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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이문연 May 17. 2024

기사님도 놀랐을텐데

버스를 타고 갈 때는 보통 핸드폰을 한다. 전방을 주시하지 않고 고개를 숙이고 있다 보니 갑작스런 흔들림에는 속절없이 놀라고 만다. 잘 가던 버스가 갑자기 휘청이더니(그 순간 고개를 들어 창문을 봄) 반대편 차선을 살짝 넘으려다 다행히 원래 차선으로 들어왔고 그 반동으로 옆 차선의 승용차와 부딪히기 전에 급정거에 성공?했다. 버스 안에는 10명 정도의 승객이 있었는데 다들 놀라 무슨 일인가 파악하려 노력했고 나는 팔에 끼고 있던 텀블러 속 커피를 쏟을(이번에 바꾼 텀블러 뚜껑의 빨대 구멍이 너무 과하게 크다) 뻔 했다. 뻔한 레퍼토리인지 버스 기사님과 승용차주는 차에서 내려 서로의 잘못을 고함으로 내비쳤고 나는 왼쪽에 앉아서 보지 못했지만 오른쪽에 앉아 옆 차선의 상황을 볼 수 있었던 승객들은 승용차가 차선을 과하게 바꾸지 않았냐며 현상황을 분석했다. 접촉사고가 나지 않았기에 기사님과 차주가 계속 싸워봤자 좋을 것도 없기에 ‘니 탓이오’라는 고함은 30초만에 정리되었다. 그 후 10분 뒤에 버스에서 하차했는데 기사님도 많이 놀라지 않았을까 생각했다. 버스를 타고 그렇게 휘청인 것도 처음, 그렇게 급정거한 것도 처음이었기에 승객들의 안전(그러고보니 그 상황에서 승객의 안전을 확인하는 메뉴얼이 있을 것도 같은데 기사님은 바로 파이터모드로 전환했다)과 함께 자신의 놀람도 진정시켜야 하는 것이 기사님의 직업정신이겠구나 생각했다. 그래서 여기가 휴머니즘 가득한 세계였다면 그 세계속 주인공인 나는 사고? 이후 놀란 가슴에도 안전 운전 해주신 기사님께 감사함을 전했을 것이다. 하지만 현실은 그 어떤 감사도 직접 표현하기는 민망하고 또 차고지 번호로 전화를 하는 것(어쩌면 사고날 뻔한 상황을 알리고 싶어하지 않을 수도 있으니)도 이상하니 그저 브런치 스토리에 이런 일이 있었다는 정도만 끄적일 뿐이다. 그런데 글쓰면서 아까는 생각하지 못한 부분이 있었으니 그것은 승객의 안전에 대한 확인을 건너뛴 것이다. 물론 경황이 없어 그럴 수 있지만 만약 누군가가 다친 상황이라면 안전에 대한 확인도 메뉴얼 측면에서는 중요한 상황이리라. 그래서 기사님의 노고에 감사하는 한편 다음에 이런 일(이 없어야 하지만)이 또 생긴다면 ‘다들 괜찮으신가요?’라고 한 마디 건넨 후 파이터 모드로 전환하심이 어떨지 조심히 제안드리는 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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