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실 어제 인사이드 아웃2를 보려고 했다. 계획은 헌혈을 하고 밥을 먹고 영화를 보는 거였는데 밥집에서의 에피소드로 진이 빠져 그대로 go 홈했다. 밥집에서 웨이팅을 했는데 웨이팅 기계가 고장났는지 직원분이 육성으로 손님(정확히는 핸드폰 번호 뒷자리)을 부르기 시작했고 그러면서 순서가 꼬일 뻔 했으나 나의 건강한 청력으로 다행히 내 순서를 사수하고 더 늦기 전에 허기짐을 달랠 수 있었다. 요즘 밥공기는 늘 그렇듯 100% 채워져 있지 않고 한 70%만 채워져 있어서 제육볶음을 반이나 남긴 상태에서 공기밥을 하나 더 주문했고 웨이팅 시스템의 오류로 인한 순서의 꼬임을 발견한 나는 가게 밖에서 기다리는 사람들이 직원분의 실수로 그들보다 늦게 온 다른 손님이 더 일찍 밥을 먹게 되는 상황을 모르는 것을 다행?이라 여겨야 할지, 불행이라 여겨야 할지 고민하면서 맛있는 제육을 씹어넘겼으나 12시 반 점심 피크 타임에 너무나도 바빠 보이는 상황에서의 직원분의 실수는 용납할 수 있어도 내 번호를 들었을 때 손을 번쩍 들고 먼저 입장해 자리에 착석한 늦게 온 손님의 뻔뻔함은 왠지 모르게 얄미운 것이다. 하지만 이 이야기를 들은 친구는 그 손님의 번호 뒷자리와 내 뒷자리가 비슷할 수 있는 새로운 가정을 들려주었고 꽤 설득력있는 가정이었음에도 이미 한 번 비뚤어진 의심을 거두기에는 2% 부족했다. 또한 헌혈을 할 때는 오늘의 계획이 아주 만족스럽고 오랜만의 애니메이션 영화 감상이라 설레기도 했으나 인생은 역시 계획대로 되지 않고 내 위장은 배고픔을 참지 않고 밥을 두 공기나 클리어했기에 그 배부름과 진빠짐으로 인해 영화를 보고자 하는 의지가 차갑게 식었다. 어쨌든 그 집은 내가 좋아하는 밥집이나 갈 때마다 부족한 공기밥으로 인해 밥 두 공기를 시켜먹기엔 애매한 것이고 그리고 물가 상승으로 인해 어쩔 수 없다지만 반공기만 더 먹으면(정확히는 꽉 눌러담은 한 공기) 되는 양인데 굳이 두 공기를 시켜 추가 요금을 내야 하는 상황이 탐탁치 않다. 그래서 앞으로 그 집을 가야 하나 말아야 하나 하는 고민을 하면서 제육볶음값 1만원과 추가 공기밥값 1천원을 결제하고 나왔다.
* 문장을 나누지 않고 이어 쓴 것은 의도된 것임을 알려드립니다.