혼자서 북치고 장구치고 14년이다. 강산이 한 번쯤 변하는 기간을 보내면서 겪은 수많은 갈등 중의 하나가 바로 ‘뭐라도 해야지’와 ‘제대로 해야지’이다. 자기 분야에서 어느 정도의 일가를 이룬 사람들이 가뿐하게 쓴 에세이를 읽으면 ‘뭐라도 하라’는 뽀송뽀송한 조언을 보게 되는데 그들은 하다보니(물론 그들의 Doing에는 보이지 않는 분투가 있겠지만 제 3자 입장에서는 잘 느껴지지 않으므로) ‘일가’를 이뤄서인지 ‘제대로’ 하라고 하기 보다는 ‘일단 하라’는 쪽에 가깝다. 개인마다 뭔가를 이뤄내는 수준이 다르기에 누군가는 가볍게 했는데 ‘꽤나 멋진’ 수준이고 누군가는 힘줘서 했는데도 ‘하찮아 보이는’ 괴리를 경험하고 나면 ‘일단 하라’는 조언이 약간은 무책임해 보이기도 하다. 그럼에도 뭐라도 하는 것과 제대로 하는 것이 인생의 중요한 태도라는 생각에는 이견이 없는데 뭐라도 하지 않으면 아무것도 나오지 않으며 뭐라도 해야 제대로 하는 것으로 나아갈 수 있기 때문이다. 그러니 제대로 하는 게 중요하지만 결국 제대로 하기 위해서는 ‘뭐라도 하려는’ 자세가 필수인 것이다. 이렇게 써놓고 보니 뭐라도 해야하나 하면서 시간만 축낸 내 자신이 많이 부끄럽다. 시간만 축낸 이유는 제대로 할 자신이 없어서. 뭐라도 하는 건 누구나 할 수 있지만 제대로 하는 건 자기에게 엄격한 마음을 먹어야 한다. 나에게 엄격해지기 싫은 마음이 자꾸 뭐라도 하는 걸 방해한다. 나는 나에게 엄격해질 수 있을까. 엄격해지면 좀 더 나은 결과물을 얻을 수 있을까. 내 안의 엄격함을 발굴하기 위해 일단 뭐라도 시작해야겠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