것은)

2020. 06. 27.(토) 22:00 경


야심한 밤에 달렸다. 

점심 때 장모님께서 맛있는 밥을 사주셨고 처가집에서 '부캐들의 향연'을 본 후 

수원 우리 집으로 향했다. 

다행히 아들 놈은 곯아떨어져 조심조심 침대에 누였다.

그리고는 곧장 운동복으로 갈아입고 운동장으로 향했다. 


선선했지만 습기를 머금은 바람이 불었다. 

어제는 달리지 못해서 오늘은 몸이 무거울 줄 알았는데,

꽤나 괜찮았다. 

그렇다고 완벽한 컨디션이 아니었기에 초반에 페이스를 올리지 않았다. 

또 하나의 이유는 지난 번 계단 오르기의 후유증으로 종아리에 알이 배였다. 

특히 오른쪽은 10년 전 끊어진 아킬레스건 때문에 더욱 신경쓰였다. 

수술은 잘됐다고는 하지만 그래도 매사 운동할 때 조심스럽다. 

그래서인지 그 좋아하는 농구를 하지 않는다. 

특성 상 순발력과 민첩성이 요구되는 스포츠인만큼 아킬레스건에 무리가 가기 때문이다. 

아무리 컨디션이 좋은 날도 실은 100% 달리지 않는다. 

혹시나 하는 마음에...

늦은 밤인지 사람이 드문드문하다. 

그래서 축구골대 앞 아빠와 아들, 딸이 축구하는 모습이 인상적이다. 

달리면서 그들이 집에 갈 때까지 그 앞을 지날 때면 유심히 관찰했다.

우선, 아들이 축구를 좋아하는 것 같았다. 

그 아들을 위해 아빠가 나섰고 딸도 함께 하다가 딸도 축구를 좋아한 것 같았다. 

따라서 셋 다 축구를 좋아하며 재밌게 놀고 있었다. 


나는 딸의 모습을 유심히 살펴보았다. 일단, 풋살화 느낌의 빨간색이여서 눈에 띄었다. 

그리고 마지못해 따라오지 않았다는 것을 딸의 아쉬워하는 모습에서 알 수 있었다. 

사실, 우리나라에서 여자가 축구를 한다거나 좋아하는 것이 일반적인 경우는 아니다. 

더욱이 중고등학생의 경우에는 희귀하다고 할 정도로 드물다. 

학년이 올라갈수록 여자는 축구를 비롯하여 운동 전반에서 흥미를 잃거나 하기 싫어한다. 

이유야 여러가지일 수 있겠으나 적어도 내 경험과 생각에는 사회적 분위기가 가장 크다고 할 수 있겠다. 


여성이 해야 할 행동에 대한 선입견이라고 해야할까?

뭐..그런 게 있는 것 같다. 

학교 현장에 있으면 더욱 그 같은 모습이 두드러진다. 

동료 선생님들께서 여학생이 운동을 좋아하거나 잘하면 의아하게 생각하고

살짝 편견을 가지는 것을 느꼈다. 

무엇보다 여학생끼리 공을 가지고 놀면 구경거리가 된다. 

같은 경우 남학생들의 모습은 일상이라 별 관심을 끌지 못하고.


그래서 나는 달리면서 그 딸에게 마음속으로 바랐다. 


'제발 저 모습이 변하지 않길...'


이 같은 생각 자체가 선입견이자 편견일 수 있으나

적어도 내 경험적으로 그렇게 생각한다. 

언제든지 다른 이유를 찾는다면 바뀔 수도 있다.


달리면서 별 생각을 다한다 싶겠다. 

근데, 직업병인지 그 생각부터 문득 떠오르는데

어쩌겠는가. 


암튼, 오늘은 오랜만에 달린 거 치고는 페이스가 괜찮았다. 

총 50분 러닝에 km당 5:43, 9km를 달렸고,

마지막 1km는 5:01초로 최고 페이스를 경신했다. 

그 시점에 열심히 달려준 두 명의 여자분께 감사드린다. 

나의 페이스메이커가 되어주셔서~


가벼운 마음으로 집으로 발걸음을 옮겼다.


# 오늘의 한줄평


러닝은 별 생각을 다하게 해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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