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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이문연 Jun 25. 2024

맛집 찾는 거 좋아해

관심이 있다는 건 좋아한다는 것이다. 마음이 간다는 건 좋아한다는 것이다. 하고 싶다는 건 좋아한다는 것이다. 누구나에게 그런 것들은 존재한다. 맛녀(맛있는 녀석들 - 먹방 프로그램의 시초)가 시작하기 한참 전부터 복스롭게 먹는다는 이야길 참 많이 들었다. 지금 아이들은 알 수 없는 도시락 싸갖고 다니던 시절의 이야기. 입이 짧고 먹는 것에 관심이 없었던 첫째와는 달리 뭐든 잘 먹고 식욕이 왕성했던 둘째를 위해 엄마는 일반 도시락이 아닌 3단 찬합에 밥을 싸주시곤 했다.(엄마한테 잘 해야지) 입맛이 까다로울수록 미식가가 되는 듯한데 나는 그저 뭐든 잘먹어 호식가가 되었다. 이러한 음식(먹는 것)에 대한 애정은 때로 누군가를 만날 때 누군가를 만나서 즐거운 것인지 그 사람과 만나 먹게될 음식때문에 즐거운 것인지 스스로도 헷갈릴 때가 있는데 음식때문이라고 하면 너무 원시인같으니까 만나는 게 더 좋아서라고 포장해본다. 그래서 친구들과 만날 때면 나보다 더 적극적인 누군가가 있지 않는 한 내가 나서서 밥집을 찾는 편인데 이게 또 비교, 분석에 능한 나의 기질에 잘 맞다. 맛집을 찾을 때 중요한 건 일단 식성이다. 나와 친구가 좋아할 만한 것이어야 하고 그 날 끌리는 것이어야 한다. 내가 먹고 싶다고 콩국수나 닭발 같은 메뉴를 고를 순 없는 것이다. 두번째는 분위기와 가성비다. 아무리 맛집이어도 사람에게는 용납가능한 범위가 있다. 최근에 검색하다가 어떤 치킨집에서 양배추 케첩마요 무침(예전에는 치킨 먹을 때 치킨무와 같이 나오던 반찬)을 8천원에 팔던데(물론 사이드로 뭔가가 더 있었던 듯) 그런 메뉴가 있는 가게는 결코 선택할 수 없는 것이다.(옛날 사람) 세번째는 그 날의 무드다. 이건 애써 맛집을 결정해놓고도 바꿀 수 있는 여지를 남겨놓는 것인데 밥집을 가기로 했지만 당일 갑자기 술이 땡긴다거나 시원한 맥주가 생각난다면 술집으로 옮길 수도 있는 것이다. 1인당 밥값으로 2만원은 아까워도 안주값으로 2만원은 아까워하지 않는 사람, 그게 나다. 그래서 누구를 만나든 자처해서 맛집을 고르는 것이 수고스럽지 않다. 오히려 나의 돈과 입맛을 내가 원하는대로 충족시킬 수 있으니 효율과 효과 측면에서는 더 만족스럽다고나 할까. 내가 고른 맛집을 함께 간 사람이 좋아해주면 더 좋고. 하지만 내가 고르지 않은 맛집을 경험하는 것 또한 좋아한다. 그래서 나보다 더 적극적으로 골라주는 이가 있다면 나 또한 아주 별로지 않는 이상 따라가는 편인데 그렇게 해서 새롭게 먹게 되는 음식 또한 호식가에게는 즐거움이다. 오랜만의 서울나들이에 들떴으나 강남 물가에 눈이 동그래질 수밖에 없었고 와중에 맛집을 찾느라 내 눈은 좀 더 충혈되었다. 그래도 마음에 드는 가성비의 맛집을 찾았으니 내 선택이 틀리지 않았기를 식도락의 신에게 빌어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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