brunch

중꺾마를 다 써버린 기분

by 이문연

요즘 빠져 있는 것 몇 가지가 있는데 그 중 하나가 핀터레스트의 좋은 글이다. 내 상황이 암담할 때 그 암담함에서 탈출하기 위한 방법을 모색하는 것도 필요하지만 중간중간 비는 시간이 많은 나는 그 구멍을 (생산적이진 않지만) 마음의 위안을 얻는 것으로 메우곤 한다. 그 중 하나가 핀터레스트의 좋은 글이고 공감이 되고 기억하고 싶으면 핀으로 저장해둔다. 최근 ’어떤 일에서 유능한 사람이 되고 싶다면 ’천성, 연구, 실천‘ 이 세 가지가 필요하다‘는 글(그리스 속담)을 핀했다. 일이 잘 되기 위한 기본이 유능해지는 것이라면 나에게 필요한 것은 ’천성, 연구, 실천‘ 이 맞다. 내가 원하는 일과 잘 맞는 천성을 +10, 그 반대를 -10이라고 한다면 그래도 +쪽(사람들에게 좋은 영향을 주는 것을 좋아하니)에 좀 더 가까워 보인다. 연구와 실천은 같이 가는 거라 생각하는데 연구한 것을 확인하기 위해 실천이 필요하고 그렇게 행한 실천이 연구의 깊이에 도움이 되지 않겠나 하는 생각. 그런데 일이 없으니 연구와 실천이 메마른 느낌이다. 경험을 통해 나온 리얼한 사례가 피가 되고 살이 된다고 생각하는데 나는 내 일을 어떻게 살릴 수 있을까. 아무도 찾지 않는 일을 붙잡고 중꺾마만 외치고 싶지는 않지만 곰곰히 생각할수록 회의적이 되는 건 사실이다. 회의적이 되지 않기 위해서는 내가 하는 일이 필요하다고 생각해야 하는데 내가 가진 중꺾마는 다 써버린 기분이다. 나의 쓸모를 증명하는 것에 기쁨을 느꼈지만(하다보면 알아주겠지) 이제는 그게 뭔 소용인가 싶은.

keyword
이전 13화매일 조금씩 쓰기가, 되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