brunch

You can make anything
by writing

C.S.Lewis

by 이문연 Apr 25. 2024

생명에 대한 이중성

코천이를 산책시키다 로드킬 당한 무언가를 봤다. 로드킬하면 길냥이가 대부분이나 사이즈가 커 보이지 않아 고양이는 아닌 듯 했다. 맞은 편 차선이었고 색깔이 회색 비슷한 걸로 봐서 청설모라고 생각했다. 청설모는 공원에서 많이 봤어서 어쩌다 로드킬을 당했나 안타까웠지만 가던 방향이 아니라서 집에 가던 길에 마저 확인(확인하고 싶지 않지만 확인하게 된다)해야겠다 생각했다. 로드킬을 자주 접하는 건 아니지만 동물을 좋아하는 편이라 죽어 있는 걸 보면 가급적 신고하는 편이다. 이미 죽은 동물이지만 도로에서 처참하게 썩어가는 걸 원할 것 같지 않아서이다. 게다 차들이 지나가면서 계속 짜부되는 것도 신경 쓰이고. 시청 도시미관과(미관을 해치는 요인이라 그럴까)에 전화하면 사체를 수거?해간다. 집에 가는 길에 얼핏 시체를 봤다. 색은 회색이었지만 청설모같지 않았다. 그냥 쥐였을까? 그냥 쥐라고 생각하니 안도감이 들었다. 왜? 쥐는 더럽고 유해한 동물이니까. 순간 이상했다. 청설모라고 추측했을 때 느껴진 안타까움이 안도감으로 바뀌다니. 어떤 동물이냐에 따라 생명을 대하는 마음이 달라지는 게 놀라웠다. 다 같은 생명인데 다분히 인간 중심의 시각이다. 사람이 살기에 피해야 하고 무섭고 더러운 것들은 죽어 마땅하고 그렇지 않은 죽음에는 안타까움을 느낀다. 하지만 곧 어쩔 수 없다고 생각했다. 사람은 이렇게 생겨먹었다고. 살아가는데(정확히는 안전하고 평안한 삶을 위해) 위해가 되는 생명에는 가차없어지는 동물이 사람이다. 고양이였다면 또 한 번 도시미관과에 전화했겠지만 형체를 알아보기 어렵게 털색만 보이는 동물이라(정확히는 쥐라고 판단했기에) 그냥 내비두었다. 누군가 신고하지 않았다면 내일 또 보게 될 것이다. 쥐도 그냥 하나의 동물인데 인간의 시선으로 생명을 경시했다고 생각하니 또 그건 신경이 쓰인다. 나에게 오는 건 싫지만, 내 눈에 뛰는 것도 싫지만 죽어 마땅한 건 아니지 않나. 미안한 마음에 명복을 빌어본다. 청설모든, 쥐든, 하늘에선 인간 없는 곳에서 행복하길.

이전 08화 비오는 날 플리 3
brunch book
$magazine.title

현재 글은 이 브런치북에
소속되어 있습니다.

작품 선택

키워드 선택 0 / 3 0

댓글여부

afliean
브런치는 최신 브라우저에 최적화 되어있습니다. IE chrome safari