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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이문연 Sep 27. 2022

#9 (미용실 유목민에게) 미용실이란 무엇인가?  

다시 머리를 길러 보기로 했다. 그래서 지금 내 머리는 거지 존(머리카락이 어깨에 닿는 길이로 어떤 머리를 해도 애매해지는 길이를 말한다)을 지나는 중이다. 한 가지 머리만 고수하다 보면 심심하기도 하고 헤어 스타일에 거의 신경을 안 쓰다 보니 한 번의 시술로 가급적 손대지 않고도 괜찮은 헤어 연출이 유지되기를 바라는 편인데(하지만 지금까지 그게 가능한 머리를 해왔음) 그래서인지 미용실 선정에 힘을 많이 쏟는다. 잘 하는 선생님을 만나면 길게는 7년, 짧게는 3년씩 머리를 맡기고는 했는데 최근에 머리를 했던 선생님과 나혼자 이별을 고하고는 다시 유목민이 되었다.

잘하는 헤어 디자이너를 찾는 , 나에게 어울리는 옷을 찾는 것만큼이나 어려운 일이다.  세상에 미용실이 얼마나 많은가. 우스개 소리로 우리 나라에 가장 많은  부동산과 미용실이라고 하지 않나. 실제 동네 마실만 나가도 1상가 1미용실쯤은 쉽게 찾을  있다. 그럼에도 잘하는 선생님을 찾기 쉽지 않은 이유는 리뷰에는 좋은 말만 올라오기 때문이다. 물론 나도  머리가 별로라고 리뷰에다 사진과 설명을 남기는 것보다는 미용실을 떠나는 것을 택하는 편이다. 맛이 아쉬웠던 음식점에는 리뷰도  남기면서  유독 미용실에는 아쉬운 리뷰를 남기기가 어려운 걸까. ​


이유는  가지라고 보는데 결과에 대한 정확한 측정과 눈에 보이는 과정이라고 추측해 본다. 맛은 상대적일지라도 정확한 측정이 가능하다. 고기 냄새가 났다면 예민도에 따라 다르겠지만 '고기 냄새'라는 정확한 워딩으로 표현이 가능하다. 하지만 헤어는 원하는 스타일이 구현되지 않았어도 명확한 워딩으로 설명이 어렵다. 구구절절 표현해야 전달이 된다. 하지만 이것 역시 시술의 원리를 알아야 표현할  있다. 두번째는 눈에 보이는 노동의 과정이다. 음식점의 노동 과정은 보이지 않는다. 그래서 표현에   수월하다. 하지만 헤어는 시술의 과정을  지켜본다. 물론 내가  돈에 해당하는 노동이지만 사람의 행동 패턴이 어디 그렇게 작동하더냐. 상대적으로 냉정해지기가 어렵더라.​


머리를 하러 가는   나아지기 위해서다. 미용실, 피부과, 백화점 등은 결국 비주얼의 업그레이드를 바라며 찾는 곳이다. 그런데 시술을 하고 나서도 전과 비슷하거나 전보다 못한 비주얼을 발견한다면 돈이 아깝다는 생각이 드는  당연하다. 이번에도 역시 컬이 생각만큼 제대로 나오지 않아서 AS 받으러 갔다. , 이번에도 검색의 검색의 검색을 거쳐 적정한 가격대의 괜찮아 보이는 헤어 디자이너(헤어 디자이너들이 모여 창업한 곳같은 미용실) 찾아갔다. 펌의 경우 어떤 방식으로 어떤 롯드(펌할  사용하는 머리에 마는 막대) 사용하느냐에 따라 머리 모양이 다르게 나오는데 세팅 펌이나 디지털 펌이 아닌 일반 펌에서는 롯드를 사용한다.  커트 머리일 때도 계속 롯드 펌을 했기 때문에 대충 어떤 굵기(호수에 따라 굵기가 다름) 어떻게 나오는지 알고 있는 편이다. 게다 머리 모양을 예쁘게 하기 위해 부분별로 다른 크기의 롯드를 사용한다. ​


당연히 헤어 디자이너가 나보다 전문가인 것은 맞다. 내가 원하는 헤어 스타일을 보여줬을  구현이 충분히 가능하다며 지금 길이에서 펌을 하면 짧아지지 않냐고 물었을  짧아져도 느낌은 괜찮을거라 확신을 줬다. 롯드 펌은 자칫 끝이 뽀글해져 촌스럽게 되는데( 번의 경험으로 알고 있기에)  부분에 대해서 우려를 표했더니 그렇게 되지 않게 해주겠다고 했다. 뭔가 신뢰가 간다. 보통 상담할  오늘  시술에 대해 어떤 방식으로 어떻게 구현할지 구체적으로 설명해주지 않는데 내가 원하는 것도  이야기했고 그렇게 해주겠다고 했으니 믿어보자. 나는 길거리의 도를 믿으십니까?  쳐내고, 인스타로 오는 부업 팔로워 신고도  하는데 미용실만 오면  이렇게 헤어 디자이너 선생님을 믿고 싶은 걸까. ​


이제 AS 그만 가고 싶다. 컬이 너무 안 나와서(선생님은 너무 뽀글거릴까봐 자제했다고 했지만) 컬을 더 넣으려고 AS를 받았더니 얌전한 해그리드에서 성난 해그리드가 되었다. 그리고 내가 우려했던, 끝부분이 뽀글해지는 참사까지! 강의 한 달 전에 머리 하기를 잘했지. 휴......(아직 신에게는 한 달의 (회복?)기간이 남아 있습니다) 이렇게 또 미용실을 정착하나 싶었는데 또 미용실 유목민이 되었다. 상담할 때 보여준 사진과는 적어도 비슷하게는 구현이 되어야 하는 것이 아닌가 하는 생각이 들었지만 내가 아는 만큼 요래요래 조래조래 물어봐도 선생님은 전문가로서의 답변에 충실할 뿐이라 그냥 손절을 택할 뿐이다. 마음에 들지 않는 옷은 반품하거나 안 입으면 그만이지만 헤어는 답이 없다. 그대로 기르는 수밖에.

내가 슬픈 이유는 머리가 마음에  들어서인 것도 있지만  다시 미용실을 찾아( 선생님이  하리란 보장도 없고) 나서야 한다는 점이다. 추천을 받는 것도 쉽지 않은 것이 내가 하는 머리는  친구들이 하는 샤랄라~풍의 S, C컬의 롱헤어와는 다른   펌이거나, 히피펌(이번에 도전!했으나 실패~)이기 때문이다. 미용실이 이렇게 많은데 괜찮은(나와 궁합이  맞는) 헤어 디자이너 선생님은 어디에 짱박혀 있는 건지 차라리 이럴거면 '원하는 헤어 사진' 올려놓고 구현이 가능한 헤어 디자이너 여기여기 붙어라!   있는 플랫폼을 만들고 싶은 심정이다. 가을이라서 가끔 머리를 풀고 자연미? 풍기고 싶어 머리를  거였는데 성난 해그리드를 보고 어린이들이 깜짝 놀랄까봐 그건 어려울  하다. ​


글쓴이 이문연

옷문제 해결 심리 코치

행복한 옷입기 연구소 대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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