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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이문연 May 16. 2016

일상을 벗어나고 싶은 욕구와 안정감을 취하고 싶은 욕구

균형잡힌 삶에 대한 여행적 고찰 - 2012.04 작성

사람들은 여행을 좋아한다. 익숙함과의 결별이라도 하듯이 낯선것과의 조우가 새롭기도 해서겠지만 일상에서 맛보지 못한 특별함을 선물하기 때문일 것이다. 그래서인지 사람들은 일에 매진하면서도 떠나고 싶은 충동에서 벗어나지 못한다. 몇일 전 부모님과 강원도로 여행을 다녀왔다. 가기 전에는 피곤함때문에 집에서 쉬었으면 하는 생각이 굴뚝같았지만 부모님이야 어디 여행갈 일이 많지도 않은데 기분좋게 다녀오는 것이 평소 다하지 못하는 효심을 쥐꼬리만하게라도 드릴 수 있는 것이었다. 좋은 풍경과 맛있는 음식 그리고 가족들과의 휴식은 일상에 하지 못하는 것들을 담아낸다. 어디에선가 그랬던 것 같다. 가족들과의 여행은 '여행'이 목적이 아닌 '같이 있는 시간을 만드는 것'이 목적이라고. 그것이 목적이라면 일상을 벗어난 것과 가족간의 시간을 보낸 알찬 여행이었다는 생각이 든다. 


해외여행은 많이 가보지 않았지만 해외든 국내든 여행을 떠나는 사람들의 동기는 50%는 현실을 잠시 잊고 싶은 욕구와 나머지는 새로운 나와 만나기 위해 그리고 나머지는 특별한 목적을 가지고 여행을 하겠지만 그 특별한 목적 역시 현실 대체 욕구가 아닐까 추측해 본다. 그런데 아무리 그렇게 여행을 좋아한다고 한들 돌아올 집이 없다면 무슨 소용일까? 1박 2일 여행을 마치고 집에 도착하면 여행이 아무리 즐거웠어도 집만큼 편안한 곳이 없다는 말이 저절로 나온다. 물론 이건 개인적 성향에서 나오는 말일 수 있지만 여행에서 돌아갈 집이 어딘가에 자리잡고 있는 안정감은 그야말로 여행을 즐겁게 할 수 있는 가장 큰 동기부여가 아닐까? 그래서 편하게 쉴 수 있는 집과 일상을 잊게 해주는 여행은 서로 다른 시,공간적 의미이지만 뗄레야 뗄 수 없는 불가분의 관계이다. 


반복되는 지루한 일상을 벗어나고 싶어 정말로 벗어난 사람은 그 변화무쌍함에 혹은 하루하루가 도전이어야 하는 생활에 질려버릴지도 모른다. 그러다 결국 돌아가고 싶지 않은 일상으로 돌아간다. 물론 이전과는 전혀 다른 마음가짐으로다. 성향마다 다를 수 있지만 사람은 누구나 적당한 안정감과 적당한 도전/변화를 원한다. 안정감은 돈이며 도전과 변화는 즐거움이다. 안정감이 적당히 있어야 도전과 변화를 즐길 수 있으며, 삶에 도전과 변화가 적당히 있어야 돈을 버는 것도 싫지 않다. 그 도전과 변화를 계속하기 위해 돈을 버는 일을 기꺼이 감수하는 것이다. 여기에서 중요한 것은 균형점이다. 안정감과 도전과 변화의 균형이 유지되는 삶은 행복하다. 너무 안정적이지도 않아야 하며 너무 도전과 변화만 난무해서도 안 된다. 하지만 삶은 우리에게 이 두 가지를 모두 내어주지 않는다. 이 두 가지가 적절히 섞인 직업은 극히 드물며, 직장 안에서의 균형은 직장을 벗어나면 또 다른 변수를 만나기에 직장 내의 균형잡힌 삶에 만족하기란 쉽지 않다. 


그렇기 때문에 대부분의 사람들은 직장 업무를 안정감으로 보고 지속한다. 그 외의 도전과 변화는 자기계발이나 다른 것으로 대체한다. 하지만 기존의 자기계발은 '즐겁게 도전'하는 것이 아닌 만큼 행복도는 떨어진다. 반드시 안정감 이외의 것은 여행처럼 '특별함과 즐거움'이 공존해야 한다. 안정감을 팽개치고 특별함과 즐거움이 가득한 삶으로의 도전을 시작한 사람들 역시 쉬운 삶은 아니다. 왜냐하면 특별함과 즐거움만 가지고서는 '삶'이 되지 않기 때문이다. 반드시 안정감이 뒷받침이 되어야 하며 특별함과 즐거움이 안정감으로 대체되는 시간은 사람마다 다르지만 평균적으로 3년에서 5년 길게는 10년까지 걸린다. 결코 짧은 시간이 아니다. 그렇기에 의식적으로든 무의식적으로든 사람들은 여행을 원하고 여행을 떠나지만 여행이 삶이 되는 삶을 원하지는 않는 것이다. 특별함과 즐거움을 만끽하더라도 언제고 돌아올 수 있는 집이 있는 삶은 그래서 중요하다. 


난 여행을 좋아하는 편은 아니지만 일상을 여행처럼 하는 것은 좋다. 특별함과 즐거움과 안정감이 공존하는. 그 말인 즉, 내가 하는 일이 안정감도 주면서 도전과 변화를 할 수 있는 환경을 만들어주는 것이 좋다는 말이며 일상에서 이러한 욕구가 충족이 될 때 사람들은 아마 '현실을 잊고 싶은 여행'에 대한 욕구가 조금은 사그라들 것이다. 내가 원하는 일로 안정감과 특별함, 즐거움을 다 느끼면야 최고로 좋지만 삶은 늘 그렇듯 우리에게 호락호락하지 않다. 언제나 일정부분 내놓는 것이 있어야 다른 부분을 내어준다. 이것을 받아들일 수 있다면 현재 안정감에 지루해 죽을 것 같더라도 자신만의 특별함과 즐거움이 있는 경험을 찾아나설 수 있으며 안정감이 부족해 휘청거릴지라도 특별함과 즐거움이 안정감이 될 수 있는 방법을 강구할 것이다. 비슷한 몸무게를 가진 친구와 시소를 타듯 언젠가 균형이 맞을 때가 오겠지만 한 쪽의 발구르기로 또 오르락내리락 하며 균형점을 찾을 것이다. 일상에 지쳐 여행을 가는 것이 아닌, 일상을 더 잘 보내기 위해 여행을 다녀온다는 말처럼 나에게 부족한 뭔가를 쫓기 보다는 그 두가지의 균형을 맞춰가는 것이 삶의 묘미가 아닌가 생각해 본다. 그래서 늘 우리는 일상에서는 여행을, 여행을 가서는 집을 그리워하나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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