또 타일러 이야기다. 이건 내가 하는 일과도 연관이 있어서 꽤 재미있게 봤던 영상이다. 한국의 프로그램에 나오기 시작하면서 스타일리스트가 헤어와 메이크업, 스타일을 담당했단다. 모니터에 비친 얼굴을 시청자가 봤을 때 최대한 멋지고 깔끔하게 보이기 위해서 스타일리스트는 그들의 일에 최선을 다한다. 아마 이게 한국인 출연자들에게는 크게 어색하지 않고 당연한 것이었을 거다. 가급적 키는 커 보이게, 몸은 날씬하고 비율 좋게, 피부는 맑고 깨끗하게, 헤어는 세련되고 멋스럽게. 하지만 여기에 출연자의 의지(애초에 방송이란 기획에 모든 걸 맞추므로 출연자 역시 컨셉의 일부로 수렴된다)란 없다. 그저 프로그램의 컨셉과 출연자들의 통일된 스타일 무드만 있을 뿐. 키가 작은 타일러에겐 물어보지 않고 높은 굽의 구두가 제공되었고 말도 없이 자신의 점을 메이크업으로 지웠다고 했다. 자신의 모습으로 방송에 나가고 싶은데 없는 것까지 만들어 꾸며주는 문화가 개인의 의견(출연자는 어떻게 보여지고 싶은가)과는 무관하게 진행이 되므로 일방적이라 느껴진 것이리라. 또한 나는 아무렇지 않은 나의 일부를 바꾸려고 함으로써 이게 그들에겐 약점으로, 가려야할 점으로 보여지는구나라고 생각할 수밖에 없었다고. 스타일리스트들은 자신의 일에 최선을 다한 것 뿐이다. 하지만 타일러가 자기는 높은 구두 안 신어도 되고, 점을 메이크업으로 안 가려도 된다고 했을 때 그들(뷰티 & 패션 전문가)은 아마 난감했을 것이다. 그런 부탁을 한번도(아마) 들어본 적이 없을 뿐더로 PD나 작가로부터 ‘타일러 스타일링은 다 끝난건가요?’와 같은 찜찜한 말을 들을(물론 이런 경우 진짜 작가가 저렇게 말을 하는지 여부는 알 수 없지만 방송 시스템이 작가 주도로 돌아가므로)수도 있기 때문이다. 이처럼 방송에서는 스타일리스트들의 마법과 같은 능력으로 출연자들은 최대한 빛나? 보인다. 타일러는 전문 방송인이 아니었기 때문에 꾸며진 자신과 그렇지 않은 자신의 차이가 많이 나지 않길 원했고 현재 자신의 모습이 마음에 드는데 자꾸 뭔가를 바꾸려고 해 ‘이건 뭘까’ 궁금하기도 했을 것이다. 우리 나라 사람들은 꾸미는 것을 좋아하고 그것을 자기관리라는 명목하에 치켜세운다. 그리고 그렇지 않은 사람들을 깎아내린다. 그러므로 대머리에 키가 작은 타일러도 최대한 다르게 보이길 원하지 않을까 생각했을 것이다. 한국 사회에서 대머리에 작은 키는 콤플렉스니까. 뷰티와 패션 산업은 그렇게 발전했고 앞으로도 프로그램에 나오는 출연자들이 타일러처럼 반광(밝게 빛나는 것에 반대 - 타일러는 그게 자신을 돋보이게 한다고 생각하지 않은 것 + 약간의 깔끔함으로도 충분하다고 생각했을 것)하지 않고 맑고 깨끗한 물광 피부를 유지하겠지만 타일러는 수동적인 꾸며짐에 의문을 품었다. 꾸며진 나와 있는 그대로의 나의 갭을 잘 받아들일 수도 있지만 꾸며진 나가 있는 그대로의 나와 갭이 크면 클수록 있는 그대로의 나가 (나와 사람들에게) 부정당하는 심리가 강화되지 않을까하는. 실제로 TV속의 자신의 모습과 현실에서 만난 자신의 모습이 그리 다르지 않았으면 좋겠다는 타일러의 말에 고개가 끄덕여지면서도 개인이 인정하지 않는 약점에 대해 먼저 배려하고 콤플렉스화하는 문화는 티비 속 방송인들에게 과한 미적 기준을 들이대는 한국인들의 심리와 그 심리를 잘 떠받치고 있는 뷰티패션 산업과 맞물려 쉽게 사라지지 않을 것 같다. 타일러의 영상을 보며 사진관에서 돌사진 속 아들의 얼굴 점을 (말도 없이) 포토샵으로 없애줬다는 친구의 말이 떠올랐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