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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The Answer Sep 27. 2020

왜 이제야 왔어!?

자연스러운 만남이 가져다주는 행복

왜 이제야 왔어!?
네~ 아들 밥 먹이느라고요. 언제 오셨어요!?
우린 진작에 왔지!! 재인아!! 준용이 왔다!


요즘 퇴근 후 남은 오후 시간을 보낼 때 자주 하는 대화다.

우리 집 앞에는 놀만한 놀이터가 두 군데나 있어서 아들이 뛰어놀기 안성맞춤인데, 그중 한 곳에서는 4월부터 거의 매일 만나는 또래가 셋 있다.

두 명은 같은 나이고 나머지 한 명은 한 살이 어리다.

이들의 관계는 학원도, 어린이집도 아닌 우연히 동네에서 만난 동네 친구다.

그리고 그들을 데리고 오는 할머니 두 분과 할아버지 한분이 계신다. 아이 입장에서 할아버지, 할머니지, 내 입장에서는 부모님 뻘 되는 나이이시다.

이들 넷은 매일 만나서 뛰어노는데, 같이 놀지 않은 듯 같이 노는 듯하며 지낸다.

그러면서 자연스레 우리들은 각자의 역할이 생겨버렸다. 놀이터에서 차도로 나갈 수 있는 두 곳에는 나와 할아버지께서, 놀이터 중간 정자에는 할머니들께서 아이들을 봐주신다.

이렇게 6개월가량 꾸준히 만나다 보니까 서로가 갖고 온 것들을 나눠 먹고 세상 사는 이야기를 나누면서 어느새 친해져 버렸다.

그렇다고 해서 부담스러운 관계는 아니다. 이들 때문에 반드시 놀이터에 가야 한다는 압박(?)이 더욱 좋다.


가끔 함께 뛰어노는 아이들을 보노라면 나 어릴 적에는 동네 친구가 너무 당연했는데, 요즘 아이들에게는 동네 친구가 낯설 수도 있겠다는 생각이 들곤 한다. 어린이집 친구, 학원 친구, 학교 친구 등은 있어도 같은 동네에서의 자연스러운 만남으로 이어진 친구는 드물기 때문이다. 친구도 부모가 정해주는 세상에서 동네 친구라는 말은 쉬이 와 닿지 않는 시대이기에 나를 비롯해 아들에게는 동네 친구의 존재가 무척 크다.

언제든지 놀이터에 가면 만날 수 있는 친구가 있다는 것이 얼마나 소중한 것인지.

나 역시도 동네 주민분들과의 관계가 전무한 상태에서 동네 어른들을 만날 수 있다는 게 참 즐거운 경험이다.

나와 아내도 이곳이 고향이 아니기에 아는 사람이라곤 없기 때문이다.

그래서 동네 어른들이 참 소중하게 느껴진다.


자연스러운 만남이었기에 자연스러운 헤어짐도 있겠지.

슬프기도 하겠지만 억지스러움보다 낫지 않을까.

이 같은 만남을 소중하게 느껴지니 말이다.


해가 빨리 떨어지는 요즘이다. 퇴근 후 얼른 아이를 데리고 놀이터로 나가야겠다.

그곳에는 아들의 친구들이 기다리고 있기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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