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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이문연 Apr 29. 2024

월급 이상의 돈을 벌면

2008년에 첫 직장이자 첫 정규직을 그만뒀다. 그 이후로 정규직으로 취직한 적이 한 번도 없으므로 월급을 받아본 적은 없다. 물론 알바나 계약직으로 일해도 한 달 급여가 들어오긴 하지만 보통 우리가 생각하는 월급의 의미를 떠올린다면 부족하다. 적당히 저금도 하고, 생활비도 쓰고, 문화비도 충당이 가능한 그런 돈을 우리는 월급이라 하지 않나. 그래서 꽤 오랜 시간동안 그런 생활에서 벗어나 있긴 했다. 그리고 원하는 삶을 그리며 원하는 돈을 벌기 위해 움직였다. 처음 떠올린 제목은 '돈을 많이 벌면'이었다. 많이? 얼마나 많이? 대체 많이 번다는 게 얼마를 번다는 거야? 이런 물음이 따라왔다. 그래, 많이 번다는 것은 솔직히 개인차가 크고 또 현실적이지도 않잖아. 그렇다면 내가 원하는 많이는 얼마냐. 내 나이 또래 여성이 받을 수 있는 월급 정도면 괜찮겠다 싶었다. (최근 면접 본 회사에 입사했다면 받았을 그 정도?) 사람들은 말한다. 돈을 벌면 무엇을 하고 싶어, 로또에 당첨된다면 여행을 갈거야, 집을 살거야 등등. 물론 나도 그 정도로 돈이 많아지면 집부터 사고 싶기는 하다. ㅎㅎㅎ 하지만 현실성없는 이야기는 제쳐두고 지금에 집중해서 이야기하자면 코천이와 산책하면서 그런 생각을 한 적이 있다. 내가 월급 이상의 돈을 안정적으로 번다면 어떤 삶을 살 것인가. 지금과 크게 변하지 않을 것 같았다. 남들 일어나는 시간에 일어나서 아침 먹고 오전에는 옷입기와 글쓰기 피드백 코칭을 하고 강의가 있는 날은 강의를 하며 꾸준히 운동을 하고 코천이 산책을 하면서 햇빛을 쐬는 것. 궁극적으로 내가 원하는 삶은 그런 삶이다. 물론 경제적으로 여유롭지 않아서 나의 욕망을 차단해서 그런 삶을 꾸는 것일 수도 있지만 나라는 사람은 적어도 (40살까지 같이 살아본 바로는) 큰 야망이 있거나, 재산 증식에 욕심이 있거나, 여행을 좋아하거나 하지는 않아 보인다. 고로 지금도 내가 원하는 삶에 가깝긴 하다. 금전적 빈약함만 빼고는. 그럼에도 야망이 없는 사람이 할 수 있는 최소한의 성취를 해가며 아직은 이루지 못한 미래를 상상해본다. 꽤 넓은 창이 있는 뷰가 좋은 아담한 집에서 나를 필요로 하는 사람들에게 도움이 되는 일을 꾸준히 하고 싶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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