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라인 열풍인 때가 있었다. 무료 강습을 하기도 해 지역의 큰 공원에서 30명씩 줄을 맞춰 강사의 자세를 따라하기도 했다. 어깨너비 반만큼 발을 벌린 뒤 열중쉬엇 자세로 무릎을 구부리고 상체는 숙인 채 오른쪽 발을 바깥으로 힘껏 뻗었다 가져오고 왼쪽 발을 바깥으로 힘껏 뻗었다 가져온다. 허벅지 근력이 없다면 중심을 잡지 못하고 픽픽 쓰러져도 이상하지 않을 그런 자세다. 혼자 동호회에 나가 배우기도 했지만 10살 차이 나는 남동생과 그 당시 50대였던 엄마도 인라인에 입문한 터라 주말이면 셋이 집에서 꽤 거리가 있는 공원까지 가 무료 강습을 받았더랬다. 그 이후 인라인의 인기는 시들해졌고 그래도 꽤 많이 탔던 나의 첫 인라인이었던 살로몬은 아마 누군가에게 나눔(바퀴가 많이 닳아서 바퀴만 바꾼다면 멀쩡히 탈 수 있었기에)을 했던 것 같다. 하지만 작년에 갑자기 인라인이 타고 싶어졌고 당근에서 중고로 인라인을 구매해 열 번 정도는 라이딩을 나갔던 것 같은데 역시나 40대의 라이딩은 20대 때와 달라서 인라인을 또 처분하게 되었다. 그런 나를 봐서 그런지 엄마가 계속 인라인을 타고 싶다고 했는데 내가 말렸다. 운동 신경이 좋은 편도 아니고 이제 나이도 있어서 잘못하면 어느 곳 하나 부러지기 쉬운 게 인라인 아닌가. 그냥 평지 같아 보이는 곳도 보도 블럭이냐 아스팔트냐에 따라 인라인에서의 보행감은 완전히 다르고 약간의 굴곡만으로도 인라인 위에서의 경사는 상당히 위험해질 수 있는 것이다. 하지만 인라인에 대한 미련을 버리지 못한 70대 할머니는 오늘 인라인을 타겠노라 선언했고(집에는 엄마가 버리지 않고 놔둔 엄마용 인라인이 하나 있었다) 마지못해 나는 코천이와 산책 가는 김에 봐주겠다고 했다. 다행인 건 탄천에 인라인 코스(맨들맨들한 바닥)가 있다는 건데 근처 계단에서 인라인을 신어도 1.5m 너비의 아스팔트를 지나가야 하므로 혼자선 불가능한 도전이었다. 하지만 말려봐야 내 입맛 아프거늘. 내심 오늘 타다 넘어지면 앞으로 타겠다는 말이 쏙 들어가지 않을까(이런 걱정할 자식이 없는 대신 이런 걱정을 끼치는 부모가 있는게 아이러니) 하는 생각도 했다. 물론 안 다치는 게 가장 좋긴 하지만 무대뽀인 성향의 운동신경 없는 엄마가 안 넘어진다는 게 솔직히 믿기지 않기 때문에 더더욱 인라인 타는 것을 말리고 싶은 것이다. 어찌됐든 인라인 코스에 엄마를 모셔? 놓고 ”조심히 타고 있어~“라고 말한 뒤 코천이 산책을 다녀왔다. (내가 지켜보고 있다고 안 넘어지는 것도 아니고 내가 없다고 넘어지는 것도 아닐테니 어찌됐든 마음을 최대한 편하게 먹는 것이 내 정신건강에 좋다) 코천이 산책도 하는 둥 마는 둥 급하게 돌고 왔더니 엄마도 엉거주춤한 자세로 인라인을 양발로 살짝살짝 밀며 조심스레 타고 있었다. 한 번도 넘어지진 않은 듯 했다. (다행이지만 다행이 아니다;;) 그럴만도 한 게 엄마는 탄다고 타고 있었지만 저건 타는 게 아니라 바퀴가 달려 굴러가는 인라인에 그냥 서 있는 수준이었다. 한 20분 탔을까. 엄마는 내 팔을 잡고 1.5m의 아스팔트를 건너 무사히? 계단에 도착한 후 인라인을 벗었다. 넘어지지 않은 것에 자신감을 얻었는지 다음에 또 타겠단다. 아오- 이것도 위험하고 저것도 위험하니 집에만 계시게 하는 것보다 위험을 감수하고라도 하고 싶은 걸 하면서 사시게 하는 게 더 나은 일이 아닐까 생각한 적이 있다. 물론 그런 성향의 가족 구성원과 함께 사는 다른 성향의 구성원이 받을 스트레스는 개인(저요)의 몫이겠지만. 자식이 오토바이를 타겠다고 하는 거나 부모님이 오토바이를 타겠다고 하는 거나 비슷하지 않을까 하는 생각. 추가적으로 상대방도 걱정할 구성원을 배려해 자신의 욕심을 일부는 내려놔야 한다는 점. 하지만 그 배려라는 것 또한 그것이 배려해야 하는 부분이며, 배려하겠다는 의지와 의식이 있어야만 가능하다는 것. 어쨌든 걱정은 최대한 덜 하면서 살고 싶은데 뭐 이런 걱정은 사람들이 하는 수 많은 걱정들 중 사소한 걱정에 지나지 않지 않나 하는 생각을 하면서 (언제 만날지 모를) 남편은 이러한 성향에서만큼은 최대한 나랑 비슷했으면 하는 마음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