brunch

먹어 치우자

by 이문연

개인마다 싫어하는 표현이 있을 것이다. 아마도 개인의 성장 환경에 기반한 무의식적 기피 현상이 반영된 것이리라. 나는 그 중 하나가 ’먹어 치워라 또는 먹어 치우자‘인데 음식을 남겨, 버리는 것에 죄책감을 갖는 문화?가 반영된 습관적 표현이라 할 수 있겠다. 먹을 걸 좋아해 어차피 잘 남기지도 않지만 나이들수록 많이 먹기보다 적당히 먹는 것을 선호하는 만큼 애매하게 남았을 때 ‘억지로’ 먹는 것 만큼 거부감이 드는 것도 없다. 나는 다 못 먹을 경우 남겼다가 먹는 것을 선호한다. 그리고 남긴다면 아무리 적은 양이라도 꼭 먹는다. 내가 ’먹어 치워라’로 표현되는 남기지 않음 강박에 부정적인 이유는 사용자의 이중적인 잣대때문이다. 적게 남은 걸 (먹어 치우지) 무얼 남기냐고 타박하는 사람들은 ‘아까우니’ 먹어 치우라고 강요하면서도 남겨서까지 음식물을 ‘아껴’ 먹는 행위에 대해서는 도통 좋은 말을 할 줄 모른다. 음식을 남겨 버리기는 ’아깝‘지만 애매한 양을 남겨서 먹는 것 또한 ’좀스럽다‘고 느끼는 것 같다. 성장 환경은 나도 모르게 내 생활과 행동을 지배한다. 어제 먹은 떡볶이(마지막 주문이라고 아주머니가 엄청 많이 주셨다)가 양이 많아 점심으로 또 먹었다. 맛있게 먹고는 냉장고에 넣으려는 찰나, ’이거 다시 먹으려나?‘ 평소 같았으면 보관했을테지만 떡볶이의 맛이 아주 신선한 느낌은 아니었어서 음쓰통에 버렸다. 개인적으로 음식 남기는 걸 싫어하므로 단골 음식점에서 안 먹는 반찬은 아예 빼달라고 말한다. 과힌 음식 낭비도 지양해야 하지만 강박때문에 억지로 먹는 일도 지양하고 싶다.

keyword
이전 19화헌혈 후엔 고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