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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이문연 May 01. 2024

마흔에 새로 배우는 말

최근에 손석희 아나운서가 쓴 <장면들>이라는 책을 읽으면서 '재미있다'고 느꼈다. 내가 좋아하는 작가의 책이나 진짜 웃겨서 재미있는 에세이 책도 있지만 <장면들>은 뭔가 새로운 느낌이랄까. 엄청난 파장을 일으킨 사회적 이슈에 대해 그 중심에서 사건을 보도한 한 명의 사람으로 진중함과 냉철함, 어른스러움으로 그 소회를 밝힌 것이 지적인 감수성으로 다가왔기 때문이다. 문체는 재미와는 거리가 멀다. 하지만 뉴스룸을 한 번이라도 본 사람이라면 책을 읽음과 동시에 손석희 아나운서의 목소리가 들리는 듯 하니 그것 또한 색다른 재미(목소리 너무 좋으셔)일 것이다. 유려하게 말을 잘 하는 사람을 보면 일상 단어와 비일상 단어를 섞어서 쓰는 것을 알 수 있다. 일상 단어는 누가 들어도 쉽게 알 수 있는 말이지만 비일상 단어는 의미는 알지만 평소 잘 쓰지 않는 표현들이다. 글은 쉽게 쓰는 것이 좋다고 한다. 말도 비슷해 보인다. 하지만 쉽게 쓰는 것보다 중요한 것은 정확하게 쓰는 것이다. 퍼즐을 맞추듯 이 맥락에 더 잘 어울리는 표현이 중급 어휘라면 중급 어휘를 골라 넣는 것이 맞다. 표현이 정교해질 수록 전달력은 높아진다. 그래서 말을 할 때 우리가 자주 사용하지 않는 중급 또는 고급 어휘를 잘 골라 쓰는(중급, 고급 어휘만 쓰는 것이 아니다) 사람을 보면 '말을 참 잘하네(머리 속에 쏙쏙 박히네)'라고 느끼는 것이다. 그래서 글을 읽거나 영상을 보거나 할 때 내가 몰랐던 단어나 기억하고 싶은 단어는 그 정의를 찾아보고 메모장에 기록해두는 편이다. 오늘 새로 알게된 단어는 '족대'인데 물 속에서 고기를 잡기 위해 고기를 한 쪽으로 모는 망으로 이루어진 도구를 말한다. (그냥 그물이나 망으로 알았지 그 도구에 이름이 있다고는 전혀 생각하지 못했다) 나의 어휘력 부족을 심히 깨닫는 작업이긴 한데 갑자기 <마흔에 새로 배운 단어들>  혹은 <중년의 어휘력> 이라는 기획이 떠올랐다. 음... 일단 기획 노트에 적어두고, 오늘은 '족대'부터 외워야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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