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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이문연 Apr 26. 2024

치킨은 식어도 맛있다.

오랜만에 치킨이 먹고 싶어 치킨을 시켰다. 예전에 한승태 작가의 ‘인간의 조건’을 읽고 일주일 일고기 프로젝트를 한 적이 있다. 독립했을 때이고 나름대로 내 식단을 스스로 관리할 수 있는 환경이어서 가능했다. 계란 빼고 가공육도 포함해서 진행했었는데 워낙 먹는 걸 좋아하고 육식에 대한 욕망도 있는 편이라 꽤 힘들었다. 단백질을 챙겨먹는다고 했지만 서서히 기력이 쇠?했던 느낌만은 잊혀지지 않는다. 본가로 들어오면서 식단의 주도권이 자연스레 분할되었고 프로젝트 또한 이 기회?를 빌어 종료되었다. 혼자 살 때는 한 마리를 한 번에 다 먹지 못함에(보관의 어려움) 있어 치킨을 거의 시켜먹지 않았다. (배달 음식의 과한 쓰레기로 직접 해먹거나 가게에 가서 먹었다) 그러다보니 치킨은 상반기에 한 번, 하반기에 한 번, 밖에서 누군가를 만날 때나 영접할 뿐이었는데 본가에 들어와 치킨 영접 횟수가 늘었다. 식단관리에 진심인 엄마덕분에 다행?히 한달에 한 번 정도 먹고 있다. 라면도 그렇고 치킨도 그렇고 안 먹어버릇 하니 한 달에 한 번정도가 적당하다 느끼는데 보관이 용이한 본가라서 혼자 다 먹지 못해도 종종 치킨을 시켜먹는다. 한승태 작가의 글은 꽤나 매력적인 내용에 닮고 싶은 필력인지라 더 읽고 싶지만 육식을 하고 있는 자로서 차마 ’고기로 태어나서‘(불편한 진실을 감당할 자신이 없다)는 못 읽고 있다. 찾아보니 우리가 먹는 치킨과 삼계탕, 찜닭 등등은 태어난지 30일에서 7주 사이의 닭을 쓴다고 한다. 태어난지 30일밖에 되지 않는 생명을 먹는 것이다. 닭의 평균 수명은 7년에서 13년(평균 10년)이란다. 사실 맛있게 먹었던 양이나 소도 나이 많은 것보다 적은 것(1년이 안 된)이 훨씬 많을 것이다. 치킨의 생존일수를 아는 것이 치킨을 주문하는 횟수에 새삼스레 영향을 주지는 않을 것이다. 하지만 알고는 먹자. 치킨이 식어도 맛있는 이유는 죽을 날을 아주 많이 남기고 죽었기 때문이다. 30일을 인간의 수명으로 치환해봤다. 233일 정도가 나오더라. 8개월이 좀 안된다. 오늘 먹었으니 한달 후쯤 또 먹을 것이다. 그 때도 잊지 않고 닭의 짧은 생애를 복기하고 맛있게 먹을 것이다. 어차피 죽은 닭은 말이 없고 매년 치킨이 되기 위해 생산?되는 닭은 줄지 않을 것이며 사람들(나도 그들 중 한 명이긴 하다)은 동물의 삶에는 관심이 없을테지만 우리가 먹는 치킨이 식어도 맛있는 이유는 30일의 짧은 생애가 담겼기 때문이라고 이 글에서라도 남기고 싶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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