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방구 많이 뀌세요-

by 이문연

양육과 케어에 들어가는 애정도를 비교할 수는 없겠지만 아기를 한 사람으로 키우는 것은 동물을 케어하는 것보다 좀 더 고난이도라 생각한다. 인간은 성장 발달기마다 케어의 방식과 애정 표현(끈끈한 쌍방의 감정적 교류 포함)이 달라지지만 반려동물은 성견(그 외의 동물 포함)이 되기까지의 케어, 성견이 된 후의 케어 그리고 노견이 된 후의 케어로 상대적으로 단순하기 때문이다. 물론 사람이나 동물이나 병에 걸리거나 아플 때는 또 그에 맞는 케어가 필요할 것이다. 여튼, 꽤 많은 보호자들이 반려동물을 자식과 같은 마음으로 보살피지만 코천이 보호자임에도 강아지와 아기는 다르다고 생각한다. 그럼에도 한 가지 비슷한 점이 있다면 말썽을 피우고 때로는 마음에 들지 않아도 아프게 되면 ‘건강하기만 해다오’라는 마음이 샘솟는다는 것인데 장이 약해 종종 장 트러블로 고생하는 코천이가 이번에도 뭘 잘못 먹었다.(알고보니 엄마가 양배추를 준 것. 양배추는 강아지들이 좋아하는 간식 중 하나인데 코천이는 소화를 잘 못시켜 주지 않는다) 저녁부터 복명음(배에서 나는 꾸르륵 소리)이 엄청 나고 방구 냄새도 잦다.(방구소리는 안남) 걱정이 돼서 얼른 소화되라고 배도 만져주고(하지만 싫어함) 방구도 많이 뀌라고 말해주는데 문득 ‘이 말 왜케 서윗하냐‘라는 생각이 들었다. 부부나 가족에게는 절대 하지 않을 말. 인간의 방구냄새와 소리를 환영? 앤 좋아하는 사람이 얼마나 있을까. 코천이를 대하는 마음으로 누군가를 애정한다면 그 사랑이 식을 일은 없겠다 혼자 상상하면서 피식 웃어본다. 배가 불편해 할아버지처럼 앉아 있는 코천이가 ‘저 인간 갑자기 왜 웃냐’는 표정으로 나를 쳐다본다. 그럼 또 한 마디 해줘야지. ‘귀요미띠, 방구 많이 뀌세요- 방구 많이 뀌고 빨리 나으세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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