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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The Answer Jul 19. 2020

내 기억의 플레이 버튼

드라마 "네멋대로 해라"

2002년 여름.


한일 월드컵에서의 우리나라 축구국가대표팀의 4강 신화로 온 나라가 떠들석했었다.

나 역시 축구 열기에 한창 들떠 있었고 너도 나도 친구였으며 전 국민이 하나가 되었었다.

그러던 와중에 한편의 드라마가 조용히 시작하고 있었는데, 그 제목은


"네 멋대로 해라"


양동근, 이나영, 공효진, 이동건 등 청춘스타들이 출연했던 이 드라마는 20대 초반 인생에 큰 추억이 되었다.
그 시절은 서울로의 상경이 2년차였던, 서울살이가 그저 즐겁기만 했었던 대학생이었다.

지방에서 올라온 친구들과 한강 다리와 지하철 노선도를 좔좔 외우면서 서울사람 되기가 마냥 즐거웠다. 

또, 서울 곳곳을 돌아다니면서 서울을 느끼는 재미가 솔솔했었는데, 이 드라마가 서울살이의 맛을 배가되도록 큰 역할을 했었다.



이 드라마에서의 양동근, 이나영의 샤이 커플은 버스 맨뒷자리에 앉아서 데이트하는 것을 즐겼는데, 

이들의 만남의 장소는 외딴 버스정류장이었다.

드라마를 보는 내내 그곳을 가고 싶었고 그 당시에는 지금처럼 인터넷이 발달되지 않아서 찾기가 쉽지 않았다.

내가 있던 곳은 2호선 건대입구역.

그곳은 6호선 광흥창역 인근.

지금은 손쉽게 알 수 있었지만 그때는 알 길이 없었다. 그래서 이곳저곳을 찾아 헤매었다. 

어렵사리 그곳을 알게 된 후 찾은 그 버스정류장에는 수많은 메모와 글들이 적혀져 있었다. 



한편, 샤이 커플의 데이트 방법인 버스타기는 나의 서울살이 취미가 되어 혼자서 아무 버스를 잡아타고는 맨 뒤좌석에 앉아서 음악을 들으며 종점까지 갔었다. 거기서 또 다른 버스를 탄 후 그 버스의 종점을 향했었고.


"슬픔 속에 그댈 지워야만해"


드라마의 메인 테마곡인 이 음악은 원곡이 이현우였지만 이름모를 허스키한 보이스의 가수가 불렀는데, 

18년이 지난 얼마 전 라디오에서 흘러나왔다.

내 기억 속에 잊혀져만 갔었던 20대의 기억들을 끄집어내며 추억살이로 큰 위안이 되었다. 


음악이 주는 힘이 그런 것이 아닐까 싶다. 

사진이나 글로는 떠올릴 수 없는 그 무언가가 있다. 

어떤 장소를 지날 때 문득 생각나는 음악이 있는가 하면

우연히 들은 음악이 지난 날의 장소와 느낌을 되살려주기도 한다.

마치 내 기억의 플레이 버튼인 것처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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