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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이문연 May 02. 2024

우울하다. 갑자기

하루 종일 멀쩡하다가 갑자기 우울해질 때가 있다. 현타가 올 때인데 삶의 좋은 면만 보고 살면 힘은 나지만 결국 안 좋은 면을 외면하고 있기에 어느 순간 불쑥불쑥 이 부분이 튀어올라온다. 그러면 멀쩡하다가도 갑자기 기분이 안 좋아지는 것이다. 초라한 나의 모습을 수면 위로 올려 바라본다. 그건 현실적으로 보여지는 모습이기도 하다. 적어도 친구들과 비교했을 때 지금의 삶이 부끄럽지 않기 위한 요건을 갖추기 전까지 나는 계속 이러한 우울을 겪을 것이다. 집에서 독립하지 않는 한 찌질하고 초라한 내 모습을 마주할 테고 그럴수록 나는 괜찮아지고자 노력하겠지만 근본적 문제가 해결되지 않는 한 그건 자위밖에 되지 않는다. 결국은 돈을 벌어야 하는 것이다. 돈은 어떻게 벌 수 있을까. 최근 유튜브에서 EBS 다큐 ’돈의 얼굴‘ 6부 영상을 봤다. 우리나라처럼 대졸이 많은데 경제관념 약한 나라도 없다는 댓글이 눈에 띄었다. 금융 교육이 전혀 되고 있지 않다고. 요즘은 좀 다른지 모르겠다. 다큐에 나오는 염혜란님의 하드캐리로 돈의 속성에 대해 아주 조금 알게 되었지만 일확천금을 꿈꾸지 않고 투자에 쓸 목돈도 없는 나는 여전히 우울하다. 하지만 오늘 자고 내일 일어나면 또 내일의 삶을 살겠지. 내가 이렇게 살고 있는 건 순전히 내 탓이다. 가끔 우울하게 자주 유쾌하게 이런 기분 저런 기분으로 왔다리갔다리 하면서 조금씩 나은 방향으로 가는 수밖에 없다고. 우울한 와중에 생각해본다. 나의 우울은 늘 이렇다. 우울로 시작해 자조를 거쳐 망각으로 갔다가 어느날 갑자기 또 우울이 튀어나오는 삶. 글을 어떻게 끝내야 할지 모르겠다. 이 고민을 하다보니 우울감이 조금 사그라들었다. 내일은 내 항우울제인 바리스타(편의점 커피)를 사서 마셔야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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