brunch

You can make anything
by writing

C.S.Lewis

by 이문연 Apr 02. 2024

마음에 드는 옷, 사지 않는 법

마음에 드는 옷 발견하기도 쉽지 않은 누군가에게는 뭔 쌉소리냐 할 것이다. 종종 핀터레스트를 즐겨보는데(볼 게 참 많은 요즘, 킬링 타임 대회가 있다면 모르긴 해도 예선은 통과할 수 있을 듯 하다) 언제부턴가 퀼팅 패턴 재킷이 눈에 들어왔다. 퀼팅(누빔이라고도 함)에 알록달록한 색 또는 흑백으로 패턴이 들어가 화려한 듯 귀여운 디자인이다. 살 건 아니지만(사실 사고 싶다는 무의식에) 어떤 제품이 실제로 판매 중인지 궁금해서 종종 검색해봤는데 그동안 보이지 않았던 브랜뉴가 보였다. 마음에 드는 제품은 가격을 먼저 본다. 이런… 사고 싶지 않은데(사실 사고 싶은데) 가격까지 착하다니! 참으로 난감하지 않을 수 없다. 생각보다 저렴한 가격에 후기를 찾아봤다. 부쩍 따뜻해진 날씨에 후기가 꽤 있었다. 마음에 든다느니, 따뜻한 봄에 입기 딱이라느니, 아방하니 디자인이 귀엽다느니 좋은 반응 일색이다. 이런… 이러면 안되는데. 디자인도 마음에 드는데 가격도 괜찮고 후기도 괜찮다. 이러면 방어가 쉽지 않다. 마지막 필살기를 떠올려보자. 집에 대체 가능한 품목이 있는가? 나에겐 19년도에 구매한 녹색 누빔 재킷이 있다. 약간 박시한 핏에 단정해 보이는 코듀로이 카라로 휘뚜루마뚜루 봄가을 교복처럼 입는 중이다. 그래 이거랑 좀 비슷하지. 물론 디자인은 완전 다르다. 그래도 역할론으로 접근한다면 완전히 대체 가능한 겉옷인 거다. 디자인/가격/후기, 쓰리 쿠션 공격으로 케이오 당할 뻔했지만 ‘꼭 필요해? 그거 안 사면 입을 옷 없어?’라는 진부하지만 강력한 ‘이성의 끈’ 방어템 사용으로 미니멀리즘 無소비에 성공했다. 올 봄이나 가을쯤 모르긴 몰라도 유행템으로 한 번쯤은 등극할 것 같은데 그 대열에서 벌써 자유로워졌다니! 장하다. 내 자신.


이전 21화 멋은 거저 오지 않는다.
brunch book
$magazine.title

현재 글은 이 브런치북에
소속되어 있습니다.

작품 선택

키워드 선택 0 / 3 0

댓글여부

afliean
브런치는 최신 브라우저에 최적화 되어있습니다. IE chrome safari